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간호사 내보내는 의료환경…야간근무도 개선필요
강도 높은 간호환경…선진국보다 2~3배 많은 환자 수

[뉴스엔뷰] 간호사란 법정 자격을 가지고 의사의 진료를 도우며, 의사와 협력해 환자를 돌보는 의료 전문가다. 환자의 옆에서 환자의 건강이 회복되고 유지되도록 약품을 투여하거나 외상 치료를 하면서 환자의 상태와 반응을 관찰해 그 결과를 의사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므로 그 어떤 의료인보다 환자와 밀접한 관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간호사의 근무 환경은 최적의 상태여야 한다. 간호사의 상태와 업무환경은 간호 서비스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결국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간호사의 절반 이상은 번아웃에 시달려 중도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간호사에게 주어진 업무량 때문이다. 

작년 7월,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코로나19 치료 병동에서 간호사가 확진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작년 7월,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코로나19 치료 병동에서 간호사가 확진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선진국보다 2~3배 많은 환자 수 돌봐야

간호 서비스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는 환자 당 간호사 수다. 간호사가 돌봐야 하는 환자의 수가 많을수록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게 되고, 그만큼 환자에게 투입할 시간과 서비스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정 비율로 따졌을 때, 간호사 한 명이 볼 수 있는 최적의 환자 수는 12명이다. 하지만, 이 숫자를 지키는 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 상급 종합병원 46곳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에서는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 1750여 곳 중 상급 종합병원은 46곳에 불과하다. 이를 제외한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한 명이 돌보는 환자 수는 19~20명, 병원급에서는 25명으로 돌봐야 하는 환자 수는 더 늘어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사실 간호사 한 명당 환자수 12명이라는 법정기준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열악한 상황”이라며 “일본 7명, 캐나다와 호주 4명, 미국의 경우 평균 5명의 환자를 볼 때, 우리나라 간호사는 2~3배 더 많은 환자를 케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수가 많다 보니 업무강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입 간호사 교육도 간호사가 직접 맡아 진행해야만 한다.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 간호사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고신대 간호학과 3학년 학생 108명이 모여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 생명존중의 간호정신을 서약하는 의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신대 간호학과 3학년 학생 108명이 모여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 생명존중의 간호정신을 서약하는 의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밤 근무만 한 달에 평균 8~9회 

간호사의 직무 특성상 밤 근무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간호사들이 3교대로 밤 근무를 서는 횟수는 한 달 평균 8~9번이다. 그만큼 고강도의 노동환경을 견뎌야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숙련된 간호사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21년에 노동실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 결과, 3교대 간호사의 인력 수준 만족도는 21.5%에 불과했다. 특히 이들의 이직 고려율은 80.1%에 달했다. 특이한 점은 근무환경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더라도 이직 고려율이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간호사들이 그만큼 심각한 번아웃(직무 소진)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교대 간호사의 번아웃 평가 결과, 이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월급을 받기 위함이라는 대답이 84.2%로 가장 높았다. 또한, 3교대 간호사의 47.1%는 업무 집중이 어렵다고 답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평균 47.7%의 간호사가 1년 안에 일을 그만둔다”라며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결국 20~30대 젊은 간호사만 남아 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40~50대 간호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과 정 반대라 할 수 있다.  

OECD 평균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부족한 인력은 최악의 야간 교대 근무조건을 만들고, 높은 이직률, 업무량 증가와 노동강도 강화, 번아웃으로 이어져 또다시 인력 부족을 낳는 악순환이 수십 년간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노동자가 힘들고 소진되면 환자도 안전하지 못하다”라며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의 수적 열세는 보건안보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거쳐오면서 간호사의 역량과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사람이 깨닫게 됐다”라며 “곧 다가올 초고령 사회를 맞아 지역사회에서 간호사의 손길은 더욱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교대 근무를 위해 야간근무를 축소하고,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간호관리료 수가 독립과 공공정책부분 간호수가 마련을 통해 간호인력 임금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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