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곡선 성불평등 지수 vs 남성 ‘역차별’주장
정책 현실화와 청년 현실 고려한 정책 있어야
‘젠더 갈등’ 해결, ‘공정’과 ‘합의’의 정책 필수

[뉴스엔뷰] “젠더 갈등,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갈등과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가장 의문점을 내비치는 부분이다. 안 그래도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두운 현실을 등에 업고 살아가야만 하는 2030 세대가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은 서로를 향해 화살촉을 들이미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1년 차 김모(남, 29세) 씨는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가 MZ세대라고 들었다”며 “기성세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점들과 가난을 그대로 물려받은 척박한 현실 속에서 서로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젠더 갈등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공정’과 ‘합의’다. 경기연구원 오재호 전략정책부 연구위원은 2020년 12월 발표한 보고서 ‘젠더갈등을 넘어 성평등한 사회로’를 통해 온라인 시대로 접어들면서 10~30대 세대에 걸쳐 첨예한 성별 갈등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런 성별 갈등은 이전의 여성 운동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즉, 청년실업, 헬조선, 흙수저론 등의 담론과 맞물리면서 성평등은 청년세대엔 ‘공정성’을 둘러싼 주요 의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성 불평등이 최악인 나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사회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런 간극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폐쇄성에서 비롯된다. 사진/뉴시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성 불평등이 최악인 나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사회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런 간극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폐쇄성에서 비롯된다. 사진/뉴시스

◇ 곤두박칠치는 대한민국 성불평등 지수…2020년부터 10위권 바깥으로

유엔개발계획이 각국의 성 불평등성을 측정하기 위해 2010년부터 도입한 성불평등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GII)에서 한국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참고로 GII는 생식 건강, 여성 권한, 노동 참여 3개 영역에서 ▲모성 사망비 ▲청소년 출산율 ▲여성의원 비율 ▲중등교육 정도 ▲경제활동 참가율 등 5개 지표를 통해 측정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순위는 189개국 가운데 15위다. 이는 2019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한 것으로, 2017~2019년까지 10위를 지키다, 2020년 11위로 떨어졌다. 참고로 덴마크가 1위를 차지했으며, 노르웨이,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는 꼴찌다. 2022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리천장 지수는 OECD 29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2013년 평가를 시작한 이후 10년 연속으로 최하위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는 남녀 고등교육과 소득의 격차, 노동 참여율, 고위직 비율, 육아휴직 현황 등이 평가 대상으로 들어가는데, 우리나라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59%로 남성 79%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 역시 15.6%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런 불리한 조건은 여성이 남성보다 승진과 같은 기회를 잡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임원급은 남성에게 돌아가게 되고, 그만큼 남성과의 임금 차이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회사 내 여성의 목소리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남녀 불평등의 악순환이 지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주거, 일자리 정책이 청년을 보듬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때, 혐오와 갈등이 사라질 것이라 입을 모았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주거, 일자리 정책이 청년을 보듬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때, 혐오와 갈등이 사라질 것이라 입을 모았다. 사진/뉴시스

◇ 차별 속 ‘역차별’은 불신만 커져…‘공정’에 초점 맞출 때 갈등도 사라질 것

각종 조사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과거부터 이어온 여성 차별적인 시선과 정책으로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 있던 여성들의 권리를 찾는 쪽으로 사회가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거꾸로 ‘역차별’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여성들보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지위를 보장받거나 이득을 얻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일례로 여성 전용 임대아파트, 여성 전용 주차 공간, 여성 전용 도서관 등을 가리키며, 남성에 대한 성차별이라 주장한다. 

실제로, 작년 말에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한 임대아파트를 역차별의 사례로 지적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당함을 호소한 일이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관련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청원을 올린 남성에 따르면, 성남시에 여성 임대아파트 운영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던 1980년대엔 여성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단순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 있었고, 이런 여성 근로자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처사라는 것이다. 오히려 청년의 주택 입주 기회를 박탈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역차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젠더 평등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엔 젠더 관련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실이 정한 젠더 평등의 의미를 살펴보면,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권리와 책임, 기회를 뜻한다. 이는 여성과 남성이 동일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권리와 책임, 기회가 태어난 성별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능력과 별개로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성 전용 임대주택을 예로 들자면, 저렴한 임대료라는 장점 하나만으로도 주택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성 전용’이 역차별의 사례가 될 수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여성의 안전’과 관련한 문제다. 여성 전용 주거 공간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데이트·가정폭력, 주거침입·스토킹 범죄 등에서 좀 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여성의 생명권 보장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해 남성과 여성 청년을 위한 주거와 일자리 정책이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혐오와 갈등보다는 갈등 상황에 대한 서로 간의 이해가 뒷받침될 때 ‘역차별’ 논란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군대에 다녀온 남성에 대한 적절한 보상, 육아휴직 후 경력 단절이 된 여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 역시 완비된다면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서 오는 간극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교육도 필요하다. 디지털 세대로 불리는 10~30대 세대는 소통을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같은 생각을 가진 또래나 집단이 서로 결집하는 효과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간과하고 유연한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중등 교육에서부터 성별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한 과목을 배치해 젠더의 올바른 개념부터 젠더 갈등을 올바르게 해소하는 방법을 토론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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