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선거제도 바꿔야 하는 이유
영·호남,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

[뉴스엔뷰] 국회 전원위원회가 19년 만에 열려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

선거제도는 게임의 룰이다. 게임의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 유리한 제도이다. 특히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와 결합되어 인물과 지역 정당이 과대대표 되는 현상을 발생시켜 왔다.

나아가 승자독식으로 인한 경쟁의 격화 및 영·호남 등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패권 정당의 의석 확보 극대화 전략으로 인한 지역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호남 등에서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 ‘과메기 공천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바람직한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전원위원회에 올린 3개안에 대해 살펴본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린 3개 안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안은 도농복합선거구제이다.

4·5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4일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4·5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4일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하나의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국회의원의 정수를 3인 이상 5인 이하로 하는 선거구와, 인구·행정구역·지리적 여건·교통·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해 1인을 선출하는 선거구로 하는 복합선거제로 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방식은 병립형으로 하는 것이다.

, 지역구 선거의 경우 도시는 한 개 선거구에서 3~5명을 선출하고, 인구는 적고 지역은 넓은 농촌선거구는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해 현재처럼 1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 방식이다.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비교적 득표율이 낮은 소수정당 출신 후보자도 당선 가능성이 증가해 다당제 형성에 유리하다.

영남에서 국민의힘,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의석을 독점하기가 어려워져 지역내 다양한 정당 후보자의 당선이 가능성이 높아져 지역주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사표 발생이 줄어들어 비례성이 강화되며, 도시의 경우 유권자의 선호를 정확하게 반영할 가능성이 증대한다.

소선구제와 대선거구제의 상대적 결점을 완화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같은 정당 내 후보자간 경쟁이 과열되고, 후보자가 많아 알리기가 쉽지 않다. 소선거구에 비해 선거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단점이다.

현재 지방선거의 경우 기초의원 선거가 2~5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구제 형태로 치러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나 자치단체장 선거와 달리 민주당 출신 기초의원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관련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으로는 이상민 의원안과 이탄희·전재수 의원안이 있다.

이상민 의원안은 선거구당 선출인원을 4인 또는 5인으로 한다. , 세종특별시나 제주특별자치도처럼 선거구당 선출인원을 4인 또는 5인으로 획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에 한정해 선거구당 획정인원을 3인 이하로 선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의원안에 따르면, 지역별 선거구 개수는 서울은 5~6, 경기도는 6~7개로 나누고, 부산·대구·인천·경북·경남은 2, 나머지 시도는 모두 1개 선거구로 하도록 했다.

이탄희·전재수 의원안은 선거구당 선출인원을 4인이상 9인이하로 규정했다. 다만 농산어촌이 포함된 지역구로서 면적 등을 고려해 부득이한 경우 3인 이하 선거구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이탄희 의원안에 따르면, 지역별 선거구 개수는 서울 6~12, 경기 7~15부산 2~4대구 2~3인천 2~3광주 1~2대전 1~2울산 1~2세종 1강원 1~2전북 2전남 2충북 1~2충남 2경북 2~3경남 2~4제주 1개 등이다.

정개특위는 중대선거구제 채택 시 유권자의 선택폭을 넓히고 일본사례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현행의 단기비이양식 투표제를 연기투표제 또는 제한 투표제 등으로 변경 여부 검토 필요라고 투표 방법 및 당선인 결정방식의 변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설명했다.

4.5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31일 오전 울산 남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4.5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31일 오전 울산 남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단기비이양식 투표제는 선거권자에게 하나의 투표권만 부여하는 방식이고, 연기투표제는 선거권자에게 선거구의 의원정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제한투표제는 선거권자에게 선거구의 의원정수보다 적은 수의 투표권을 부여한다. 제한투표제의 경우 연기투표제와 비교하면 정당 줄투표에 따른 특정정당 독점현상을 줄이고, 소수정당 당선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국회 정개특위 측은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1948~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했는데, 동일 정당 후보자간 경쟁 심화로 인한 파벌형성, 불법 정치자금 등 문제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다양한 이념과 가치가 대표되지 못하고 특정지역에 기반한 거대 양당 중심체제로 인해 정당정치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점점 낮아지는 투표율에 따른 낮은 정치참여의 위기를 비롯 낮은 득표율에 따른 대표성의 위기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선거투표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아직 완전한 민주주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어떻게 선거제도를 운용하는가에 따라 유권자의 투표 가치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세계 각국의 사례 분석에서 잘 나타난다.

소선거구제는 양당제, 중대선거구제는 다당제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경우 사표방지 심리에 따라 거대정당으로의 표 쏠림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중대선거구제와 제한투표제가 결합될 경우 특정정당 독점현상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아렌트 레이파트(Lijphart, A.)는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가 정치과정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중대한 대표성의 위기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이 대의기구를 구성해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대표성 위기 문제는 곧 제도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새로운 선거제도는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가 정치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 도입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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