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통과가 지지부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용혜인 의원 “지속적인 피해 지원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한준호 의원 “위반건축물 근절 위한 강력한 제도적 조치 필요”
윤석열 대통령, 유가족의 이태원 참사 1주기 대회 초청 ‘거절’
여전한 트라우마 ‘국가 컨트롤 타워 부재’…대형 참사의 ‘악몽’

[뉴스엔뷰]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으로 시민단체와 야권의 눈치를 보느라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대통령실은 야당 주도의 ‘정치 행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의 참석 요청 초청장에 대해서 지난 26일 불참을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0월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믈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0월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믈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까지도 대통령실은 불참 대신 별도의 메시지를 보낼지에 관해서 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유의동 정책위의장만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앞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년이 다 되도록 유가족들을 만나 눈물 한번 닦아 준 적 없지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한마디 한 적 없지만, 민주주의 직접 선거로 국민이 선출한 대한민국 20대 윤석열 대통령을 시민추모대회에 초대한다”며 대통령실에 초청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윤 대통령의 불참 소식을 접하고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시민추모대회는 정치의 공간이 아님”을 강조하며 정치권에는 “순수하게 희생자를 애도하고 참사의 충격을 안고 사는 국민을 위로하는 일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야당은 즉각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6일 기본소득당 신지혜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안 해본 것이 없는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자리조차 거부하는 것은 너무나 비정”하다며 불참을 선언한 윤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처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후 대책 매뉴얼 마련,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요구에 정부는 요지부동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책임규명과 진상규명 촉구 활동이 시작되었고 국정조사가 그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되었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일부 증인들의 불출석, 출석한 증인들의 위증과 자료제출 거부로 반쪽짜리로 끝나버렸다. 이에 이태원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4월 2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이 야4당 183인의 공동발의로 발의되었다. 

그러나 여당과 정부의 반대로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고, 7월에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 상정되어 공청회까지 진행했으나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소위원장 이만희 의원)의 심사거부로 논의가 기약없이 미뤄지자, 지난 8월 31일 행안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하지만 여야간 대치상황과 정부의 부정적 입장으로 계속 표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법은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며 특별검사의 수사가 원안과 달리 피해자 범위를 희생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로 한정했고 구조 과정에 참여한 이들의 경우에는 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거쳐 피해 여부를 판명 받게 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기관과 사법기관이 주도하는 진상 규명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정부가 주도하는 진상규명은 하위 단의 책임자 몇 명만을 처벌하고 서둘러 무마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재난 관리 국가 시스템의 개선이 아니라, 사법적 논리에 입각해 형법상 책임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특조위와 같은 ‘독립적 기구’를 통해 진상이 명확히 파악되고 이를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과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치권 안팎으로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10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 이름 붙이고, 3개의 빌보드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뼈대로 한 참사 현장 정비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한 뒤 제막식을 하는 모습을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10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 이름 붙이고, 3개의 빌보드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뼈대로 한 참사 현장 정비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한 뒤 제막식을 하는 모습을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얼굴 없는 가해자에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는 피해자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최근까지 유가족과 생존자 등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보건복지부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 지원을 받은 건수는 7,108건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진행한 심지지원 건수는 각각 1,330건, 2,642건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국가 심리지원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이 출범한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1년간 이태원 참가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이 총 7,108건이 이뤄졌다. 

심리지원 실적으로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 가장 많은 4,283건을 기록했다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4,283건, 12월 1,046건 진행되었던 심리 지원은 올해 들어 급감했다. 올해 1월 675건 진행됐다가 2월 ~ 6월에는 매월 100~200여건이 진행됐다. 지난 7월 73건으로 처음으로 100건 아래로 떨어졌다. 8월 55건, 지난달에는 73건이 실행됐다. 

대상자별로는 일반 국민이 2,046건으로 가장 많다. 뒤이어 유가족 1,868건, 목격자 1,818건, 부상자 1,034건, 대응 인련 196건, 부상자 가족 156건이다. 다른 유형에 비해 유가족의 경우 현재까지도 심리 지원이 수십건 씩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1인당 심리지원 평균 횟수는 유가족 3.2회, 부상자 2.3회, 부상자 가족 2.5회, 목격자 1.8회, 대응인력 1.5회, 일반국민 1.3회로 대다수의 상담자가 1회 이상의 심리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태원 참사 유가족 및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심리지원을 꺼리거나 받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심리 지원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은 “올해 들어 특히 트라우마센터 발길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상담 정보가 국가에 알려지는 것 자체를 꺼리는 움직임도 있다”고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대형 재난을 겪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단기간 심지 지원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피해자 권리에 기반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피해자 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이 필수적이고 그러한 취지에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의 내용을 담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들이 10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들이 10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시정되지 않는 위반건축물 

159명의 인명피해를 일으킨 이태원 탐사의 위반건축물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최근 3년간 위반건축물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20만 1287건이 위반건축물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건축물 유형별로 살펴보면 무허가·무신고 건축이 17만 5,458 건(8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용도변경 8,677건(4.3%), 대수선 5,666건(2.8%)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위반건축물 적발현황을 광역단체별로 분석해보면, 최근 3년간 위반건축물이 가장 많이 적발된 곳은 경기도로 4만 7542건에 달했다. 서울특별시에서는 3만 3299건, 부산광역시는 3 만 415건의 위반건축물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역단체 중에서 최근 3년간 이행강제금 부과금액이 가장 큰 곳은 서울인데, 전체 이행강제금 부과금액 6,440억 원의 43%(2799억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것이다. 

한준호 의원은 “위반건축물로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은 이후에도 시정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위반건축물 시정완료율을 분석한 결과, 시정명령 총 20 만 1,287건 중 시정완료건수는 9만 9,740 건으로 49.6%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시정완료율은 매해 감소하는 추세로 2020년 59%, 2021년 51%, 2022년 43%, 2023년 6월까지 38%에 불과하다. 반면 이행강제금 징수율은 매년 70~80% 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이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보다 경제적 이득이 크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한준호 의원실은 분석했다. 즉  위반건축물 이행강제금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 의원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정부는 불법 증·개축 등 위반건축물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려있는 만큼, 위반건축물 이행강제금 상향 등을 비롯한 제도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가 재난 위기를 대처할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큰 비극을 맞이할 수 있는지 세월호 참사가 이미 그 참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비극은 이태원 참사로 이어졌으며 여전히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재난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모습보다는 ‘정치적 의도’라며 10.29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피하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참사의 악몽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