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직 여직원에 상습 성추행...대구·경북 지역사회 '멘붕'

[뉴스엔뷰] "비 올 때 우산 빼앗지 않는 금융을 실천해 고객들의 신뢰를 얻게 된 것 같다. 지역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은행이 되겠다."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DGB대구은행장. <사진=뉴시스 제공>

앞서 창립 50주년을 맞아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이 같이 공언했지만 최근 사내 성추행 논란으로 빛을 바랬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은행 간부 직원 4명은 부서 회식자리에서 파견직 여직원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했고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여직원을 불러내 스킨십을 요구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간부 직원은 여직원을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해놓고 모텔로 끌고 가 성관계를 시도하려고 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대구은행 간부가 직위를 이용해 비정규직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지켜보는 지역사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구의 한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A(26)씨는 "관행으로 치부되던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며 "이런 관행이 이번 기회에 근절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B(32)씨는 "지역의 대표은행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충격을 받았다"며 "향토 기업에 대한 배신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대학생 C(22·여)씨는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 이런 소식을 들어 무섭기까지 하다"면서 "거래 은행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50년 향토은행'을 표방하는 대구은행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대구 은행은 지역 향토은행으로서 다양한 금융지원을 실시하며 지역민과 공존해 왔다는 평을 받았다. 지방은행들이 수도권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때도 유일하게 대구은행만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점과 ATM(현금입출금기) 수를 유지해 왔다.

1분기 성적도 좋았다. DGB금융지주는 자회사 대구은행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186억2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925억9500만원으로 7.3% 증가했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한 상황.
 
경영성적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박인규 은행장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났다. 박 행장은 부서원들과 열린 토론을 하는 '부점 혁신의 날'을 월 1회씩 진행하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직원들과 함께 야구 관람을 하는 등 내부 소통에 힘써 왔다. 이에 2017 대한민국 CEO리더십 대상에서 '혁신경영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성추행 사건의 솜방망이 처벌과 일부 의혹들이 신속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구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사건 정황을 파악하고 당사자 간 조사를 진행 중이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면 가해 직원 징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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