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시리즈 성공한 쿠팡플레이, 이용자 락인효과 ‘톡톡’
애플,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스포츠 중계 열의 국내 OTT도
리스크 큰 자체 제작 시리즈보다 중계권이 시청률 보장 카드

[뉴스엔뷰]유럽축구 리그가 연이어 개막한 데 이어 쿠팡의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이용자 확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클럽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쿠팡플레이시리즈’가 흥행하면서 OTT 업계의 스포츠 중계권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지난 7월 3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시리즈 2차전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 엘링 홀란이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7월 3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시리즈 2차전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 엘링 홀란이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와우 고객 이탈 막은 쿠팡플레이

최근 쿠팡플레이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친 쿠팡플레이는 국내외 인재 채용에 나서며 본격적인 OTT 채널로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쿠팡 채용 사이트를 통해 서울을 비롯한 싱가포르 등지에서 쿠팡플레이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부터 콘텐츠 수출·수입, 홍보팀 등 17여 개 부문이다. 쿠팡플레이는 인원을 충원하고 방송사와 제작사를 대상으로 신규 콘텐츠 수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콘텐츠의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등 세계 명문 축구 클럽을 한국으로 초청해 왔다. 또한 해외 축구뿐만 아니라 K리그, 포뮬러(F1), 스페인 프로축구, NFL(미국 내셔널풋볼 리그) 등의 독점 중계권을 따내며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86만 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1142만 명, 티빙 519만 명으로 각각 1, 2위를 기록했으며 웨이브는 395만 명으로 쿠팡플레이에게 3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2020년 말, 첫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플레이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못했다. 당시 쿠팡의 누적 적자가 5조 원을 넘기면서 업계에서는 쿠팡의 OTT 진출이 적자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 하지만 오픈 2년 만에 스포츠 중계의 지속적인 확장과 시리즈 성공을 기반으로 오히려 쿠팡의 유로 멤버십인 ‘와우 고객’의 이탈을 막는 대표적인 ‘락인효과’ 역할을 했다.

락인효과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기존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또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스포츠 중계를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수개월에 걸쳐 진행하는 프로리그만 중계해도 OTT는 그 리그를 보는 시청자를 계속 락인하는 셈이다.

국내프로야구부터 해외야구, 축구, 해외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중계로 이용자를 늘리고 있는 스포키  사진 / 스포키 홈페이지 캡처
국내프로야구부터 해외야구, 축구, 해외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중계로 이용자를 늘리고 있는 스포키  사진 / 스포키 홈페이지 캡처

국내, KBO 중계 중심 OTT 시장 과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티비 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글로벌 OTT도 스포츠 콘텐츠도 스포츠 중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티비 플러스는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MLB) 중계를 시작한 데 이어 미국 프로축구(MLS)를 올해부터 10년 동안 독점 생중계한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미국프로풋볼(NFL) 경기 일부를 독점 중계한다.

토종 OTT도 스포츠 중계를 늘리고 있다. 티빙은 KBO는 물론 프로배구 V리그,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와 종합격투기 UFC, 월드 복싱 슈퍼매치를 방송한다. 특히 분데스리가로 이적한 김민재 효과를 톡톡히 볼 예정. 티빙은 연일 ‘분데스리가 스트리밍은 오직 TVING’이라며 이를 활용한 홍보에 나서는 중이다. 웨이브도 KBO를 비롯한 방송 3사 중계 스포츠 경기를 제공 중이다.

글로벌 OTT뿐만 아니라 이동 통신사들도 스포츠 중계에 꽂혔다. 자본력과 제작 경험이 부족한 통신사로서는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등에 비해 스포츠 중계가 투자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인식되기 때문.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플랫폼은 LG유플러스의 ‘스포키’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는 지난 4월 누적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스포키는 야구와 골프를 비롯해 축구, 농구, 배구, 당구, 볼링, 낚시 등 8개 종목을 중계한다. 특히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과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을 생중계하며 이용자가 대폭 늘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승부예측을 접목한 KBO 중계로 락인효과를 노린다.

2022~2023시즌 프로농구 타이틀 스폰서인 SK텔레콤(017670)도 KBO 중계에 나선다. AI 비서 에이닷(A.) 내 영상 서비스 ‘에이닷tv’에서 KBO 전 경기를 광고 없이 중계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가입자는 데이터 사용료도 무료다.

통신사와 국산 OTT들이 KBO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장기간 고정 시청자층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경기가 열리고, 한 경기에 최소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4월부터 10월까지 반년 이상 지속되는 만큼, 이보다 더 매력적인 콘텐츠는 흔치 않다.

물론 스포츠 중계를 위해 적지 않은 중계권료를 내야 하지만, 시리즈 당 최소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영화·드라마·예능·다큐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에 비하면 중계권료는 상대적으로 투입 대비 효과가 확실하다는 평가다.

스포츠 다큐멘터리 제작에 집중해 온 넷플릭스가 골프 경기 중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 / 넷플릭스 캡쳐
스포츠 다큐멘터리 제작에 집중해 온 넷플릭스가 골프 경기 중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 / 넷플릭스 캡쳐

WSJ, “넷플릭스, 골프 중계 시동”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OTT 공룡 넷플릭스까지 스포츠 중계에 발을 담근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스포츠 중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가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 포뮬러원(F1) 드라이버와 프로골퍼들이 참여하는 골프대회를 생중계하기 위한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보도했다.

대회에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자동차 경주대회 F1 다큐멘터리인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와 미국프로골프(PGA) 골퍼들을 밀착 추적한 다큐멘터리 '풀스윙'에 출연한 유명 선수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만일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넷플릭스는 스포츠 생중계 분야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 된다. 소식통들은 넷플릭스 경영진이 이 사안을 1년 이상 논의해 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넷플릭스도 스포츠 생중계권을 확보할 경우 신생 광고 사업을 촉진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스포츠 중계권 확보보다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해 왔다. 특히 지난 1월,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스포츠 중계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계권 경쟁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스포츠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처럼 유명인 골프대회 개최와 관련해서는, 스포츠 생중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조심스럽게 스포츠 중계를 맛보기 위한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포츠 생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은 넷플릭스의 광고 사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새로운 수익원을 구하는 스트리밍 업체의 주요 전략적 변화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OTT 등 유료 플랫폼의 스포츠 중계권 독점과 보편적 시청권 충돌에 대한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과거에는 보편적 서비스가 가능한 방송플랫폼이 지상파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굳이 스포츠 조직들이 지상파 방송사만을 찾을 이유가 사라진 가운데, OTT 시대에 들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중계권을 방송사가 아닌 유통회사 또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독점적으로 확보한 상황에 맞춰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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