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캠핑장 이익 증대, 약관은 소비자에 불리하게 ‘적용’
분쟁 해결은 권고 사항만 마련…피해구제는 소비자 ‘스스로’
캠핑장에 적용되는 약관 전무 ,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 ‘절실’

[뉴스엔뷰]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 사람들의 여가 생활과 관련, 방식과 유형의 변화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캠핑 수요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 관심도나 영향력 면에서 월등한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캠핑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불만도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캠핑장 시설의 계약과 취소에 관련한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규정되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캠핑장은 자체 약관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대다수 캠핑장은 자체 약관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불공정한 위약금이 무서워요”

캠핑장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며 불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은 ‘불공정 거래’에 따른 물질적인 손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양모(42세) 씨는 캠핑장을 예약한 후 2시간 만에 취소했음에도 예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개인 사정으로 예약한 지 2시간 만에 취소할 수밖에 없어 캠핑장 측에 예약금 환급을 요구했지만, 사업자가 자체 약관을 이유로 환급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옛말이 돼버린 지 오래됐지만, 캠핑장의 이런 갑질 영업은 소비자를 분통 터지게 만든다”라고 꼬집었다.

기후변화나 천재지변과 같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예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직장인 한모(35세) 씨는 지난여름 혼자 캠핑을 즐기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예약했지만, 예보에서 호우 경보가 발효된 사실을 알고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캠핑장 측은 그날 정상 운영 중임을 이유로 예약금 환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충청도의 한 캠핑장을 찾았다가 입실도 하지 못한 채 취소당한 사례도 있다. 얼마 전 부부 동반으로 2박 예정으로 캠핑장을 예약한 이모(32세) 씨는 예약자인 남편의 늦은 퇴근으로 인해 친구네 부부와 먼저 캠핑장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예약자가 저녁 9시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입실할 수 없다는 캠핑장의 강경한 태도에 가족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까지 내겠다고 했지만, 결국 입실하지 못하고 모두 취소됐고, 환불도 못 받았다.  

야영장 시설의 문제로 인해 퇴실한 경우에도 자체 약관에 따라 예약금의 50%만 환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금요일부터 연박을 원하는 손님을 먼저 받기 위해 토요일 1박 손님은 예약 자체를 받지 않는 곳도 상당했다. 운이 좋게 예약됐다 하더라도 캠핑장 마음대로 취소시키는 곳도 비일비재하다.

◇ 환불 규정 및 위약금 ‘캠핑장’ 마음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캠핑 인구는 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2019년 대비 약 100만 명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해 움츠러들었던 심리를 캠핑을 통해 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몇 년 새 갑자기 늘어난 손님 탓일까. 최근 캠핑장을 비롯한 많은 야영장이 자체 약관을 이유로 부당한 ‘규칙’을 내세우는 곳이 많아졌다. 가장 많은 분쟁이 일어나는 부분은 예약 취소에 따른 환급과 위약금 기준이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소비자의 책임으로 숙박을 취소할 경우 이용 시기와 취소 시점을 기준으로 위약금 및 환급 금액이 결정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캠핑장은 이용 시기에 상관없이 취소 시점만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위약금의 액수도 소비자 사정으로 계약을 해제하면 성수기 주말보다 불리하게 책정한 곳도 다수 있다.

예를 들어 A 야영장의 경우 성수기가 아님에도 20일 전에 취소할 때만 계약금을 환불해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성수기 주말의 경우에도 10일 전까지 취소하면 계약금 환불이 가능하다.

사업자 귀책 사유로 인해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 귀책 사유에 따른 환불 규정이 존재하는 캠핑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사 환불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계약금 환급만 가능할 뿐 별도의 손해배상 규정이 존재하는 곳은 없다.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 관련 기준도 모호하게 적용된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이 캠핑장 예약 중개 플랫폼 7개 내 100개 캠핑장을 조사한 결과, 58%의 캠핑장은 관련 기준이 없었다. 현장 판단에 따라 취소가 가능하다고 돼 있는 경우도 16%나 됐다. 환불이 가능한 곳은 단 17%에 불과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해 취소할 경우에는 계약금을 환급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이유로 캠핑장 관련 소비자 피해는 급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송석준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74건이었던 캠핑장 관련 소비자 상담은 2021년 529건으로 3배 늘었다. 가장 많은 소비자 불만은 계약해제 및 해지·위약금 관련이 66.4%로 가장 많았다.

현재 캠핑장은 별도의 표준약관은 마련돼 있지 않고, 숙박업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강제 규정은 아니어서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사진/뉴시스 제공
현재 캠핑장은 별도의 표준약관은 마련돼 있지 않고, 숙박업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강제 규정은 아니어서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사진/뉴시스 제공

◇ 표준약관 ‘절실’ 정부 당국 ‘뒷짐’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 책임은 오롯이 소비자가 져야 하는 상황이다. 계약 전, 캠핑장의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은 소비자에게 책임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송석준 의원은 “캠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 피해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약 관련 소비자 피해 비율이 높은 만큼 관계부처도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캠핑장은 별도의 표준약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시장감시팀 정혜운 팀장은 뉴스엔뷰와의 통화에서 “공정위 차원의 표준약관은 없다”라며 “모든 거래에 대해 다 표준약관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캠핑장의 경우에는 정부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고, 숙박업 적용을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숙박업이 포함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 권고사항일 뿐이다. 

따라서 캠핑장 이용 시 불공정 거래로 인한 피해가 일어난 경우에는 소비자가 직접 한국소비자원에 구제 신청을 해야만 한다. 즉, 소비자 스스로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계약 관련 자료 등을 첨부하는 등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직접 신고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구제신청 시 해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30일 이내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약관을 지정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늘어나는 캠핑장 분쟁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까. 사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표준약관을 만들기도 하지만, 불공정성이 다수 발견된다면 업계에 기준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 김동명 과장은 뉴스엔뷰와의 통화에서 “2015년도에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자동차 야영장 및 오토캠핑장 등 15곳의 야영장의 약관을 조사해 불공정 조사를 펼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 사례만 발표했을 뿐, 이후 표준약관 등 별다른 조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김 과장은 표준약관이 마련되는 절차에 대해 “보통 표준약관은 사업자 단체가 이런 표준약관을 쓰면 좋겠다는 안을 가져오면 심사를 통해 마련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에서 표준약관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꽤 있지만, 없는 분야가 더 많은데, 그때그때 필요성에 따라 거래 관계 전체를 조율하는 표준적인 계약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검토한다”라고 덧붙였다. 

캠핑 수요가 늘어날수록, 캠핑장 관련 소비자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캠핑장 이용 시 피해를 줄이려면 소비자가 캠핑장별로 마련된 약관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 전 이용 일자·소재지·요금 등의 계약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취소 수수료 관련 규정을 살펴봐야 한다”며 “부득이 계약을 취소해야 하는 경우에는 취소 시점에 따라 환급 금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취소 요구를 했다는 사실과 그 시점을 입증할 수 있도록 전화보다는 문자나 이메일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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