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교정 의자, ‘자세’ 바르게 해준다 더니 왜 내 ‘허리’는 더 아플까?”
잘못된 자세, 척추~관절까지 ‘치명타’…앉은 자세, 선 자세 대비 40% 압력 증가
교정 기구 등 평소 자신의 생활 습관과 증상 유무 따져본 후 결정해야

[뉴스엔뷰] 보통의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하루 평균 7~8시간은 앉아서 생활한다. 문제는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생활하다 보니 자신만의 잘못된 습관이 그대로 신체에 전해져 각종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사고나 충격이 가해지지 않았더라도 장시간 척추를 혹사할 경우 디스크가 얼마든지 발병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유통가에서는 듣기만 해도 ‘혹’할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바르게 앉는 습관을 길러준다는 의자부터 허리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다는 쿠션 등 ‘건강한 좌식 생활’을 돕는 고가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제품들의 인기가 늘어날수록 제품들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세를 교정해주는 기구는 바르게 사용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디스크나 골반을 압박할 수 있고, 관련 부위에 이미 통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전문의들은 보조기도 계속 사용하면 근육 위축이 금방 되기 때문에 평소에 근육 강화를 해주는 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전문의들은 보조기도 계속 사용하면 근육 위축이 금방 되기 때문에 평소에 근육 강화를 해주는 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 앉는 자세 바로잡아주는 보조제품, 대대적인 광고로 매출 ‘상승’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 씨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체형을 바로 잡아주는 보조제품을 선물했다. 그는 “어느 날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가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목은 거북이처럼 내민 채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라며 “일찍이 앉는 자세를 바로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보조기구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잘못된 자세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적신호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유통가에서는 앉는 자세를 잡아주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세 교정 의자의 대중적인 유행을 불러일으킨 제품은 뭐니 뭐니 해도 ‘손연재 의자’로 알려진 커블체어다. 2018년 5월 출시한 커블체어는 올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이 800만개를 넘어섰다. 이 제품은 의식하지 않으면 무너지기 쉬운 허리를 바로잡아 줘 건강하고 바른 자세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지렛대 원리를 적용한 고탄성 서포트 제품이기 때문에 앉는 순간 꼬리뼈를 상승시켜주면서 자연스럽게 허리를 지지해 준다는 것이다. 

이 제품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FDA(미국 식품의약처) 인증과 손연재라는 스타를 앞세워 2020년부터 대대적으로 TV 광고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등록 유효기간이 말소된 FDA 인증 등록 사실을 작년까지도 마케팅에 그대로 사용하면서 과장 광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커블체어의 FDA 등록 유효기간은 2020년 12월까지였지만, 2021년 광고에도 FDA 관련 문구를 넣어 진행했다. 이후 FDA 재등록을 마치긴 했지만, FDA 허위 인증 논란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논란을 일으켰다.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구매가 늘고 있는 닐링체어(Kneeling Chair)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 제품이다. 척추를 교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의자는 마치 말을 타는 자세처럼 앉도록 설계돼 있다. 앉는 즉시 몸의 무게를 약 60~70도 아래로 향하게 해 하중을 허리와 다리로 분산시켜줘 허리 스트레스를 그만큼 감소시켜준다.  

쿠션 관련 제품 수요도 늘었다. 생활용품기업 메사네트웍스가 2019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인체공학 기능성 쿠션인 ‘엑스젤’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던 2020년에 전년 대비 120% 매출이 증가했다. 매출 증가세는 그 이후로도 이어져 작년에도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수입 물량이 모두 소진되기도 했다.

◇ 바른 습관 유도 vs 광고에 속았다…전문가 “척추 관련 환자들에겐 비추천” 

