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美中 세계패권 경쟁, 한국 경제 ‘빨간불’

[뉴스엔뷰] 지난 7월 29일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 과학법(이하 반도체법, CHIPS and Science Act)이 통과되면서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재편을 예고했다. 이 법안은 중국을 중심으로 전략적 경쟁국 대비 기술경쟁력‧군사력‧경제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종합 과학기술 전략 입법으로서  대중국 기술패권 수성을 위한 인공지능 및 연관 첨단산업 경쟁력과 경제‧산업 안보 강화 등 을 제시한 인공지능 국가 안보위원회(NSCAI,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의 제언을 상당 부분 채택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기업 경영진, 노동계 지도자들과 화상으로 반도체법 관련 '칩스 법안'(Chips Act)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회복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말까지 대면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기업 경영진, 노동계 지도자들과 화상으로 반도체법 관련 '칩스 법안'(Chips Act)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회복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말까지 대면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강자로 성장할 수 있는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미국의 의도이며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교류와 중국의 수출 시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한국이 틈새에 끼여 잘못하면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법 실행을 위해 바이든 정부는 예산 527억 달러(약 69조원)를 확보함과 동시에 반도체촉진법을 포함하여 시설 및 장비 투자에 25% 세액공제를 도입했다.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 및 타 요주의 국가(Foreign Country of Concern) 내 장비 도입과 증설 등 제조역량 확대와 신설 투자가 금지된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월 7일 미국은 보조금 차별 지급에 그치지 않고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장비의 중국으로의 수출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는 조치들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건별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등 생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다만 지난 10월 12일 미국 상무부는 한국 기업에 중국 현재 공장에 대해서는 1년 동안 미국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도 장비를 수입하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을 통보해 일정기간의 유예기간이 확보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산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입이 전면 차단되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반도체 생산량은 늘고 있지만 아직 기술은 낮고 외국 기업의 위탁 생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다. 

미국은 연대를 통한 대중국 반도체 봉쇄전략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미국 주도하에 한국‧일본‧대만 4개국의 반도체 협의체인 칩4(CHIP4)를 결성한 것이다. 칩4는 미국이 설계와 장비, 원천기술, 대한민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 일본은 소재·부품, 대만은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구상하고 있고, 공동체 목표는 ‘협력 국가 간 안정적 반도체 생산·공급’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 시장을 의식해 ‘칩4 참여국의 하나의 중국 존중’,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제외’ 등 2가지 원칙을 제안하고 있어 협의체 참여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도 칩4 가입에 대해 반대의 입장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박정 의원은 “중국이 여전히 우리나라와 최대 교역국이고 칩4,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인도-태평양 도서국 협의체(PBP) 등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봉쇄전략이 여전히 실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턱대고 따라갈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우리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국익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에서도 반도체의 주원료인 희토류의 대미수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격한 여론이 들끓고 대미 강경노선을 펼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임이 결정되는 등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은 태풍의 눈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 움직임은 사실 예전부터 진행되었고 준비되었지만 그 예상되는 파장에 비해 한국 정부가 준비해 둔 대응책은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중국으로의 반도체 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강경노선은 더욱 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 협력 국가로서 중국과 협의하고 손잡아야 할 부분과 반도체 생산 위탁업체로서 중요한 파트너인 점을 미국에 강력하게 제시해 법안 발효시점을 늦추는 협상을 시작하는 등 지금이라도 발빠른 대처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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