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 ‘빈곤율’ OECD 1위…현실적 대책 세워야
시대 변화와 능력에 맞는 일자리 창출이 우선돼야
경력 인정과 물가상승률에 걸 맞는 임금 보장 필요
민간 주도 가능한 일자리 발굴이 일자리 해결의 기본

[뉴스엔뷰]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에 직면해 있다. 노인과 관련된 각종 복지정책의 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그중에서도 노인 일자리 정책은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 밝혔고, 실제로 고령층 취업자 수는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000년 9.3%에서 2021년 19.3%로 증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목소리는 다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하게 되면서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수는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노인 일자리 유형이 전과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6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현장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하게 되면서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작년 6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현장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하게 되면서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 노인 빈곤율 최악인데…급여 수준은 100만원 이하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최악의 수준이다. 노인빈곤율이란, 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더 큰 문제는 2085년에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평균 예상치보다 2배가량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빈곤 전망 모형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85년 노인빈곤율은 29.80%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노후 소득 보장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공적연금이나 기초연금의 개선안이 이뤄져야겠지만, 무엇보다 일자리 정책의 개편이 절실하다. 

이유는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다수 노인 일자리의 급여는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월 27만원의 소득을 보장하는 공익활동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근로자로 인정되는 일자리라 하더라도 100만원 미만을 지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천시니어클럽 일자리사업팀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지급되는 급여액은 그리 크지 않다”라며 “사회공헌활동 일자리는 3시간씩 월 10회 근무해 27만원의 급여가 지급되고, 공익활동과는 다르게 3시간씩 주 5일 근무를 수행하면서 각종 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사업의 경우에는 72만원~100만원의 급여가 지급된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노인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원한다. 물론, 모든 노인이 민간형이나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천시니어클럽 일자리사업팀 관계자는 “연세가 많은 노인의 경우 신체적인 문제 때문에 공익활동 일자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익형 일자리의 급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가는 하루가 멀다고 올라가지만, 일자리와 관련된 급여는 동결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어르신 중에는 자식들이 내는 세금으로 일자리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 받는 금액이 적당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족도 조사를 하다 보면 월 27만원에 해당하는 공익활동 일자리의 급여를 35~40만원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노인의 경우에는 급여를 좀 더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는 경향이 높다”라며 “카페 사업 같은 수익사업을 추구하는 일자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23년 노인일자리 사회활동 지원사업 박람회를 찾은 노인들이 신청서 작성을 하기 위해 상담하고 있다. 사지/뉴시스
작년 12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23년 노인일자리 사회활동 지원사업 박람회를 찾은 노인들이 신청서 작성을 하기 위해 상담하고 있다. 사지/뉴시스

◇ 소득 보전·자부심·경력 3박자 맞는 일자리 보급 ‘시급’

신체적인 문제만 없다면 노인들은 민간형이나 사회 서비스형의 일자리를 원한다. 게다가 자기 경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엔 자신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더 원하는 추세다. 

게다가 고학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돈도 중요하지만, 퇴직 전의 경력을 활용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민간형 일자리의 보급이 더 절실하다. 실제로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령층이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로 ▲경제적 ▲사회와의 소통 ▲일하는 즐거움 ▲건강 유지 등을 꼽았다. 

즉, 요즘 노인들의 일자리 욕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70세 이상이 노인 일자리를 찾는 경향이 많았고, 그 종류도 환경미화, 공원에서 쓰레기 줍기 같은 단순노동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는 단순노동을 원하지 않는다. 

시흥시 노인종합복지관 일자리지원팀 서문영 팀장은 “자기 계발, 성취감 향상, 퇴직 후 사회구성원으로서 다시 한번 소속감을 원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며 “이왕이면 본인의 경력을 활용해 참여하기를 원하고, 단순히 소득 보충보다는 지역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어르신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인 일자리는 소득 보충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시니어의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와 사회적 관계 증진, 더 나아가 그들의 건강증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민간형이나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민간,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민간형 노인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 전체 노인 일자리 사업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민간 기업이 노인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민간,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는 제조업, 서비스업, 교사 보조, 금융업무지원, 행정업무지원과 같은 일자리가 다수로, 퇴직 전 전문적인 경력이 필요하거나 활동 능력이 있는 노인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민간 기업에서 인건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급여도 최대 180만원까지 받을 수 있어 경쟁률도 높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노인과 중장년층 중에 후자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천시니어클럽 일자리사업팀 관계자는 “기업에 노인 일자리를 연계하고 취업을 알선하다 보면 현실에 부딪히는 면이 적지 않다”라며 “기업에서는 60대 초반을 원하지, 65세 이상은 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시흥시 노인종합복지관 일자리지원팀 서문영 팀장 역시 민간형 일자리에서 시니어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어르신을 민간형으로 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경비원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70대도 많이 참여했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중장년층도 경비원에 많이 투입되고 있어 기업도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중장년층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관에서도 좀 더 전문화된 영역으로 일자리를 보급할 계획이다. 2023년도 노인 일자리 신규사업을 살펴보면 ▲소비자 피해 예방지원 ▲금융업무지원 ▲가스 안전관리원 ▲소방 안전 지원 ▲산재 가이드 등이 편성돼 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는 퇴직 전 관련 업무 경력자에게 더 유리한 면이 있다. 일례로 소비자 피해 예방지원의 경우 고객센터, 국민연금과 관련된 분야에서 종사하던 경력을 쌓았던 노인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이에 서 팀장은 신규사업 세부 프로그램으로 나열해 좀 더 세분화된 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일자리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섬세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문영 팀장은 “최근 민간형 일자리에서 시니어 선호도가 떨어져 노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며 “앞으로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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