소비자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보통의 의자에 앉을 때보다 편안하고 안정감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등과 목의 자세까지는 교정해 주기 어려워 100%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시 연수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허리가 과도하게 밀착이 되다 보니 오히려 불편하고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며 “구입한 지 두 달 만에 사용을 멈췄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앉을 때 허리를 지탱해주는 느낌은 확실히 있지만, 엉덩이가 너무 아프고, 생각보다 아주 불편하다”라며 “차라리 좋은 의자를 사서 쿠션이나 수건을 둘둘 말아서 깔고 앉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닐링체어의 경우에는 의자의 패딩 감이 좋지 않아 보조 쿠션을 항시 대고 앉는다는 소비자도 있었고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무릎에 통증이 가해진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자세를 교정해주는 의자를 의료기기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제품은 척추 교정이 아니라 자세 교정을 돕는 공산품이라고 강조했다. 즉, ‘교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허리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평소에 근육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튜브 ‘광분하는 의사들’에서 한 재활의학과 의사는 “사용해본 결과 기존의 쿠션 같은 제품보다 허리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허리 아래쪽 부분까지 감싸주는 느낌은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엉덩이를 깊숙이 넣어서 앉아줘야 한다”고 했다. 걸터앉으면 허리 커브를 충분히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한 재활의학과 의사는 “어딘가 자꾸 지지하면 그 근육이 오히려 안 써질 수도 있다”라며 “보조기도 계속 사용하면 근육 위축이 금방 되기 때문에 평소에 근육 강화를 해주는 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또, “커블체어는 온종일 쓰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라며 최대 1시간 이내로 사용할 것을 권했다. 특히 나이가 들고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들은 받쳐주는 힘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고, 척추관 협착증처럼 허리를 젖혔을 때 더 통증이 유발되는 환자에게도 좋지 않다고 했다.  하이힐로 인해 요추 전만이 된 사람들의 경우에도 허리가 더 젖혀질 수 있기 때문에 비추천했다.

전문의들은 허리나 목의 통증을 완화하고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전문의들은 허리나 목의 통증을 완화하고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 허리는 곧게, 목은 살짝 든 자세 권장…발 받침대나 쿠션은 도움

전문의들은 평소 앉는 자세나 습관은 허리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안중현 교수는 “잘못된 자세로 인해 추간판(디스크)에 압력이 불균등하게 있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추간판의 퇴행 혹은 파열이 생기거나 퇴행성 측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더라도 7시간 이상 장시간 좌식으로 있다 보면 혈관 기능 저하가 서서히 나타나 몸에 불편함을 느낄 뿐 아니라 이러한 생활이 계속될 경우 결국 척추나 골반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척추 전문 우리들병원 이상호 박사의 저서 ‘척추 디스크 환자를 위한 바른 자세와 운동’에 의하면 ‘똑바로 서 있을 때’보다 ‘의자에 반듯이 앉아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40% 증가한다. 만약 앞으로 숙이거나 비뚤어 앉는 등 자세까지 옳지 못할 경우 허리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이상호 박사는 “디스크 질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나쁜 자세로 앉는 습관”이라며 “잘못된 자세는 목이나 허리의 척추 디스크를 유발할 뿐 아니라 근육의 수분을 빠지게 해 기능의 저하를 가져와 결국 인대와 관절이 척추를 지지하는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는 결국 관절까지 약해지게 만들어 서서히 주변 조직이 본래 기능을 잃게 된다”며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경우 척추를 앞으로 숙였을 때 디스크 내의 압력이 증가해 통증이 생기고 척추를 뒤로 젖혔을 때는 관절에 부하가 걸려 요통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잘못된 자세로 인해 몸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오래 앉아서 생기는 ‘뻐근한 증상’으로 넘겨버리기 일쑤다. 그렇다면 허리통증이 척추질환으로 발전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자가진단법은 없을까. 

안중현 교수는 “단순 요통에서 진행한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통증이 허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허벅지 이하 종아리 아래로 저린 증상이 생기는 경우에 의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안 교수는 “특히 의자나 바닥에 앉아서 무릎을 쭉 폈는데 허리나 다리의 당기는 통증이 심해진다면 추간판 질환의 가능성이 높다”라며 “장년층에서 더 흔한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앉아있을 때는 증상이 경감되는데 일어나서 걸으려고 할 때, 허리나 엉치 이하의 통증이 생기거나 다리가 무겁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안 교수는 이런 경우 더 악화하기 전에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들은 허리나 목의 통증을 완화하고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척추 전문 우리들병원 이상호 박사는 저서를 통해 만약 자신도 모르게 구부정하게 앉는 등 나쁜 자세가 습관화된 사람이라면 가슴받이, 엉덩이받이, 발받이가 있는 의자를 사용하면 바른 자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특히 과도하게 앞으로 오래 숙이는 동작은 척추의 연부조직, 근육, 인대의 피로를 발생시킨다”며 “책상에 앉아 장시간 공부나 일을 해야 할 때는 디스크에 걸리는 부하를 줄이기 위해 팔로 앞을 받치거나 가슴받이를 해주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안중현 교수는 “허리를 곧게 펴고 목은 살짝 든 자세를 통해 목과 허리의 전만 곡선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자세”라며 “앉을 때는 목과 허리에 쿠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엉덩이 주머니에 두꺼운 지갑을 넣고 앉아있는 등의 자세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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