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고령화 사회 초읽기, 무임승차 연령 조정 필요
경제력 고려하고 단계적으로 노인 기준 상향 해야
출·퇴근 시간대 징수 등 일부 시간대라도 제한해야

[뉴스엔뷰] 서울시와 대구시는 수년간 누적된 지하철 적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그 보완책의 하나로 ‘노인 연령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각종 문제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세대 간 갈등으로 확산하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소통과 합의에 실패하면 ‘반감’만 가져올 뿐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지하철 운영 적자가 불어나면서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변화를 주장하는 의견과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하철 운영 적자가 불어나면서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변화를 주장하는 의견과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노인 무임승차, 일반 탑승객 ‘요금 인상’으로…일부 시간대라도 조정해야

“복잡한 출퇴근 시간대만이라도 해결해주세요”

오전 7시부터 9시 지하철의 풍경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출근하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는 지하철 역사와 내부는 바삐 움직이는 구두 발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지만, 사람들의 심적인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는 시각이다. 

그래서인지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는 현재 65세로 설정된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적지 않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서울역까지 통근한다는 A씨는 “출퇴근 시간 등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 어르신들까지 몰려 지하철이 더 복잡하다”며 “최소한 출근 시간대만이라도 단계적으로 요금을 부과하면 노인 탑승 밀도가 줄어들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을 타고 강서구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B씨는 “지하철 적자는 탑승객의 이용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부 시간대만이라도 할인 등 융통성 있게 교통비를 조율하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에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1980년 5월이다. 처음에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50% 할인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지만, 노인복지에 대한 변화하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1982년 2월 65세 이상 노인으로 연령을 조정했다. 이후 1984년 6월부터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 구간에 대해 전액 무임승차를 해주는 것으로 확대하면서 1991년 서울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까지 제도가 확대 시행됐다. 

여기에 노인의 무임승차를 복지 차원에서 바라봤을 때,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교통 부분 복지정책 효과분석:지하철 경로 무임승차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는 65세 이상 노인의 활동을 증가시켜 자살 감소(617억), 우울증 감소(322억), 교통사고 감소(1152억), 의료비 절감(230억), 기초생활 급여 예산 감소(908억), 관광활성화(131억) 등의 편익을 발생시킨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년 후부터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한국은 곧 청년보다 노인의 인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변화하지 않으면 지하철의 적자는 더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지하철 적자는 1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무임승차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감내하는 비용만 연간 1825~2444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코레일(KORAIL) 손실 비용만 60% 수준에서 보전해 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서울연구원은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지하철 적자는 일반 탑승객의 몫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즉,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탑승객은 지하철 가격 조정안을 해외의 사례처럼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을 건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하는 노인 교통 제도는 공공성 차원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60세 이상이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출근 시간을 고려해 오전 9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만 무료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교통 요금의 40~45%를 할인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프랑스는 일정 소득 이하의 60~65세 이상 노인에게 할인해준다. 일본 역시 소득수준에 따라 70세 이상 노인에게 대중교통의 일정액을 부담해준다. 

서울연구원은 지하철의 운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경로 무임승차 운영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은 전체 이용객 10명 중 1명꼴이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3049억원이다. 만약,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할 경우 연간 무임손실 비용 대비 25~34%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서울연구원은 내다봤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고령화시대 대비, 지하철 무임수송제도 운용 이대로 괜찮은가?'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 참석자들 모습. 서울시와 대구시는 수년간 누적된 지하철 적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그 보완책의 하나로 ‘노인 연령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고령화시대 대비, 지하철 무임수송제도 운용 이대로 괜찮은가?'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 참석자들 모습. 서울시와 대구시는 수년간 누적된 지하철 적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그 보완책의 하나로 ‘노인 연령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 소통이 중요…점진적으로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해야

일각에서는 노인 무임지하철 적자의 책임을 노인에게 미루는 행태는 ‘부적절’하다며 비판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노인의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의 이동권을 빼앗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현재 노인 무임승차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버스회사의 경영 적자가 상당하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즉, 지하철 운영 적자의 원인은 경영 부실이나 구조적 문제가 더 큰데, 이를 노인 무임승차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는 오는 6월 말부터 만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상 이용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동시에 지하철 등 도시철도를 무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연령을 현행 만 65세 이상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하다”라며 “현재 65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무상 이용 규정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시의 의견에 대한 노인들의 의견이 어떤지 물었다. 대한노인회 대구연합회 사무처 관계자는 “대구시 재정이 상당히 어렵고, 지하철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적자의 규모를 대구시로부터 충분히 설명 들었다”라며 “우리 입장은 당장 일시에 시작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연령 단위를 늘려가면 좋겠다는 의견을 시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한 번에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매년 상향하는 연령의 단위를 1년 단위로 해서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복지국가의 사례처럼 경제적 수준에 따라 무임승차 시행을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고령층에 진입한 베이비부머의 경제적 수준은 젊은 층을 앞서지만, 일부 노인의 경우에는 지하철 요금도 부담될 정도로 어려운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갑자기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는 것은 사회적 반감만 일어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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