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항 상인 집단 사실의견서에 검찰 복어독 공소장 변경

[뉴스엔뷰] 서류상 혼인 배우자인 고 윤상엽 씨에 대한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과 30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던 이은해 씨와 조현수 씨 항소심 공판이 지난 3월 24일 결심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부장판사) 심리로 4시간 동안 진행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가평 용소계곡 익사 사건 등에 대해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 등을 적용해 이은해, 조현수 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고 윤상엽 씨의 유족도 방청석에 나와 항소심 마지막 재판을 지켜봤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씨가 2022년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씨가 2022년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대포항 상인들, 복어독 피, 내장 팔지 않았다 집단 반발 

항소심 재판은 지난해 12월 14일에 이어, 올해 1월 11일, 2월 8일, 3월 10일, 3월 24일 등 총 5차례 공판이 열렸다. 항소심에선 피고인 이은해, 조현수에 유리한 새로운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실이 복어독살인미수 혐의에 관한 대포항 상인들의 진술과 사실의견서 제출이다. 

검찰은 지난해 5월 4일 이은해 조현수를 구속기소하면서 복어독살인미수 혐의와 창리 낚시터 살인미수 혐의, 작위에 의한 가평 용소계곡 살인 혐의(가스라이팅에 의한 익사) 등을 적용했다. 이 중 복어독살인미수 혐의는 이은해 조현수 고 윤상엽 등 일행이 지난 2019년 2월 17일 강원도 양양의 한 펜션에서 2박3일 숙박하는 도중 강릉시 속초시 대포항에서 구입한 밀복회 부산물인 애, 정소, 피에 들어간 복어독으로 윤 씨를 살해하려다 복어독이 치사량에 못미쳐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이다.

검찰 공소 내용과 제출 의견서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은해 조현수 일행이 복어독이 들어간 밀복 부산물을 대포항 '선미엄마' 횟집에서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변호인 측이 선미엄마 횟집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며 선미엄마 사장의 복어독이 들어간 내장, 복어피 등을 절대 팔지 않았다는 통화내역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다. 

이에 검찰 측은 매우 당황했다. 변호인 측 주장은 피고인들이 대포항에서 복어독이 든 내장, 피를 구입한 사실이 없고, 선미엄마 횟집 사장을 비롯한 대포항난전활어시장 90여 명이 복어독이 든 내장, 피를 일체 팔지 않는다는 연명 서명된 사실의견서를 변호인 측이 제출함에 따라 검찰의 복어독살인미수 혐의 공소 내용이 사실과 실체적 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반면 검찰 측은 공소 내용에 기재된 이은해 조현수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텔레그램 대화 내용은 전문이 제출된 것이 아니라 밀복 매운탕 관련 발췌, 중략된 수사보고서가 증거물로 제출됐음)과 1심 유죄 판결을 근거로 이은해 조현수가 복어독 부산물을 구입해 매운탕을 끓였고, 이를 윤 씨가 먹게 했는데 살인미수에 그쳤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2023년 1월 말 대포항난전활어시장 모습. 당시 동해산 자연산 밀복을 1kg에 5만원 이상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 사진 = 뉴스엔뷰DB
2023년 1월 말 대포항난전활어시장 모습. 당시 동해산 자연산 밀복을 1kg에 5만원 이상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 사진 = 뉴스엔뷰DB

■ 재판부 공소장 변경 물음? 검찰 복어독 공소장 변경 신청, 결심에서 재판부 허가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변호인 측이 요구한 대포항 선미엄마 사장 증인 채택을 하지 않았지만, 변호인 측이 제시한 대포항 상인들의 사실의견서에 일단 주목했다. 선미엄마 사장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본 것이며, 대포항 상인들의 집단 의견을 진지하게 증거물로 채택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대포항 상인들의 사실의견이 다른 점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양 측에 물었다. 

검찰에 대해서는 복어독살인미수 혐의 부분에 대한 공소장을 유지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를 지난 3월 10일 재판에서 물었고, 이은해 등 피고인과 변호인에 대해서는 텔레그램 대화를 왜 한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의견이 있으면 결심 전까지 제출하라고 밝혔다.

