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큰 위기를 가져온 이번 전쟁의 결과는 어떻게 이뤄지게 될까? 전문가들은 민스크 협정을 이행해 바스 지방에 자치권을 주되 개헌으로 우크라이나를 연방으로 만들어 돈바스 지방을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기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말한다.

[뉴스엔뷰]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되어 있던 러시아의 대규모 병력이 우크라이나 동부, 북부, 남부 국경에 일제히 진격한 지 하루 만에 수도 키예프가 포위되었다. 침공 첫날 이미 우크라이나인 사상자만 최소 450명 이상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리우풀 민간인 주거지역이 80%파괴됐으며, 시민이 3만 명이 피난을 떠났다“고 전했다. 공격은 21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쟁이 시작된 2014년부터 발생한 피난민은 지금까지 약 85만 명에 달하며, 앞으로 최대 50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대량학살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뉴시스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대량학살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뉴시스 제공

 

전쟁의 원인

이번 전쟁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여부였지만 갈등은 오래 전 시작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밸라루스와 함께 키에프 공국에 속해 있었으나, 몽골의 침입으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에 속했고 19세기에는 러시아 제국에 복속됐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러시아 제국이 소비에트 혁명으로 소비에트연방의 일원이 됐으나 1991년 국민투표 결과로 인해 소련에서 독립했다. 이는 소련이 해체된 주요 원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스탈린 시절의 ‘홀로도모르(Holodomor)’라고 불리는 대기근 사건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첫 갈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30년대 스탈린은 부농 ‘쿨라크’를 처형하면서 그가 가진 농지를 다 몰수하고, 집단농장 체제로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한다. ‘쿨라크’를 비롯한 부농들을 처형한 뒤 우르라이나 지역은 집단 농장 체제로 변화됐으며, 생산량 할당을 받았다. 그리고 소련정부는 이를 수탈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흑토를 보유한 세계 3대 곡창 지대로, 예나 지금이나 농업의 경쟁력이 높은 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만에 28,000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을 겪기도 했다.

두 번째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다.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이 방사능 유출로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선 인류 최악의 원전 참사에 대한 당시 구 소련의 미흡한 대응과 책임 회피 등으로 지금의 러시아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있다.

두 국가 간 직접적인 갈등은 이른바 ‘동부분쟁’으로 불리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문제다. 소련은 우크라이나에 화공·기계·에너지(원전) 등 중공업을 육성했고 중공업 육성과 지역 통치 차원에서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편입시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친서방정권이 들어서면서 친 러시아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들은(친러시아)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독립을 선포한다. 결국 이 갈등은 내전으로 발생하고 이에 러시아, 프랑스, 독일의 중재로 양측이 민스크 협정을 체결, 우크라이나가 두 지방의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며 휴전했다. 중요 협정내용은 ‘중화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돈바스 지역은 자체 주민 선거를 실시한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에 속하지만, 연방제 방식으로 자치권을 확대한다’ 등이었다.

이후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는 2008년 미국의 도움으로 NATO 회원국 후보로 수용됐고, 2019년 개헌을 통해 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국가 목표로 제시하는 등 친서방 행보를 멈추지 않자 러시아는 ‘위기감’을 이유로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 양상

21일 현재 러시아는 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공세를 강화하면서 최후통첩을 한 상황이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총참모부(합참) 산하 지휘센터인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는 브리핑에서 “마리우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에서 수세에 몰리면서 사실상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사실이다. 세계 군사력 2위의 러시아, 그리고 22위인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는 누가 봐도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쉽게 함략으로 끝날 것으로 보였던 전쟁은 반전을 맞이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전장 곳곳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승리와 러시아군의 피해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침공 후 2~3일 이내에 함락될 것이라던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크이우’도 지금까지 굳게 버티고 있다. 푸틴의 예상을 뛰어넘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과 단결은 매일매일 전 세계로 전해지며 세계인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는 SNS가 있다. 이를 통해 일각에서는 푸틴이 이번 전쟁에서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쟁 상황을 전달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공식 성명이, 트위터에 올라오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퍼지는 형태. 이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은 소식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특징은 생방송 형태로 전쟁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의 블로거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놀란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 세계에 전해졌고, 세계가 전쟁을 감시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 러시아는 SNS를 활용한 심리전과 정보 조작에 굉장히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엔 전쟁에서 SNS를 활용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밀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SNS 활용을 통해 세계에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전 세계 수많은 시민의 항의로 인해 많은 기업이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IT 기술력이 그것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프로그래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이나 MS 같은 사무소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이유고, 많은 해커 조직의 근거지로도 전해진다. 실제 전쟁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트위터를 이용해 IT 부대를 모집했고, 약 20만 명이 여기에 동원된 것으로 외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여기에 어나니머스 같은 핵티비스트 그룹도 우크라이나를 돕기로 하면서 다양한 사이버 전쟁을 펼쳐지고 있다.

국내 영향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먼저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 원유 트레이더들은 국제 유가 선물 가격이 2008년 최고치 기록에 도달 이후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3월말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 역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를 전제하고 연말 유가가 1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빠른 속도로 이상 급등하면서 정유관련 정책도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직전인 지난해 11월 11일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1천810원를 이미 넘어섰고, 전국 휘발유 최고가 지역은 제주도로 L당 1천951원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도가 서울보다 먼저 지난주 L당 1천900원대를 돌파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층 심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3.7% 오르면서 최근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2.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했는데,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의 기여도가 1.44% 포인트에 달했다”면서 “지난달 물가 상승분 중 40%가량이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가격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쟁의 종식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세계의 큰 위기를 가져온 이번 전쟁의 결과는 어떻게 이뤄지게 될까? 전문가들은 민스크 협정을 이행해 바스 지방에 자치권을 주되 개헌으로 우크라이나를 연방으로 만들어 돈바스 지방을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기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말한다. 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편입에 20~25년의 모라토리엄을 제안해 러시아와의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이는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한 러시아 전문가는 “전쟁이 장기화되는 양상이 진행되는 것은 푸틴에게 치명적인 일”이라면서 “협상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를 연방으로 만들어 돈바스 지방을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기는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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