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시위 1년 ‘명과 암’…남은 것은 무엇?
지하철 이용자…시민 피해 ‘눈살’ VS 장애인 인권문제
정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위한 각고의 노력 있어야

[뉴스엔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와 예산 확보 등을 위해 지하철 시위를 진행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전장연이 시민들과 정치권과 마찰을 겪으면서까지 지하철 시위를 감행한 이유는 지하철이라는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다. 지하철 환경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지하철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당하는 등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도 다수 발생했다. 한창 출근으로 복잡한 시간대인 오전 7시, 가장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환승 구간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2호선 시청역을 필두로 4호선 삼각지역 등을 휠체어를 탄 장애인 몇십 명이 점거한 탓에 지하철이 지연되고,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과의 몸싸움으로 인해 시민들이 제때 지하철 탑승을 못 하는 일이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장연 회원들이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서 탑승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장연 회원들이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서 탑승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지하철 시위’에 담긴 전장연의 요구와 시민과의 갈등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사회에 많은 파장을 낳았다. 혹자는 이번 시위로 인해 그동안 겪었을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깊이 알게 됐다고 말하고, 혹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과격한 시위’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A씨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사회 조직에서 힘이 없는 약자일 뿐”이라며 “출근길 시위를 통해 장애인의 고통을 알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사회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시위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이 2021년 12월부터 1년간 지하철에서 시위한 횟수는 75차례다.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통해 요구하는 사항은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장연은 올해 장애인 권리 예산으로 전년 대비 1조3044억원 늘릴 것을 요구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한 금액은 약 절반에 해당하는 6653억원이다. 그리고, 정부는 전장연이 요구한 증액 예산의 1.1%인 148억1500만원만 반영했다. 여기에는 장애인 고용 관리 지원 예산 106억8400만원,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 41억3100만원 등이 포함된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성명서를 통해 헌법에 분명히 명시돼 있는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모두 부정당한 것이며, 당연한 권리가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의해 외면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의 강도 높은 집단행동은 사회의 많은 관심을 낳았지만, 한편으로는 이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을 상대로 6억145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지하철 내 불법 시위로 열차 운행 지연 등의 피해를 봤다는 것이 공사의 주장이다. 

앞서 공사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11일까지 벌인 불법 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3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엘리베이터 설치와 시위 중단을 조건으로 한 조정안을 내면서 전장연이 시위로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한 전장연과 달리 서울시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양측간 갈등이 빚어졌다. 

전장연 회원들이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장연 회원들이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장애인 권리 보장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

‘지하철 시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부 시민은 전장연이 장애인의 인권 보호와 권리 보장을 위해 앞서 싸우는 대표 단체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국에는 약 230개의 장애인협회 지회가 있고, 지회마다 장애인 자립센터도 2~5개씩 있다. 여기에는 전장연에 속하지 않은 협회들도 있다.

즉, 전국의 모든 장애인 협회가 전장연과 뜻을 함께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에 관심이 적었던 사회에 화두를 던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비장애인과 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시민을 볼모로 잡는 것은 좋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이 도를 넘어서는 과격시위에 대해 반대했다. 응답자 중 73.4%가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두고 세태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파업이나 시위를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은 법에 따라 보장된 기본권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시위에 거부감을 내비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이해하면서도, 자신에게 피해가 오거나, 강하게 행동하는 모습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이는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정당한 권리를 내비친다고 하더라도 그 핵심이 왜곡돼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해외에서는 공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거나 기준을 넘어선 소음이 발생하면 강하게 규제하는 등 집회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공공 도로에서 행진이나 시위 전에 경찰의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보행자나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행진을 금지하게 돼 있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시민 B씨는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운동을 할 때도 모든 사안을 현실적으로 따져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전장연의 방식은 정치적인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라며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의 인식만 나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의 이동권 실현을 위한 진단과 대안 모색 좌담회에 참가한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의 이동권의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 방향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관계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라며 “이번 시위를 두고 비장애인의 출근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일상적인 삶의 보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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