이은해, 조현수는 복어 매운탕 관련 텔레그램 대화에 대해서 윤 씨와 싸운 이은해가 감정이 상해 있자 이를 풀어주기 위해서 조현수가 이은해와 장난으로 나눈 것이지, 실제 복어 내장, 피가 들어간 밀복 부산물을 구입한 사실도 없으며, 매운탕을 끓이지도 않았다(양양 펜션에서 2차 술자리에서 매운탕은 함께 놀러갔던 일행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윤00 씨가 끓였다고 주장)고 항소심에서 일관되게 주장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인 홍00 변호사 측도 선미엄마와의 통화 녹취록, 증인채택 요청, 대포항 상인 90여 명의 집단 사실의견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피고인들이 복어독 살인미수 혐의 공소 내용 중에서 핵심인 대포항에서 구입한 복어독 피, 내장 부산물이 들어간 매운탕을 끓여 윤 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검찰 공소 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변호인 양측의 주장과 증거물 등을 근거로 복어독 살인미수 혐의 부분이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판단으로 검찰에게 공소장 변경 여부를 재촉했고,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에 일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다. 3월 24일 진행된 결심에서 재판부는 복어독 살인미수 혐의 관련 부분 중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였다. 

검찰 측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복어를 추가로 구매한 정황'을 근거로 복어독 살인미수 혐의 내용 중 피고인들의 범행과정을 구체화하여 공소장을 변경하고자 한다는 주장이다. 당초 검찰은 2019년 2월 17일 양양 펜션에서 복어독 살인을 시도하면서 1차 술자리(강릉시 주문진수산시장에서 구입한 밀복), 2차 술자리(속초시 대포항에서 구입한 밀복 피, 내장)가 있었는데, 복어독 매운탕에서 2차 술자리에서 시도됐다고 이 부분 공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대포항 선미엄마와 상인들의 사실의견서 등에 따라 2차 술자리의 공소 내용이 흔들리자,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질문(?)에 따라 검찰은 1차 술자리 때 강릉시 주문진수산시장에서 구입한 밀복 중 '미리 남겨둔 복어(한 마리)'와 '추가로 구입한 복어, 애, 정소, 피 등을 모두 놓고 매운탕을 새로 끓여 피해자에게 먹인 정황' 등을 수정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3월 24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 측 공소장 변경 신청 내용을 일부 수정해,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결심 막판에 복어독 살인미수 혐의 공소 내용이 변경되자, 변호인 측은 피고인들의 방어권이 침해됐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1심에서 가평 용소계곡 가스라이팅 살해 부분에 대한 공소장 변경에 이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복어독 부분 공소장 변경이 이뤄지자 이런 경우는 흔치 않는다며 당혹해하고 있다. 

대포항난전활어시장의 밀복. / 사진 = 뉴스엔뷰DB
대포항난전활어시장의 밀복. / 사진 = 뉴스엔뷰DB

■ 고 윤상엽 유족 "엄벌"... 이은해 조현수 "살인미수, 살인혐의 절대 사실 아니다" 최후진술, '윤상엽 살인 공모사실 없다' 강하게 주장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은해 씨는 조현수 씨는 항소심에서도 고 윤상엽 씨에 대한 살인미수와 살해 혐의에 대해서 전면 부인했다. 2019년 2월 복어독살인미수, 2019년 5월 창리 낚시터 살인미수, 2019년 6월 가평 용소계곡 작위 살인 및 부작위 살인, 보험사기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서 이은해-조현수가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복어독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복어독이 들어간 밀복 내장, 피를 구입해 밀복 지리(매운탕)을 끓여 고 윤상엽 씨를 죽이려고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3월 24일 항소심 결심에 참석한 고 윤상엽 씨의 누나는 재판 말미 가족의 호소문을 직접 읽으며 눈물로 호소했다. 윤 씨의 가족은 "불행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 제 동생의 한을 풀어달라"며 "억울함이 풀릴 수 있도록 엄벌로 다뤄달라"고 울먹였다. 

