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한동훈 “NO”
공천권-대선주자 ‘한동훈’…윤심(尹心)뿌리 ‘흔들’?

[뉴스엔뷰] 현재권력미래권력이 다투면 누가 이길까?

현재권력은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고 미래권력은 아마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권력의 맨 꼭대기인 정점에 있다. 예전 임금처럼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여권의 강력한 파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제공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에서 여당 대표도 수시로 바뀌었다. 윤심(尹心)에 따라서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이준석 당대표는 당원권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표직에서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

이후 주호영 비대위, 정진석 비대위를 거쳐 김기현 대표체제가 들어섰다. 김기현 대표가 당선되는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연판장 사건, 대통령실의 안철수 대표 비판 등 윤심(尹心) 논란이 정점에 달하기도 했다.

권력의 살벌한 칼날은 권력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돌던 김기현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지만, 한 달 만에 한동훈 사퇴설이 나오며 정치권이 시끌벅적해졌다.

현재권력의 윤석열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한동훈 비대위원장 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한 위원장은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아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후배였다라고 말했다는 언론보도만 봐도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선·후배 관계를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다.

23일경에 두 사람의 스타일을 잘 대변하는 찌라시가 돌았다.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일 처리 스타일이 달랐다는 내용의 찌라시였다.

윤 대통령이 쭉 설명하면 한 위원장이 계속 듣고 있다가 최종적으로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윤 대통령이 완전히 일임하고, 나중에 보고받는 관계였다고 한다. 항상 그런 식으로 해왔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을 만큼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갑자기 충돌했다. 대통령실에서 한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여권 내부 권력투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를 붕괴시키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한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즉각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 간 갈등을 약속대련이라고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약속대련 주장을 한 대표적인 인물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이다. 이 대표는 23SBS 유튜브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이 우세를 가진다는 의미가 나중에 어떻게 활용될지도 중요한 것이라며 결국 윤 대통령이 의중을 접어주고 한 위원장이 이득을 보는 시나리오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이건 예고된 대련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도의 정치게임인지 갈등의 폭발인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대표는 임기가 의미 없다면서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대표도 퇴출된다. 하물며 임명직 비대위원장은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21일 저녁에는 대통령실의 사퇴요구 관련 언론보도가 나오자, 국민의힘 출입기자 단톡방에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손쉽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제압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사실상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주도권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쥐고 있다고 보는 정치권의 시각도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갈등 원인으로는 한심(韓心) 공천’, 즉 한동훈 위원장의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私薦) 논란이었다.

대통령실도 이 문제를 한동훈 공격 소재로 사용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윤핵관인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와 협의한 사안임을 밝히면서 대통령실의 주장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물론, 협의인지 발표 전 통보인지는 분명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관련 사과를 요구하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한 게 대통령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부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이 사퇴하는 선에서 윤-한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이유다.

더구나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을 흘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코너에 몰고 있는 것도 한 위원장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그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다, 사실상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있었음을 언론에 흘렸다.

한 비대위원장은 검사시절에도 언론을 매우 잘 활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이 당무 개입에 대한 고발을 당 차원에서 검토하는 등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준석-김기현 등 역대 당대표들과 달리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버티기가 일단은 성공한 모습이다.

이러한 버티기 성공은 총선 공천권을 쥔 비대위원장이라는 점과 여권 내 지지율이 가장 높은 대선후보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군대는 계급이 깡패라면, 정치인은 지지율이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여권 총선 출마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신 한동훈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홍보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일부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도 한동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미래권력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가 형성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4월 총선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 됐다.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되면 정권 내내 식물정부가 될 것이고, 국민의힘이 원내 1당이 되면 미래 권력인 한동훈의 급부상으로 레임덕이 가속화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이 관리형 비대위원장이 아닌 대선후보 비대위원장이라는 점에서, 한동훈 비대위 카드가 실행된 순간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 권력이동과 배신의 정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포석이 된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이다.

다만, 이번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검사시절 입었던 파커를 입고 등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에서 향후 진행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유리하게만 전개될 가능성엔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형제나 조카, 심지어 자식도 죽였던 왕들도 있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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