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바이든의 선전포고와 시진핑의 거센 반격

[뉴스엔뷰]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통해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형성할 수 있는 경제‧외교‧군사‧기술 능력과 함께 그럴 의도를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중국을 경쟁에서 능가할 것’이라며 중국을 자국의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열린 인프라 행사 참석을 마치고 취재진에 얘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법에 근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원료의 국내 생산 확충을 위해 28억 달러(약 4조 원)를 12개 주 20개 배터리 기업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2022.10.20.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열린 인프라 행사 참석을 마치고 취재진에 얘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법에 근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원료의 국내 생산 확충을 위해 28억 달러(약 4조 원)를 12개 주 20개 배터리 기업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2022.10.20.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되었지만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실시 이후 무서운 경제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 판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업 투자와 제조업의 근간이 중국으로 집중됨과 동시에 미국은 제조업의 쇠퇴와 경제성장률 둔화의 조짐이 더욱 가속화 되었다. 이에 미국은 경제안보의 논리를 내세워 대중국 제재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2020년 화웨이에 미국의 기술‧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제품 판매 금지시킴으로써 세계패권을 지키기 위한 대중국 경제 제재의 서막을 알렸다. 같은 해에는 미국 기업이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하기 위해서 정부의 허가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며 중국으로의 반도체 제조 기술 유입에 대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한 이듬해에는 네덜란드 정부에 ASML가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연맹 국가들과의 협공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급기야 8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규로 건설하거나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10년간 금지하는 반도체 과학법(이하 반도체법, CHIPS and Science Act)을 시행했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칩 설계에 필요한 전자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등도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달 9월에는 미국 주도하에 미국‧한국‧일본‧대만 4개국의 반도체 협의체인 칩4(CHIP4)의 실무그룹 예비회의가 개최되는 등 미국이 반도체 생산 기지로서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는 가운데, 10월 7일 미국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 기술‧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차단하는 신규 수출통제 조치를 추가 발표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주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발효시켰다. 보조금을 받지 못한 전기차는 판매가격이 상승될 수밖에 없으며 한국에 제조 시설을 가지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국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산업 중에 하나인 바이오 산업도 바이든 정부의 타깃이 됐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은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행정명령을 시행했다. 원료의약품(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향후 5년간 1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제약‧생명공학을 포함한 바이오 산업 전 분야의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다. 

[베이징=AP/뉴시스] 10월 16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 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10월 16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 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 시진핑 3연임 확정... 미국과의 패권전쟁 재점화 

지난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0.4% 떨어지고 코로나로 인한 소비심리 축소, 버블 폭탄으로 위험신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 등 중국 경제가 예전과 다른 하강과 답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는 이러한 위험요소들을 국가 결집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며 무난히 연임의 길로 안착했다. 

미국의 거듭된 대중국 경제제재에 강력한 비난을 쏟아내며 미국과 큰 부딪힘을 피하면서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 미국과의 연맹 관계가 다소 약한 국가들을 위주로 일대일로 정책을 활성화시키며 연대를 공고히 하는 것에 집중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중국을 유일한 위협국가로 천명했고 경제제재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열을 가다듬고 3연임 통과에 집중했던 시진핑 정부가 이제는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반도체와 관련한 3천 470여개의 중국 기업이 폐업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2015년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는 202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40%까지, 2025년까지는 7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작년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6.7%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에서 외국 기업을 제외한 중국 국내 기업의 자급률은 6%대를 밑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반도체법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면 반도체 첨단 기술력이 아직 다져지지 않은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반도체는 생활가전 뿐만 아니라 첨단 무기 개발에도 핵심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제조업 기반을 지킴과 동시에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원천적으로 막음으로써 군사적 우위도 함께 챙기려는 의도인 것이다.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미국에게 막힌 반도체 기술 유통 통로를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해결해야 하는 국면에 서게 됐다. 

◊ 미-중 고래싸움에 등이 터질 것인가... 한국, 실리 경제 외교 노선 견지해야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무역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에 두 국가 사이에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추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지난 10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시진핑 3기 이후 미중 패권 경쟁 전망과 우리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발제로 나선 박효민 변호사는 대한민국헌법 제6조 제1항에서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외정세 변화는 우리 기업과 대외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과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파생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벌써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생산하는 아이오닉5와 EV6가 각각 7월 대비 30%,  8월 대비 22%로 판매랑이 크게 감소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위원장 김태년)가 시진핑 3기 이후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색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위원장 김태년)가 시진핑 3기 이후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색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현상들은 시작에 불과하며 한국 경제에 엄청난 쓰나미로 몰려올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눈치와 중국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서 당면한 과제를 풀어내기에는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의견도 많다. 

발제에 나선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현 상황에 너무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중국에게 한국은 반도체 협력 대상국으로 적합하기 때문에 3~5년 이내에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잘 이용한다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보와 경제는 별개의 논리로 접근하는 실리 경제 외교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한국은 군사적 동맹관계는 분명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만 보더라도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이미 과거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했던 모습을 잊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방향적인 한 개의 노선만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하는 외교를 펼친다면 우리에게는 허울뿐인 연대만 남고 국가 경제의 심각한 내상만 입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려퍼지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