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관념…‘호기심’아닌 일상적 소비 ‘관건’
정부의 육성 정책과 민간기업의 적극적 투자 필수
판 커지는 ‘대체육’ 시장, 미래 식문화 중심축 가능

[뉴스엔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육식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최근 ‘비건’ 관련 제품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식물 단백질로 고기와 비슷한 맛을 구현하거나, 실험실에서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기로 만드는 기술은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진짜 고기’의 질감과 식감을 구현하는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소비자 손길 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식품업계에서는 매년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 역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대체육은 소비의 한 축이 아닌, 트렌드를 쫓는 소비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업계에서는 ‘진짜 고기’의 질감과 식감을 구현하는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소비자 손길 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진짜 고기’의 질감과 식감을 구현하는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소비자 손길 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제품 출시 이어지며 가공식품 시장 형성

대체육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유는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이슈 때문이다. 실제로 육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양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39.2kg, 소고기 1kg은 27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게다가 붉은 고기에 함유된 포화지방이 나쁜 콜레스테롤과 혈전을 증가시키고 암뿐만 아니라 심·뇌혈관 질환, 비만, 당뇨병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육고기를 대신할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가짜 고기’, ‘콩고기’로 치부됐던 대체육은 최근 식감부터 향까지 고기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KATI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47억달러 규모에서 2023년에는 약 6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이 약 10억달러 규모로 전체 시장의 21%를 차지하며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영국(12.9%) ▲중국(6.0%) ▲독일(5.5%) ▲일본(4.7%) 순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글로벌 시장 연구기구 리서치앤마케츠는 2025년에는 대체육 시장 규모가 279억달러(약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대기업,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개발하며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 투썸플레이스는 가치 소비 트렌드와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식물성 대체육 옴니미트 샐러드랩 판매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해당 제품은 버섯, 콩단백으로 돼지고기 맛을 구현한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했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는 식물성 단백질 푸드테크 기업 알티스트와 협업해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삼각김밥, 김밥, 유부초밥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이 작년 말 출시한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은 국내외 매출이 월평균 20%씩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수출국도 10개국에서 30여개국으로 넓혔다. 풀무원은 콩·두부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매출을 3년 안에 4배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2020년 4월 선보인 식물성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드’의 올 4∼11월 매출은 2020년 같은 기간보다 약 800% 증가했다. 또, 미국 현지 최대 급식업체인 ‘매사추세츠대학교 다이닝’과도 협업을 넓히고 있다.

농심은 작년부터 자사 대체육 브랜드인 ‘베지가든(Veggie Garden)’을 선보였다.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해 내놓은 베지가든은 대체육은 물론 조리 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18개 제품으로 구성했다. 얼마 전에는 식물성 참치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월 열린 비건페스타 박람회에서 콩고기 시식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업계 관계자는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소비자의 꾸준한 수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열린 비건페스타 박람회에서 콩고기 시식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업계 관계자는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소비자의 꾸준한 수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 소비자에게 ‘힙’한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식…구매패턴으로 이어져야

대체육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소비자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는 대체육을 구입하거나 먹는 행위가 단지 ‘트렌드한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소비자의 꾸준한 수요가 필요하다”라며 “아직 국내에서는 갈 길이 멀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체육 성장세만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유럽의 대체육 시장은 25억9700만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14.4% 성장했고, 미국은 18억3400만달러로 24% 성장해다. 하지만, 국내 대체육 시장은 1억8400만달러로 5.7% 성장했다.  

이는 한국의 식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여전히 육고기 문화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사람들의 구매패턴이 절실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육류에 비해 높은 가격도 소비자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미국 맥도널드의 ‘맥플랜츠 버거’는 판매량 예상치의 1/3에 그쳐 결국 관련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버거킹과 KFC 역시 저조한 판매 실적에 미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즉, 소비자는 일반고기보다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대체육 제품을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장기적인 미래성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대체육 햄버거 패티의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냉동 대체육 고기와 닭고기를 포함한 다른 카테고리의 판매량은 올랐다고 발표했다. 특히 소매 부문에서 전년 대비 60% 이상 달러 매출이 올랐다.

이에 전문가들은 생태계 구축을 위해 대체식품이나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부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미비한 법안으로 인해 산업 활성화가 더딘 상황이었다. 이에 최근 푸드테크 산업 정의와 지원책 마련을 골자로 한 ‘식품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관련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시장 발전 속도에 비해 산업 활성화는 더뎠던 것이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면 산업이 활성화돼 레스토랑을 비롯한 각종 소매업체에서도 대체육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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