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로봇에서 산업 노동자, 배달까지…영역의 한계 없어
4차산업 기술의 결정체 ‘로봇’… 인간의 한계 뛰어넘어
향후 노동시장 로봇이 ‘대세’, 규제 개선해야 ‘성장’

[뉴스엔뷰] “음식점 위생 등급제에서 ‘매우 우수’로 지정받았습니다.”

“크고 위험해 사람의 목숨까지 훔쳐 갔던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사람이 부딪혔을 때 정지하는 센서가 들어있어 로봇과 사람이 한 공간에서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로봇 시대’가 도래했다. 공항·식당·호텔 등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설에서는 이미 로봇 직원이 상주한 지 오래다. 과학계에서는 로봇과 인간의 공존 시대를 예견해 왔다. 하지만, 로봇은 인간의 예상보다 생활 속에 빠르게 들어오고 있고,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로봇의 존재는 점차 확산하고 있다.  

로봇월드 2022에서 선보인 치킨 조리 로봇의 모습. 최근 서비스업종에서 로봇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봇월드 2022에서 선보인 치킨 조리 로봇의 모습. 최근 서비스업종에서 로봇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1500억달러 로봇 시장,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

1999년 소니가 처음 반려견 로봇인 아이보(AiBo)를 출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25만엔(약 25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과 잦은 고장 문제로 인해 판매량 100만대에 그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초고령화 문제가 전 세계의 공통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아이보는 또다시 관심의 중심에 올라섰다. AR(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기술을 통해 사료와 간식을 먹기도 하고, ‘밥 먹을 시간’이라는 보호자의 말을 알아들으며 사료나 간식을 먹은 후에는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점점 발전하는 기술력으로 인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올해 로봇 발주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첨단자동화협회(Association for Advanced Automation)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산업용 로봇 발주량은 1만2305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 전 분기 대비 6% 증가했다. 

이유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생산성 유지를 위해 기업의 로봇 도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의 가속화도 기업이 로봇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규모가 연평균 11.7%씩 커지면서 2030년이면 1168억달러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의료 로봇 등을 더하면 1500억달러 시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로봇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대미 수출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2012년 670만5000달러 규모였던 산업용 로봇의 대미 수출액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3250만1000달러로 385%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에서도 K-로봇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로봇 활용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총 295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시에 ‘로봇 직업혁신센터’를 개소했다. 정부의 목표는 오는 2024년까지 로봇 전문인력 2100여명을 양성하는 것이다. 

◇ 기술 개발에 열 올리는 ‘기업’…‘노동력 대체’ 문제 해결 방안 시급

기업들 역시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는 고용주들이 사람 대신 로봇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례로 사람에게는 시간당 인건비 15~18달러에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했지만, 로봇에게는 10~12달러 선으로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에 다양한 업종에서 로봇 고용을 늘리려 하고 있고, 그동안 비용 문제로 로봇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 역시 로봇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까지 일자리 7500만개가 로봇으로 대체되리라 예측했는데, 위험성이 가장 큰 직업군으로 ▲회계·데이터 입력 등을 하는 사무 직종 ▲정육업 ▲서빙 및 주방 보조 등을 꼽았다. 

이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로봇의 증가가 노동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섬유제조업에 10년간 재직 중인 A씨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언젠가는 나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며 “키오스크 때문에 매장 알바생을 더 이상 뽑지 않는다는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해다. 

실제로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제조업계 노동자들의 실업률은 증가했다. 일례로 애플의 주요 아이폰 공급업체인 폭스콘은 2012~2016년까지 4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성 측면에서는 로봇을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물류 업계에 따르면, 작업자에게 상품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인 GTP(Goods to Person) 방식을 적용한 이래 작업자 한 명의 시간당 생산량은 23.8박스로 일반 작업자 생산량에 비해 54.5% 늘었다. 사람 대신 로봇이 한우 급식을 도맡아 한 농장의 경우에는 농가 운영을 1인이 할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의 고객 만족감이 두드러졌다. 

용산역에 위치한 쇼핑몰의 한 식당을 찾은 B씨는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할 뿐 아니라, 일률적인 서비스 마인드가 특히 마음에 든다고 강조했다. “로봇이 인간보다 편한 이유는 아마도 감정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라며 “무생물이다 보니 혹여 실수하더라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아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래 로봇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무상 교육 등의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배달로봇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배달로봇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일반인과 접점 늘려가는 ‘로봇’…서비스계의 아이돌 등극

팬데믹 이후 AI(인공지능)·클라우드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식품 제조부터 배달과 같은 고도의 섬세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과 트레이드 타워에서 실내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돼 출입 게이트와 엘리베이터를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 앱의 로봇배달 카테고리에서 매장 및 메뉴를 선택한 후 사무실 층과 호수를 입력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배달 현황도 카카오톡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찍이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서 관련 기술을 선보이며 로봇배달의 능력을 입증한 배달의민족은 내년에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에도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행한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배달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뉴빌리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세븐일레븐은 현재 자율주행 로봇인 ‘뉴비’를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9월에는 방배동 점포 3곳에서 2단계 실증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11월에 음식점 위생 등급제 ‘매우 우수’를 받은 점포는 로봇 치킨을 운영하는 GS25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이라고 밝혔다. 현재 로봇 치킨을 운영 중인 GS25 동래래미안아이파크점의 매출 역시 눈에 띈다. 11월 기준, 일반 점포 대비 치킨 매출은 약 1200% 높다. GS리테일 점포 운영지원실 사공민 실장은 “코로나19, 독감 등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인해 위생에 관한 관심이 높은 사회적 환경에서 믿을 수 있는 브랜드 구축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이외에도 커피를 만들고, 테이블로 가져다주기까지 하는 로봇 카페, 호텔리어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 등도 있다. 피자를 굽는 로봇도 있다. 로봇 덕분에 그동안 피자를 구워 상자에 담기까지 해야 했던 알바생은 다 만들어진 피자를 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로봇 업계는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협동로봇은 올해 1억2251달러 규모로 2020년 대비 약 107% 증가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획일적으로 안전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 배달에 쓰이는 자율주행 로봇의 경우에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돼 있어 로봇 한 대에 면허를 가진 사람이 함께 이동해야 하고, 인도, 횡단보도, 공원 출입이 불가하다. 

이에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실외 자율주행 로봇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는 한시적인 방법일 뿐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