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헌정 이래 최초로 대한민국 수도의 현직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 한국 여성 인권 운동 역사에 공헌한 그가 성추행 의혹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여파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사망 후 어떤 여파가 있었는지 정리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7월 9일 오전 박 전 시장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오후에 예정되어 있던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도 취소하고 10시 44분 종로구 가회동 소재 서울특별시장 공관에서 나와 배낭을 등에 메고 외출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17시께 박 전 시장의 딸은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하고 나갔다. 지금 전화기가 꺼져 있는데, 아버지를 찾아 달라'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0시 1분 박 전 시장은 성북구 숙정문 인근 한국가구박물관 주변에서 수색 약 6시간 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실종 사건 전날 박 전 시장이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고소인 A 씨는 박원순 시장이 2017년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다수의 음란 사진을 전송했고 A 씨의 사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시장의 집무실 내부 침실에서 자신에게 신체접촉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 시장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당초 서울시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관련 사실이 계속 확인되자 "피소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물러서다 2차 브리핑에서 "고소장이 7월 8일경에 접수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고소 사실이 확인된 8일 밤 서울시 젠더 특보 등과 대책 회의를 하고 고소인에 대한 사과와 시장직 사의 필요성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해당 고소 사건은 추가 수사 없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22일 오전 서울의 한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22. /사진=뉴시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22일 오전 서울의 한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22. /사진=뉴시스

7월 13일엔 고소인 A 씨는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밝혔다.

당시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나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며 "피고소인이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올해 2월 6일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자나 사진은 피해자가 친구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보여 준 적도 있다"며 "동료 공무원도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성적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는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고소 내용에 대해 김 변호사는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죄명을 적시해 7월 8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다음날 오전 2시 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 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한 사실도 밝혔다.

이후 서울시청 소속이 아닌 외부인 B 씨가 추가로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인물은 2018년 서울시가 외부 사업자와 행사를 진행할 때 특정 프로젝트 참여자로, 그는 박 전 시장이 모바일메신저로 사적인 사진들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규정상 공소권 없음으로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직접 고소 사건을 수사할 수 없지만, 관련 수사 과정에서 강제수사 필요성이 있으면 할 수도 있다며 사실관계 파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인터넷상에선 박 전 시장 사망을 고소인 탓으로 몰아가거나 무관한 사람의 신상을 파악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또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음모론도 퍼졌다. 실제 고소인은 박 시장의 사망 여파로 정신과 치료 중이며 경찰이 신변 보호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측이 의혹에는 함구한 채 추모만 하고 있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 서지연 검사의 미투 사건 등에서 민주당이 보였던 태도와 달리 박 전 시장 건에 대해선 지나치게 온건하다는 지적이었다. 아울러 민주당 유력인사들이 고소인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 등의 명칭으로 부른 사실도 논란이 됐다.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서울시는 장관급 현직 기관장이 사망한 경우의 의전 지침에 따라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를 진행했는데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진상 조명 없이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은 자칫 미화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특별시장(葬)에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59만 6천 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결국 장례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조문 논란도 있었다. 정의당 일부 의원들은 서울특별시장 반대와 같은 맥락에서 조문을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일각에서 '고인을 모독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일부 정의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자 심상정은 공식으로 사과했다.

현재 박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은 전·현직 서울시 부시장과 시장 비서실장들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옮겨갔다. 경찰이 관련 사실을 조사하면서 박 전 시장과 관련된 의혹이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관련 인물들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의 고충 호소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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