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팍팍”…젊은 층 사회적 상황, 젠더 갈등으로 표출
잠재의식 비중 큰 여론 속 젠더 문제, 일상생활까지 영향

[뉴스엔뷰] 요즘처럼 남녀 간에 갈등이 극으로 치솟는 경우가 없다고 할 정도로 젠더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취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평등으로 가는 길은 곧 차별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젠더 갈등의 시작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젠더 갈등의 요점은 남녀평등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살기 팍팍해진 요즘 사회’의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2030 청년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고민이 젠더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아 민주노총과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최근 각종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젠더 갈등의 첨병에 놓여 있는 집단은 20~30대 젊은 층이라 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아 민주노총과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최근 각종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젠더 갈등의 첨병에 놓여 있는 집단은 20~30대 젊은 층이라 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 2030 남성, 이전 관습에 반기 들면서도 ‘역차별’ 서러움은 팽배

최근 몇 년 사이에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젠더 갈등은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남녀 갈라치기를 표심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고, 각종 시민단체에서도 페미니즘과 복지, 인권을 연관시켜 사회적 문제로 해석하기 바쁘다.

실제로 2030 남성들에게서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고, 남성이 다양한 사회적 혜택으로부터 역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페미니즘은 곧 여성우월주의라는 인식 또한 팽배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KDF 민주주의 리포트를 통해 작성한 ‘세대·젠더 갈등 프레임과 한국 사회 불평등’에 따르면, 어떤 측면에서 20대 남성의 다수가 페미니즘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20대 여성들과 큰 인식 차이를 보인다고 해서 가부장제와 동성애 등 모든 이슈에서 일관되게 보수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현실을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다른 여러 조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20~30대 남성이 가부장제에 대해 반대하는 비율이 여성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이전 세대가 당연시하게 여겼던 사고와 큰 차이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젠더 갈등, 유독 2030 세대에 많아 보이는 이유

갈등은 불평등으로부터 시작한다.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서 더 혜택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쪽은 바로 반격 태세를 갖추기 때문이다. 현재 이런 갈등의 첨병에 놓여 있는 집단은 20~30대 젊은 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설문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에 따르면, 청년 여성의 74.6%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년 남성의 51.7%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즉, 우리 사회가 자신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여성은 여성대로, 남성은 남성대로 느끼고 있다.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가야만 한다. 유리천장과 불공정한 임금체계 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는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인 2030 남성은 본인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30 여성 역시 여전히 넘지 못하는 유리천장의 벽과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불합리함 속에서 더 많은 복지를 주길 바란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군대와 취업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발표한 ‘2030 청년세대 젠더 인식’ 보고서에서 군대 문제와 관련한 항목을 살펴보면, 부산 청년 39.2%는 남성만 군대에 가는 것이 차별이라고 응답했고, 49.2%는 군대로 인해 남성의 취업이 불리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청년 남성 10명 중 5~6명이 군대 문제와 관련해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 여성 중에서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인식한 수는 10명 중 3명이었다. 

2030 남성이 군대로 인한 문제를 차별로까지 끌고 오는 이유는 이전 세대와 달리 여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며 자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강모(29세) 씨는 “여학우들과 똑같이 고생하며 입시를 통과했지만, 군대에서 약 2년간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데다 군가산점제까지 폐지돼 시간과 노동력만 버린 것 같아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차별의 벽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힘들게 출산의 문턱을 넘어 장기근속하더라도 임원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대학생 이모(24세) 씨는 “남들은 우리가 행복한 세대라고 말하지만, 실상을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며 “커리어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전업주부의 삶을 선택하는 선배들이 곧 나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불만을 각자의 방식대로 표출하다 보니 서로서로 경쟁자로 의식하게 되고, 더 나아가 ‘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남녀평등에 대해 우호적이면서도, 이런 사회적 방향이 ‘나에게 불합리함’으로 다가올 때 저항심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갑질119 회원이 직장 내 성차별 을 타파하자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갑질119 회원이 직장 내 성차별 을 타파하자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남녀 갈등 조장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이처럼 젊은 층의 젠더 갈등의 시작은 자본주의 시스템과 연관성이 크다. 일자리와 지위를 놓고 벌이는 사투는 이들에게 불만과 차별을 가장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갈등을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호도하고, 정치질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이곳에서는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날 선 선동과 자작극이 난무한다. 아무 생각 없이 내보였던 집게손가락 하나에 ‘남혐 논란’이 일어났고, 집게손가락이 남혐과 관련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사람들에게까지 이런 문제를 퍼뜨렸다. 또한, 이와 상관없이 관련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했던 브랜드들은 결국 논란 속에서 이미지를 수정해야만 했다. 

이런 젠더 갈등은 지역 갈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경상도 남성’, ‘전라도 남성’에 대한 비판은 몇백 건의 댓글이 달리며, 자신이 겪었던 한정된 남성들을 도마 위로 올려놓고 심판한다. 그리고, 이 이슈는 또다시 여성과 남성으로 이어지며 ‘한남’, ‘김치녀’와 같은 자극적인 언어 묘사와 함께 특정 성별을 비난하며 황색 싸움을 벌인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실제 생활에서는 갈등적인 요소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평온한 것처럼 보여도, 각자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혐오의 마음이 싹튼다는 점이다. 이는 작은 문제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문제를 심화시킨다. 가령, ‘소개팅에서 더 비싼 걸 사게 만든 그녀는 김치녀인가’ 혹은 ‘소개팅남의 만남을 거절했는데 괜히 욕먹을까 봐 지난번 먹었던 밥값의 50%를 계좌이체 했다’ 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갈등의 방향이 흘러가기도 한다.

이처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남성·여성혐오와 같은 메시지는 새로운 차별을 만들어내고, 심지어 디지털 성폭력이나 무분별한 인권침해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미디어를 사용할 때 콘텐츠를 제작한 의도를 볼 줄 아는 눈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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