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발표
아동·청소년 유인 '온라인 그루밍'도 처벌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뉴스엔뷰] 정부가 'n번방', '박사방' 사건 등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 내놓은 대책에 잠입수사 도입 및 ‘온라인 그루밍’ 처벌 등 신설 방안들이 포함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국무총리실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법무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확정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행 등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방안들이 담겼다.

대책에 따르면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하는 잠입수사가 디지털 성범죄에 도입된다. 최근 텔레그램을 이용한 'n번방', '박사방' 사건 등과 같이 디지털 성범죄물이 폐쇄적으로 유통되면서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를 위해 마약 수사 등에 활용되고 있는 잠입수사 기법을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즉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수사 과정에서의 수사관 보호와 재판에서의 증거능력 등을 고려해 그 근거 법률도 마련할 예정이다.

범죄수익 환수도 강화한다. 해외도피나 사망 등의 경우에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도 몰수가 가능한 독립몰수제를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검사가 기소 없이 몰수·추징만을 별도로 청구하고, 이를 법원이 결정하는 제도다. 통상 기소나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사전에 독립적인 청구가 가능해 범죄수익 은닉 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범행기간 중 취득재산을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현재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17조에는 금액 및 재산 취득 시기 등에 비춰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해당 마약 관련 범죄에 관계된 불법 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이 있다.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 정비에도 나선다.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길들이고 동의한 것처럼 가장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을 신설할 예정이다.

SNS 등을 통해 성적 영상물이나 사진을 요구하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만남에 이르는 일련의 단계를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온라인 그루밍을 형사범죄로 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연령도 현행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의제강간이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에서 동의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처벌 기준이 되는 연령 상향 문제는 기존에도 계속 제기돼왔다. 다만 이를 두고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기준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과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과거에 입법 발의도 있었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법무부도 지난 17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 보호를 근본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외국의 경우 일본은 13세이지만, 독일은 14세, 영국은 16세,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16~18세가 기준 연령이다.

SNS 등에서 성폭력을 모의하는 것도 중대범죄로 엄중 처벌한다. 살인을 모의할 경우 처벌하는 예비·음모죄를 합동강간, 미성년자 강간에도 적용해 실제 범행에 이르지 않고 준비하거나 모의만 해도 처벌할 방침이다. 온라인 성착취가 실제 성폭력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구속기소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도 온라인상에서 한모씨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행 영상물을 찍기로 공모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주빈에게는 아동·청소년 강간미수 및 유사성행위 혐의가 적용됐다.

또 디지털 성착취물 제작과 판매 등의 법정형량을 높이고, 이를 광고하는 행위도 처벌 조항을 신설한다. 'n번방', '박사방' 회원들의 처벌 문제도 제기된 만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구매죄도 신설해 처벌할 방침이다.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도 처벌 조항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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