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功)은 대표가, 과(過)는 부하가?
국민의힘 ‘상향식 사퇴’로 ‘시끌’
강서구 보선 패배 책임 종착지는?
김기현 “총선패배, 정계은퇴” ‘강수’

[뉴스엔뷰]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전대미문의 상향식 사퇴로 봉합하려고 나섰지만, 사태수습은 커녕 논란만 더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17.15%p 차로 대패했다. 작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2.6%p 승리했기 때문에 불과 14개월 만에 20%p 가까이 지역 표심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더구나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서구 선거구에서 14%p가량 앞섰기 때문에 오 시장을 찍었던 지지자를 기준으로 하면 30%p가량이 여당 지지에서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충격적인 패배로 14일 오전 친윤계인 이철규 사무총장·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을 시작으로 임명직 당직자가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가 빠진 수습방안을 놓고 당 내부에서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거 참패의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선거에 패배하면 가장 먼저 당대표가 사퇴하는 게 정치권의 기본 룰이기 때문에 당 대표가 사퇴하면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들은 자동으로 물러난다는 점에서 이번처럼 당직자들만 전원 사퇴하는 방식은 상향식 사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결국 호미로 막으려는 김기현 대표의 수습 방안은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대신 임명직 당직자들만 책임을 지면서 오히려 논란만 키우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는 부하에게가 연출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퇴의사를 밝힌 임명직 당직자는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강대식 최고위원, 박대출 정책위의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 등이다.

김용남 전 국회의원은 14YTN TV ‘뉴스 와이드에 출연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당했기 때문에 선거 패배가 있으면 당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대표가 사퇴하면서 자동적으로 임명직 당직자가 물러나는 게 통상의 수순이라면서 이번엔 약간 거꾸로 된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당의 간판을 유지한 채 내놓는 혁신안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겠느냐라고 언급, 김기현 대표의 사퇴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날 당대표 출신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달아 글을 올리며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정치책임은 사법책임과는 달리 행위책임이 아니라 결과책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퇴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책임져야 할 사람이 물러나지 않고 혼자 남아서 수습하겠다고 우기는 것이 오히려 난센스라고 김기현 대표를 직격했다.

당대표가 당무를 잘못해 책임지고 물러나면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수습하면 된다는 것이다.

앞서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며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 될 일이다.”고 직격했다.

그는 그 지도부로서는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는데, 쇄신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라며 모두 지도자답게 처신했으면 좋겠다. 그게 당과 나라를 위한 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지도부는 태생의 한계 때문에 총선 앞두고 또 도장 들고 나르샤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무성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결과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잠적한 이른바 옥쇄파동을 거론한 것이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6개 지역구에 대해 공천을 완강히 반대해 막판까지 공천이 보류됐었다. 결국 유영하(서울 송파을), 류재길(서울 은평을), 이재만(대구 동을) 후보는 무공천이 최종 결정돼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 사건이다.

그는 13일에도 페이스북에 책임정치가 실종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그래도 비루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에게 미루면서 살면 안 되지요.”라며 아무도 공천 때문에 말 못 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어서 내가 대신 합니다.”라고 했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과 김성호 여의도연구원부원장이 카톡을 주고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 최고위원은 주요당직자 임명 안을 보냈고, 김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라고 대답했다.  사진 / 뉴시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과 김성호 여의도연구원부원장이 카톡을 주고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 최고위원은 주요당직자 임명 안을 보냈고, 김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라고 대답했다.  사진 / 뉴시스

그는 당 밖으로 눈을 돌리면 용산의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공천하고 당을 이끌어 가면서 총선을 치를 훌륭한 분들이 있다고도 밝혔다.

또한 홍 시장 외에도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중진의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선 중진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를 향해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며 사퇴를 거론했다.

서 의원은 누구누구를 손가락질할 것 없이 내 탓이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며 보궐선거 내내 힘 있는 여당 후보’, ‘대통령과 핫라인이라는 선거 전술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었는지 되새겨보면 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또 집권당이 대통령실 눈치를 보기 전에 국민의 마음부터 살피고 전달하라는 뼈아픈 질책. 이게 이번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라고도 했다.

4선인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3YTN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상대가 잘못해서 내가 득 보는 그런 정치 시대는 끝났다. 내가 잘해야 한다. 우리가 잘못한 게 많다""제가 한 일곱 여덟 분한테 전화를 받았다. 책임자가 안 나오고 미봉책으로 가면 연판장이라도 받겠다(하더라)"고 전했다.

한편, 김 대표는 154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전날 일괄 사퇴한 임명직 당직자 인선 방향에 대해 "인선은 통합형,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는 형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 은퇴로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도 책임정치 측면에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

지난달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와 송갑석 최고위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원내 1당의 야당 대표가 이유가 있든 없든 검찰의 조사를 받는 사법리스크도 초유의 사태인데,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지 못했다고 반대파가 사퇴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13일 인터넷 카페에 이제는 혁신의 시간이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라면서 해당행위자들에 대한 분명한 징계만이 진정한 당의 통합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설훈, 이상민,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5인에 대한 분명하고 단호한 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연일 해당행위에 대한 궤변이 지속되는데 당이 아무런 조치 없이 봉합한다면 당원들의 불신만 커져 오히려 당의 통합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표결 행위, 특히 무기명 비밀투표에 대해 징계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책임정치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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