피고인 이은해 씨는 미리 자필로 적어온 최후 진술서를 읽으려다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재판장은 조현수 씨에 먼저 최후 진술을 할 것을 말했고, 그는 (용소계곡 사건 당시) 저체온증에 걸릴 때까지 구조 활동을 벌였다며 살인미수, 살인 혐의는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은해 씨는 윤상엽 씨에 미안하다며 사죄의 뜻을 밝히며, 고작 돈 때문에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정의이고 저 같은 못된 사람에게도 해도(해당) 되는 것이라면 꼭 진실을 밝혀달라"고 고개를 떨궜다.

■ 복어독살인미수 과연 규명됐나???

1심 유죄에 이어 진행된 이은해 조현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변호인 측의 공방 과정에서 복어독살인미수 혐의 부분이 명확히 규명됐는지는 의문스럽다. 검찰은 1심 유죄 선고와 제출된 증거물(텔레그램 메시지 대화 내용 등)에 따라 복어독이 든 매운탕을 끓여 고 윤상엽 씨를 이은해, 조현수 씨가 살해하려고 했다는 공소 내용을 고소하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된 대포항 상인들의 복어독 내장, 피를 절대 팔지 않는다는 집단 사실의견서는 재판부에 의해서도 증거로 채택됐고, 텔레그램 대화의 실제 실행 여부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은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장난으로 대화를 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복어독 관련 사전 공모 증거가 드러난 바 없으며, 복어독 내장, 피를 팔지 않았다며 대포항 상인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으며, 불상의 제3의 횟집 등에서 복어를 구매한 사실이 현재까지 입증되지 않았으며, 2019년 2월 17일 당시 양양 펜션 1차 술자리에서의 밀복 매운탕을 끓여 다 같이 먹은 일행에게서 아무런 이상 증상이 발생한 사실이 없으며, 이날 2차 술자리에서 과연 밀복(부산물 포함)이 들어간 매운탕을 끓여 먹었는지도 당시 피고인, 증인 간에 진술과 주장이 다르며, 결론적으로 2019년 2월 17일 양양 펜션에서의 술자리 직후에 아무런 복어독 중독 증상이 나타난 바 없다는 점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여전히 의문으로 남고 있다. 

대포항난전활어시장의 동해산 자연산 밀복. 밀복은 독성이 없거나 거의 없어서 가장 즐겨 먹는 복어다. / 사진 = 뉴스엔뷰DB
대포항난전활어시장의 동해산 자연산 밀복. 밀복은 독성이 없거나 거의 없어서 가장 즐겨 먹는 복어다. / 사진 = 뉴스엔뷰DB

일반적으로 테트로도톡신 독을 함유하고 있는 복어는 시중에서 식용 가능한 상태로 유통되지 않는다. 복어 조리는 자격증을 갖춘 조리사만이 할 수 있다. 수산물시장 등에서 복어독이 포함된 내장, 피를 내어주거나 팔았다는 상인도 없다. 일반 복어식당에서 식용 복어회와 함께 제공되는 식용 복어지리(매운탕)에는 정소(이리), 뼈, 껍질 등이 들어가 있다. 가장 많이 식용하고, 소비되는 복어가 밀복이다. 양식 밀복은 특히 독성이 없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어 알, 내장, 피를 완전 제거된 손질된 밀복 지리(매운탕)는 가장 많이 즐겨찾는 대중적 기호식품이다. 이런 독성이 제거된 복어지리(매운탕)를 팔았다고 처벌받았다는 복어 식당을 본 적이 없다. 복어매운탕이 유죄? 의문이다. 물론 복어독이 제거되지 않은 복어 내장, 피가 들어간 복어지리(매운탕)을 실제 끓여 먹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은해 조현수의 고 윤상엽 복어독살인미수 혐의 사건은 규명되지 않은 의문과 상반되는 팩트(사실)이 많다. 

4월 12일 이은해 조현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이뤄진다.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할까? 재판부는, 검찰은 과연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을까?용소계곡에서 익사 당한 고 윤상엽 씨와 가족의 억울함이 없길 바라면서도 '복어독살인미수' 혐의 사건에 남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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