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美中 세계패권 경쟁, 한국 경제 ‘빨간불’

[뉴스엔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인 ‘더 나은 재건( BBB, Build Back Better’계획에 포함된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ies Plan)의 수정안이다. 지난 8월 16일에 발효된 IRA는 총 7,73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 보건 분야 복지 개선, 기업 과세 개편 등에 투입하여 미국의 재정적자 해소 및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감축하는 효과를 도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결의가 필요하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의료, 처방 약,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IRA를 통과시켰다"라고 말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결의가 필요하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의료, 처방 약,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IRA를 통과시켰다"라고 말했다.

IRA 법안 내용에서 한국에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전기차 보조금 문제이다. 북미 지역에서만 제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부분이 한국 전기자동차 시장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전기차량용 배터리의 일부 소재의 중국산 비중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중국의 전기차 제조‧유통‧수출입에 있어서 경제적 이익을 철저히 배제시키겠다는 의도에서 IRA 법안이 발효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미국 내에 노조가 있는 기업의 전기차에게만 세제 공제를 해준다는 내용은 미국 내에 노조가 없는 일본 토요타 공장을 제외하고 자국 기업인 테슬라에만 유리하게 적용시키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속내도 여실히 볼 수 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시진핑 3기 이후 미중 패권 경쟁 전망과 우리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발제로 나선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부장은 “IRA의 진짜 이름은 투자촉진법”이라고 말하며 “미국은 중국의 견제와 더불어 미래 제조업의 대표주자가 될 전기자동차 산업을 통해 제조업 경제 부흥을 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IRA은 다른 법안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미국 의회를 통과됐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미국 경제 침체를 타계하고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법안에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제 자유무역국가가 아닌 자국 경제보호주의 국가로서의 미국의 색채가 한층 더 강화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국의 변화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량이 7월, 8월 대비 30%와 22%로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으며 실적 하락은 더 크고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는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이 생산하는 전기차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산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IRA 법안 서명 이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큰 우려를 표명한다. 더 나아가 일부 국제통상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안 없이 미국만 바라보다가 국가 실리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자동차에게 105억달러(한화 약 14조) 투자 약속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켰으며 ‘미국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특파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특파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발등에 떨어진 IRA의 대응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12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돈 패럴 호주 통상‧관광장관과 핵심광물 공급망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 이는 IRA로 인한 전기차 산업의 피해를 줄이고자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 이외의 출구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바이든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미 당국 고위 관계자 20명에게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이 포함된 IRA가 발효된 데 따른 해결책 모색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자유무역주의를 버리고 자국의 국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미국과 위협 대상으로 지목된 중국의 생존을 위한 반격 속에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타산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정부의 외교술과 대응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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