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집권당 금기어 ‘레임덕’ 발언
“역린”, 대통령실 · 친윤계 ‘부글부글?’

[뉴스엔뷰] 집권여당의 금기어 중 금기어는 단연코 레임덕이다. 레임덕은 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통치력 저하를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홍준표 대구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홍준표 대구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 정치 지도자의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지도력 공백 현상을 일컫는다. 원래는 채무 불이행 상태에 놓인 증권거래인을 가리키는 경제용어였는데, 19세기 미국에서 임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가리키는 정치 용어가 됐다.

그런데 이 레임덕이라는 단어가 야당도 아닌 여당에서 튀어나왔다. 그것도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 입에서 나온 것은 여당 스스로 금기어의 봉인을 해제시킨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권은 레임덕에 들어간다고 했다.

사생결단을 해서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여권 스스로 레임덕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이 문제다.

이러한 표현 문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집단 린치를 당한 사례가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라는 단어를 언급해 징계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양두구육이란 표현은 지난해 7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으로 추정되는 대화방에서 문자 대화를 나누던 중 문자 내용이 공개된 것과 관련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자에서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했고,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돌이켜 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는 표현을 하면서, 대선 후보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개고기에 빗댄 것 아니냐는 분노가 제기됐다.

자당 대통령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기자회견을 보셨으면 대통령이 개고기라고 생각하실 수가 없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전당대회 당시, 안철수 김기현 두 후보가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 / 뉴시스
전당대회 당시, 안철수 김기현 두 후보가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 / 뉴시스

안철수 국회의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를 꺼냈다가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여당 지도부에서도 비판 발언이 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빠지기도 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당시 “‘안윤 연대라는 표현은 누가 썼나라며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인가라고 지적했다.

윤안연대논란과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후보가 윤안 연대를 거론한 것은 역린을 건드린 커다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차기 경쟁하는 잠재적 인사들이 안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차기 경선이 불공정 경선이 될 걸 뻔히 알고 있는데, 말없이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라며 정권 초기부터 차기를 운운한다면 이 정권이 온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은 힘 모아서 윤 정권을 안정시킬 때다. 감정도 욕심도 버리고, 오로지 당과 나라를 위해서 정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의 레임덕발언은 총선 승리를 위해 사생결단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이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 안철수 국회의원 사례에 비춰보면 사실상 불경죄에 해당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홍 시장은 앞서 김기현 당대표를 겨냥해서는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김기현 대표가 대구시정에 전념하라고 지적하자 현역 정치인으로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당 상임고문에 위촉된 것은 내가 처음이고, 당 상임고문에 위촉한 것은 중앙정치에 관여해달라는 것이라면서 당 상임고문 해촉 절차를 거치든지 해야지 지금 김 대표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과 연대라는 표현을 썼다가 불경죄(?)로 대통령실의 비판을 받은 바 있어, 임기 1년도 안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역린을 건드린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권은 레임덕에 들어간다는 표현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로 표현하는 게 옳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윤안연대에 대해서 직격탄을 날린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레임덕을 언급한 홍 시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 누수현상을 뜻하는 용어는 데드덕(Dead Duck)’이다. ‘죽은 오리라는 뜻으로, 정치 생명이 끝난 사람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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