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관련단체, ‘간호법’관련 이견 내며 ‘공방’
간호협회 “간호사 있으면 ‘간호법’도 있어야”
의료계, “‘간호법’은 간호사만의 이익 추구 법”

[뉴스엔뷰] “국민건강 도외시하는 간호법 절대 반대”
“이유 없는 간호법 발목잡기를 즉각 중단하라”

의료 관련 단체가 ‘간호법’ 문제를 두고 이견을 내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릴레이 1인시위 바통을 이어받고 국회 앞에서 간호법 철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19일에는 대한의사협회 제2기 비상대책특별위원회가 국회 앞에 모여 ‘간호법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간호사의 생각은 다르다. 대한간호협회 임원은 2021년 12월 10일부터 지금까지 간호법 제정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또한,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와 간호사 및 예비간호사 1000여명은 18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과 국회 법사위 통과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와 예비간호사,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등에서 모인 1000여명의 회원들이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와 예비간호사,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등에서 모인 1000여명의 회원들이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 간호협회 “현 ‘의료법’은 간호사 업무의 전문성·다양성 반영 못 해”

현직 간호사들에 따르면, 병원 업무의 상당수는 의사와 간호사 간 경계가 모호하게 겹치는 경우가 많다. 즉, 간호사들이 의사의 행위를 대신하면서도 법으로는 보호가 안 되는 상황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 의료법은 제정한 지 수십 년이 지났기 때문에 최근 간호사의 규모나 현황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간호사의 전문적인 업무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들이 문제로 삼는 지점은 환자의 안전이다. 모호한 업무로 인해 간호인력이 많이 빠져나가 숙련된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환자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의료계가 처한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6.9번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참고로 OECD 국가의 외래진료 평균 횟수는 6.8번이다. 평균 입원 일수는 19.1일로 OECD 국가의 평균(6.8일)보다 2.5배 높다. 문제는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3.8명으로 OECD 평균인 8.9명에 훨씬 못 미친다. 

그 이유는 일터를 떠나는 간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46만명이지만, 임상 간호사는 24만명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간호협회 측은 간호사들이 일터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업무 경계와 역할의 기준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력 간호사의 이직은 사회적 비용, 사회적 생산성 손실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숙련된 간호사의 부족은 결국 환자 안전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이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직군은 간호사다. 간호사의 숫자는 의사(13만)에 비해 약 5배, 치과의사와 한의사보다 약 15배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의 업무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간호사의 업무 기준이 될 간호법은 없다는 것이 간호사들이 문제 삼는 지점이다. 현재 간호협회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을 포괄하는 의료법에서 간호사만을 독립시키는 별도의 법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현재의 의료법은 1951년 9월 25일에 공포한 국민의료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민의료법은 일제가 1944년 8월 21일 공포했던 조선의료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간호사의 역할을 살펴보면,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를 시행하고,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아래 시행하는 진료 보조를 해야 한다.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및 보건 활동,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해 지도도 해야 한다.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곳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간호사는 병원에만 필요한 인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시설, 보건소,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학교,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필요로 한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의 한계로 인해 한정된 곳에서만 간호업무를 볼 수밖에 없다.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 간호사는 “사명감만 가지고 일하기엔 열악한 환경”이라며 “간호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서라도 간호법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OECD 국가 중 간호법이 없는 아시아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며 “간호사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전에, 간호사를 양성하고 전문화된 간호사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의협 비대위 위원들과 임직원 등 20여 명이 모여 간호법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19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의협 비대위 위원들과 임직원 등 20여 명이 모여 간호법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 거리로 나선 의료인들 “간호법 절대 반대”

간호사를 제외한 의료인들은 간호법이 간호 단독법이며 그들만의 이익을 얻기 위한 이기적인 법안이라고 질타한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19일 국회 앞에서 진행한 집회에서 “현행 의료법은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에 초점을 두고, 의료인들의 역할과 면허를 명확히 규정해 국민들이 더욱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의료법의 원칙마저 무시한 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가려는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 직역이 의문을 품고 있는 간호법을 왜 서둘러 관철하려 무리수를 두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국민건강을 고려한다면 논란만을 증폭시키는 법안을 무리해서 통과시키는 것은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은 “간호법은 간호협회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다른 직역의 면허를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간호법을 독선적으로 추진하면 의료체계가 붕괴함은 물론, 국민건강에도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간호법안 절대 반대를 외쳤다.

이렇듯, 간호사를 제외한 의료인들은 간호법이 부당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간호법에는 ‘지역사회’ 문구가 포함돼 있어 의료기관 밖에서의 간호사 업무영역 확대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간호는 환자치료과정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보건의료 행위 중 하나인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를 의료와 별도로 분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등에서 간호사가 단독으로 간호행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특징은 감독하는 의사가 없고, 오류를 교정할 수 있는 동료가 한정적이어서 결국 환자의 안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법 제정에 반대 깃발을 내걸었다. 간무협회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간호법에는 간호조무사를 위한 내용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간호조무사의 일자리와 생존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모든 보건의료 인력의 권익을 아우르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간호법 반대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현재 제정하려는 간호법에는 간호사가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엄연히 응급구조사와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다르다고 말한다. 또한, 현재 간호사들은 응급구조사가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간호사들은 응급실이 힘들다며 기피하고 있어 응급실 인원 부족 현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법은 2022년 5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불발된 바 있다. 이어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 등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법안심사 제2소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조정훈 의원(시대전환)은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사가 아닌 직군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도록 추진하는 법이라 이해했는데, 솔직히 간호사가 독식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하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어 “법체계 일관성도 모호하고 위헌조항도 있는 법안보다는 모든 사람이 박수칠 수 있는 간호법을 만들어야 의미 있는 통과가 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경기도간호사회 전화연 회장은 “조 의원은 간호법 가짜뉴스를 그대로 발언하는 오류를 범했다”라며 “간호법은 간호인력의 업무에 관한 법으로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에 혜택을 주는 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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