신입직원 100㎞ 행군 위해 여직원에게 피임약 제공
[뉴스엔뷰] 많은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연수 때 해병대 캠프, 등산, 행군 등 ‘군대식 문화’의 일종인 극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도전 정신을 함양하고 성취감, 팀워크를 발전시킨다는 좋은 취지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잘못된 권위의식’이 자칫 그릇된 기업문화로 비춰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뉴스엔뷰>는 기업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인권침해로 의심되는 사례를 연속기획 시리즈로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도전·성취감·팀워크란 취지에 가려진 ‘숨은 이면’

‘디지털 금융시대’를 맞아 은행들이 신입 교육 방식도 달라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공채로 뽑힌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핀테크 신사업 시연, 4차 산업혁명과 주제 특강 등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교육 연수를 확대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요령 대신 ‘디지털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둔 미래 지향적인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이 지난달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신입사원 연수 중 100㎞ 행군 프로그램을 위해 일부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나눠준 것은 ‘심각한 오류’였다. 행군할 때 생리주기가 겹치지 않도록 피임약을 복용해 주기를 늦추도록 한 것이 취지였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KB국민은행 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피임약을 지급한 것은 맞지만 자발적으로 요구한 경우에만 나눠준 것“이라며 “건강상 행군이 어려운 사람은 빠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수백 명의 여직원, 무박 2일간 100㎞ 행군 강행
다만 강제성이 없다는 사측의 설명과 달리 일각에서는 신입직원이 연수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빠지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반강제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행군 프로그램이 ‘군대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체력적으로 남성보다 떨어지는 수백 명의 여직원들이 무박 2일 동안 100㎞ 행군을 강행했다는 점은 ‘군대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신입사원 연수의 특성상 건강상의 이유로 행군에 불참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행군에서 빠지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피임약까지 먹어가며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연수 프로그램은 10년 간 진행된 연례행사일 뿐이며 행군도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행군의 일정이나 거리를 조율할 생각이 있느냐’란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