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환불·교환·취소 쉽지 않고, 돈만 날리기 일쑤, 사이트 폐쇄 다반사
해외 구매대행 시 전자상거래법 우선 적용된다는 점 기억해야
예방 차원의 법적 마련 필요…사업체에 국내 소비자보호법 교육도 ‘절실’

[뉴스엔뷰] “해외직구를 했는데 사이트가 폐쇄돼 상품을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 확인도 안 되는 상태에요.” 얼마 전,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구매한 A씨는 갑자기 폐쇄된 사이트로 인해 거래내역조차 사라져 상품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돈만 날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 초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했는데 레이스에 칼집이 크게 나 반품을 요구했지만, 소비자 과실이라며 반품이 거절됐어요.” B씨는 3cm나 옷에 칼집이 크게 났는데도 확인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고 소비자 과실로 몰아간 업체에 분통했다. 

이처럼 해외 구매대행 이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소비자 불만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취소·환급·교환을 거부하거나, 과도한 반품 비용을 부과하는 등의 사례가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 단체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 등 글로벌 쇼핑 대목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요구했다.  

인천 중구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 모습.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 등 글로벌 쇼핑 대목을 앞두고 해외 직구를 하는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뉴시스
인천 중구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 모습.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 등 글로벌 쇼핑 대목을 앞두고 해외 직구를 하는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뉴시스

◇ 반품하려는데 ‘배 보다 배꼽이 더 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자상거래는 99조7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54.3% 늘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자상거래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가 해외 판매자로부터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액은 2조7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50% 늘었다.

거래액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 피해사례도 다양하게 발생했는데, 주요 피해 사례는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 ▲위약금·수수료 부당 청구 및 가격 불만 ▲파손이나 오배송 등 배송 관련 문제 ▲제품 하자 및 품질·AS ▲사업자 연락두절이나 사이트 폐쇄와 관련된 문제였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6개 오픈마켓 해외 구매대행 상품 240개의 반품 관련 정보제공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반품 비용에 대한 표시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사업자는 구매 여부에 영향을 주는 거래조건인 반품 비용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업체 중 21곳은 상품 상세페이지에 반품 비용을 표시하지 않거나 하나의 상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반품 비용을 표시하고 있었다.

또한, 입점 사업자의 96.7%는 소비자가 청약 철회를 요청한 시점의 배송단계에 따른 반품 비용을 구분해놓지 않았다. 해외구매 표준약관에서는 반품 비용을 해외 현지 수령장소로 발송된 이후 혹은 국내 수령 장소로 발송된 이후 등 배송단계에 따라 구분하도록 정한 것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상품가격과 반품 비용을 고지했다 하더라도 터무니없이 반품 비용을 요구하는 곳도 많았다. 그중에는 상품가격을 초과하는 경우도 1/3에 달했다. 예를 들어 가격이 2만5600원인 블루투스 이어폰의 경우 반품 비용이 30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반품 비용이 상품가격보다 비싸 소비자가 추가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실제 반품 정보와 고지된 반품 정보가 다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안내된 반품 주소와 실제 반품 주소가 달라 소비자가 잘못된 주소로 반품하는 경우가 있다거나, 사업자가 청구한 실제 반품 청구액이 실제로 고지되는 금액과 다른 경우다.

이는 소비자가 반품을 포기하도록 해 소비자의 청약 철회에 관한 권리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옷을 구매한 양모(35세) 씨는 “얼마 전 170여만원을 주고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는데, 상품 수령 후 반품을 요청했지만, 관세를 포함한 반품 비용으로 45만원이나 청구해 결국 반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자상거래는 99조7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54.3% 늘었다. 그만큼 소비자 피해사례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자상거래는 99조7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54.3% 늘었다. 그만큼 소비자 피해사례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내 전자상거래법 잘 모르는 사업자 ‘태반’…등록제만으로는 소비자 구제 힘들어

이처럼 소비자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청은 작년 7월부터 해외직구 구매대행업체 등록제를 시행했다. 구매대행업체에 대한 관리 기준이 없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업체가 통관단계에서 저가 신고하거나 불법으로 통관하는 등 국내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직구 구매대행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가 과연 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외 구매대행과 관련해 지속해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만과 피해사례는 일부 사업자들이 국내 소비자 보호 법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155곳의 해외 구매대행 사업자를 대상으로 ‘전자상거래법’등 관련 법규에 대한 인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법규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63.2%였고, 표준약관에 대한 업체의 인지도는 40.0%에 불과했다.

이러한 이유로 상품이 출고된 이후 취소 불가라며 상품 수령 후 반송비를 지불하고 반품하라는 업체부터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취소 기간 경과로 AS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구매대행 사업자들의 소비자 보호 법규 인지도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매대행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 보호 법규를 잘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소비자원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사업체들의 법규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반면, 법률을 준수해야 할 법규로 인식한다고 대답한 업체는 82.6%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오픈마켓 사업자들에게 입점한 해외 구매대행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충분한 상품정보를 제공하도록 관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해외직구 소비자들은 문제가 발생해도 적절한 대응을 하기 힘들다. 국내 소비자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더라도 일부 국가는 기업의 규정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어 책임 소재와 보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해를 감수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물론 해외 구매대행 시 사업자가 제시한 거래조건보다 전자상거래법 등 관계 법령이 우선 적용되지만, 소비자 스스로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구매 전 반드시 반품비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픈마켓에서 반품을 신청하더라도 입점 사업자에게 반품 의사를 밝힐 것을 권고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예방차원의 법적 근거 등 안전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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