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화재로 소실됐던 숭례문 복원공사가 단청에도 부실 화학안료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숭례문 단청 복원 과정에서 천연안료에 대신, 사용이 금지된 화학안료(지당)와 화학접착제를 사용한 홍창원(58, 중요무형문화제) 단청장, 이를 도운 홍 단청장의 가족·제자 등 6명을 사기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형사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또한 복구단 임무를 소홀히 한 문화재청 공무원 최모(55)씨 등 5명은 직무유기 혐의로, 감리업무를 소홀히 한 감리사 이모(50)씨 등 2명도 업무상배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 홍 단청장은 2009년 12월에 문화재청이 발주한 숭례문 복구공사의 단청분야 장인으로 선정됐으나 그는 전통기법으로 단청을 복구해 본 경험은 1970년 스승이 하는 공사에 잠시 참여했던 것이 전부였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9월 숭례문 단청 복구 과정에서 처음에는 천연안료와 전통 교착제를 사용하는 전통기법을 썼지만 색이 잘 발현되지 않았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통접착제인 아교가 엉겨붙었다.
이후 금지된 화학안료(지당) 및 화학접착제(포리졸)를 가족과 제자들에게 몰래 섞어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단청 공사비 3억9000여만 원을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다.

또한 문화재청의 숭례문 복구공사 단청분야 재시공에 따른 비용 11억 원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화재청 공무원 최씨 등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숭례문의 특수 환경에 맞는 종합적인 실험과 전통기법의 안전성 등을 점검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게 한 혐의를, 감리사 이씨 등은 안료배합 과정에 감리원이 입회하도록 명시돼 있음에도 그 업무를 위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문화재청은 숭례문의 단청공사에서 시험시공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복구자문단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5년의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홍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검증되지 않은 단청기법을 숭례문에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전통단청 시공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홍 단청장은 전통단청 재현에 실패했고 화학접착제를 아교에 몰래 섞어 사용함으로써 단청 훼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통기법에 대한 연구와 검증이 충분히 안 된 상태에서 단청장과 문화재청 공무원, 감리사들이 공사를 강행한 것"이라며 "다른 국가 문화재들의 수리·복구공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08년 2월 불에 탄 숭례문은 지난해 5월 복원됐지만 복원 총책임자인 신 대목장이 금강송을 횡령하고 문화재청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홍 단청장은 2010년 2월부터 4년여 동안 문화재 보수 건설업체 3곳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모두 3780만원 받아 지난 2월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