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없앨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내성적·‘약자’인 경우, 학폭 피해 입기 쉬워
장난이 지나쳐 폭력 변질, 수단도 교묘해져
스마트폰·SNS부작용,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
상대방 감정 이해·학습 가능한 놀이와 활동 필요

[뉴스엔뷰] “이 반에는 학교폭력은 없죠?”라는 강사의 질문에 “네”라고 우렁차게 대답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난다. 정말 이 반에 학폭의 그림자는 없는 걸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학생의 육체적·정신적 보호와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학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이에 각 학교는 현재 학교폭력예방교육을 1년에 8~10시간에 걸쳐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일반 폭력뿐만 아니라 성폭력에 대한 교육을 필수로 진행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교육 강사의 눈에는 아이들의 대답하는 모습만으로도 각 학급의 분위기를 간파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학폭이 일어나고 있는 반과 그렇지 않은 반에서 나오는 대답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반에서는 자신감 있고, 생기 넘치는 얼굴로 “네”라고 대답하지만, 어떤 반에서는 대답할 때 조금 머뭇거리는 아이도 있고, 대답을 안 하거나 경계하며 강사를 쳐다보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학폭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서로서로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별적 성향과 성격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반에 모이다 보면 갈등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갈등을 잘 풀어가는 열쇠 역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2022년 전국 학교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개 학폭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사진/뉴시스
2022년 전국 학교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개 학폭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사진/뉴시스

◇ “어? 반응이 없네? 괜찮은가 보지?”…교실 안 사소한 갈등이 학폭으로 ‘변질’

대개 학폭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툭’ 하고 쳤는데 상대방이 아무 반응이 없으면 ‘괜찮은가보다’라고 생각하고 다음에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반면, 피해를 본 아이는 태생적으로 가해를 한 아이와 성향이 다르다. ‘괜찮아서’ 혹은 ‘무서워서’ 아무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단지 ‘대꾸도 하기 싫다’라는 마음에 참고 넘긴다. 여기엔 ‘다음엔 안 그러겠지’라는 기대심리도 한몫 작용한다. 

여기서부터 피해자와 가해자의 동상이몽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사건에서부터 학폭의 불씨가 커지게 된다. 실제로 학폭의 가해 이유를 묻는 말에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4.5%로 가장 많다. 그 뒤를 잇는 대답은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22.1%)’, ‘오해와 갈등(12.2%)’이었다. 

전문가들은 만약 자신이 피해를 본 상황에 놓였다면 반드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정강애 전 청소년 상담사는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즉각적으로 그 자리에서 ‘이런 거 싫다’라고 표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강애 전 청소년 상담사에 따르면, 최근에는 학교폭력예방교육으로 인해 학교폭력에 대해 아이들이 잘 알고 있고, 어떤 것이 학교폭력인지 잘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기분이 나쁘거나 마음이 상하면 즉시 표현한다. 문제는 자신의 의견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약자’에 놓여있는 아이들이다. 

약자에 놓여있는 아이들이란, 표현하더라도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 혹은 내성적인 아이들을 뜻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학폭 피해를 보더라도 주변에 알리기를 꺼리고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약자에 놓인 아이들’일 확률이 높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폭 피해를 알리지 않은 비율은 초등학생 10.1%,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7.0%, 5.0%로 나타났다. 

학폭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30.4%)’,  ‘스스로 해결하려고(21.1%)’,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17.3%)’,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야단·걱정 때문에(14.4%)’, ‘더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서(14.0%)’,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지 몰라서(2.8%)’라고 응답했다.

학폭이 주로 일어나는 장소는 ‘학교 안(61.8%)’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교실 안(26.6%)’, ‘복도· 계단(16.1%)’, ‘운동장·강당(9.2%)’, ‘특별실(2.9%)’ 순으로 많았고, 피해가 일어나는 시간은 ‘쉬는 시간(29.7%)’, ‘점심시간(14.4%)’, ‘학교 이후(17.4%)’ 순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 대화하고, 감정을 표현해 상대방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 대화하고, 감정을 표현해 상대방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놀이’로 상대방 아는 훈련 ‘중요’

학폭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사람마다 성향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갈등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런 갈등이 학폭이라는 형태로 변질하기도 한다. 혹은 장난으로 한번 친 것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문제는 왕따나 괴롭힘과 같은 학폭의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경험을 토대로 갑자기 다른 사람을 왕따시키거나 괴롭히는 등 가해자로 돌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 피해자가 ‘미래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현재 가해자가 미래에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정글과도 같은 학급 상황을 담임교사는 모를 리 없다. 적극적인 교사는 반 아이 모두 세세하게 살펴서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는 교사도 꽤 많다. 학폭이 벌어지더라도 ‘교육적 선도’을 이유로 생활지도 선에서 마무리 짓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마저 미숙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서로 대화하고, 감정을 표현해 상대방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강애 전 청소년 상담사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놀이 활동을 좋은 사례로 제시했다. 

이 초등학교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한다. 대신 ‘전래놀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교실 한 공간 바닥에 앉아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공기놀이, 카드놀이, 블루마블과 같은 전통적인 놀이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 대화하고,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혹은 청소년복지센터에서 실시하는 학교폭력예방교육 프로그램 중 서로의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특정 사물에 대해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날씨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생각해보지 않은 감정을 이 아이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처럼 서로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중·고등학교 학생들처럼 성장이 이미 일어난 아이들은 그런 활동을 하더라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상대방의 감정도 내 감정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발달로 아이들 간의 감정교류가 적어지고, 언어폭력 비율은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학교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상대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놀이 교육에 신경 쓸 것을 권장했다. 또한,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경우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고자질이 아니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책이라는 것을 교육할 필요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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