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안심할 수 없는 ‘무염·무설탕·저지방’ 식품들…‘인공감미료’사용
식품업계, ‘건강’ 트렌드에 발맞춘 라인업으로 매년 매출 상승세
전문가, ‘무설탕 제품’이라도 혈당, 비만 등 건강에 영향 끼칠 수 있어

[뉴스엔뷰] 요즘 먹거리 트렌드를 관통하는 단어는 ‘건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요즘 소비자들은 하나를 먹더라도 좀 더 건강하게 먹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맛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칼로리는 줄이고, 설탕은 뺐지만, 맛은 오리지널과 비교해서 절대 뒤지지 않는 제품들을 내놓는 추세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용도로 첨가하는 ‘인공감미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며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공감미료가 건강상 유해하다는 근거는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혈관계 질환이나 비만 등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칼로리가 낮다고 홍보하고 있는 ‘튀기지 않은 라면’의 경우에는 정작 나트륨 함량은 기존 제품과 차이가 없어 주의가 요구된다.  

칼로리가 낮다고 홍보하고 있는 ‘튀기지 않은 라면’의 경우에는 정작 나트륨 함량은 기존 제품과 차이가 없다. 사진/뉴시스
칼로리가 낮다고 홍보하고 있는 ‘튀기지 않은 라면’의 경우에는 정작 나트륨 함량은 기존 제품과 차이가 없다. 사진/뉴시스

◇ 식품업계, 건강 트렌드 등에 업고 매출 고공행진

최근 원부자재 단가 상승 등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는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기존에 ‘건강’과는 연관성이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제품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 탈바꿈하며 소비자의 욕구 충족에 나섰다. 이에 식품업계는 연일 출시되는 신제품과 보다 다양해진 제품 라인업으로 소비자의 손길을 잡고 있다.

맛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음식의 대명사였던 라면이 대표적이다. 농심에 따르면, 10월 누적 건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성장한 780억원으로 신기록을 달성했다. 신라면건면의 경우에는 올해 10월 누적 1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15.7% 성장했다. 건면 열풍을 타고 지난 8월 출시한 ‘라면왕김통깨’도 두 달여 만에 1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이들 제품의 인기 요인은 열량은 낮고, 맛은 담백해 기존보다 더 건강한 라면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신라면건면의 열량은 350kcal로 기존 신라면(500kcal)보다 30% 낮다. 

농심 관계자는 건면의 인기 요인에 대해 “맛있으면서 살 안 찌는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기존 라면보다 열량이 낮으면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건면에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농심 측은 올해 최초로 건면 매출액이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알코올 음료’ 역시 시장에서 인기몰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2016년 903억원 규모에서 2018년 1155억원, 2020년 1319억원으로 지속해서 성장했고, 2021년에는 2189억원으로 커졌다.   

제로 탄산음료의 포문을 연 제품은 코카콜라 제로다. 코카콜라 제로는 2006년 출시 당시 소비자로부터  ‘밋밋한 맛’이라고 평가 받았지만, 이후 오리지널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맛을 보강했다. 여기에 건강을 따지는 요즘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57% 올랐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LG생활건강 음료 부문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3% 성장한 4939억원, 영업이익은 4.9% 증가한 663억원을 달성하는 등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초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롯데칠성음료의 상반기 제로 탄산음료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7.2% 성장했다. 일화는 작년 3월 온라인 전용 제품인 ‘부르르’를 론칭하며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올 9월 기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내년에는 스테디셀러인 ‘맥콜’도 제로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제과업계도 무설탕이 인기다. 지난 5월 롯데제과가 출시한 ‘제로’는 한 달 만에 20억원어치 넘게 팔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음료에 설탕 대신 첨가하는 인공감미료가 설탕의 유해함을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건강에 이롭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사진/뉴시스
음료에 설탕 대신 첨가하는 인공감미료가 설탕의 유해함을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건강에 이롭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사진/뉴시스

◇ ‘인공감미료’의 비밀…섭취에 주의 필요한 이유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맛있으면서도 지방과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 ‘제로’ 제품을 선택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먹었다간 오히려 혈당을 더 높일 수 있고, 살도 더 찌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들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과 함량 표기에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건면은 건조 방식으로 면의 수분을 제거해 보존성을 높이는 형태로 제조된다. 즉, 팜유에 튀기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칼로리가 낮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정작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나트륨 함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농심·삼양식품·샘표식품·풀무원식품 등에서 나온 건면 12개 제품을 비교한 결과, 한 봉지당 평균 열량 및 지방 함량은 유탕면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나트륨 함량은 유탕면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 봉지당 평균 열량은 382kcal로 1일 에너지 필요량 대비 19%, 지방 함량(3g)은 1일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5%였다. 이는 열량 505kcal, 지방 17g에 해당하는 유탕면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나트륨 함량은 1일 기준치의 86%에 해당하는 1725mg으로 유탕면(1729mg)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음료에 설탕 대신 첨가하는 아스파탐(aspartame), 사카린(Saccharine), 아세설팜칼륨(acesulfame K), 수크랄로스(Sucralose) 등 인공감미료도 문제다. 인공감미료가 설탕의 유해함을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건강에 이롭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대동병원 내분비내과 조아라 과장(당뇨교육의)은 인공감미료는 인체의 대사활동을 교란하면서 오히려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인공감미료를 섭취한 사람은 섭취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만이 될 확률이 높고, 체중감량을 방해하며 살을 더 찌우는 공복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감미료는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 뇌는 단맛을 일단 느끼면 관련 뇌 부위가 활성화되고,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단맛에 중독되는 보상 시스템에 불이 켜져 나중에는 더 강도가 높은 단맛을 찾게 된다. 

특히 당뇨 환자에게는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제로 과자는 당 알코올의 일종인 에리스리톨(erythritol), 말티톨(maltitol)로 단맛을 내는데, 이들 감미료는 구조적으로 단당류에 속해 분해될 것이 없어 섭취하는 즉시 혈액 속으로 들어가 혈당을 올리기 때문이다. 

조아라 과장은 “체중조절이 필요하거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인공감미료 섭취가 해로울 수 있다”며 섭취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품의 표기 성분을 더 세분화해 표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도 제품의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탕이 없다고 하더라도 당류가 ‘제로’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제품에 표기된 당알코올과 탄수화물 비율, 인공감미료 종류 등을 확인하고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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