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대표명의 사과문 발표
자영업자 반발·정치권 압박에 시행 6일 만에 개편과 환불 조치

배달의 민족 CI와 김범준(오른쪽) 우아한형제들 대표. ⓒ뉴시스
배달의 민족 CI와 김범준(오른쪽) 우아한형제들 대표. ⓒ뉴시스

[뉴스엔뷰] 국내 1위 배달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이 이달부터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적용한 새 요금체계에 대한 논란에 결국 항복했다.

언론 보도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비판에 반론을 제기하며 맞서다가, 6일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도한 수수료 책정 문제에 철퇴를 예고하는 등 정치권의 압박까지 더해지자 결국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개선안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날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은 국회에서 전 모두발언을 통해 "배달의 민족이 지난 1일부터 수수료 체계를 바꿨는데 이는 잘 되는 배달 음식점을 타깃으로 한 수수료 폭탄"이라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회의에서 배달 앱 수수료가 '제2의 임대료'라고 지적한 바 있다"며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면서 배달 앱 이용이 40%이나 배달 앱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배달의 민족 수수료 부과 체계와 독과점 극복을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며 "어제 우리 당 우원식 의원이 특별법을 통해 규제하겠다고 했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배달 앱의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앞서 주말에는 이재명 경지도지사가 자신의 SNS에 배민을 겨냥해 '독과점의 횡포'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배민은 지난 1일부터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앱 수수료 과금 방식을 정액제(노출 건당 8만8000원)에서 주문 매출의 5.8%를 과금하는 '오픈서비스' 체제인 정률제로 바꿨다.

이에 수수료 부담이 늘어난 자영업자와, 정치권 등에서 연일 독과점의 횡포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배민은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전체 입점 업소의 52.8%, 배민 월매출 기준으로는 465만원 이하의 업체가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반론 자료를 내놨다.

결국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이날 '오픈서비스 관련 입장문'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오픈서비스 시행 6일 만에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즉각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고, 이 과정에서 사장님들의 마음 속 깊은 말씀을 경청하고, 각계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픈서비스 도입 후 업소별 주문량의 변화와 비용 부담 변화 같은 데이터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오픈서비스 도입 후 5일간의 데이터를 전주 동기와 비교 분석해 보면 오픈서비스 요금제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님과 줄어드는 업주님의 비율은 거의 같게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배민은 또 사과의 의미로 코로나19로 인한 수수료 환불책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김 대표는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업소가 생겨난데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무척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상공인 경영난 극복에 도움을 드리고자 월 최대 15만원 한도 내에서 3, 4월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드리는 정책을 지난달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당장의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이 정책을 확대해 4월 오픈서비스 비용은 상한을 두지 않고 내신 금액의 절반을 돌려 드리겠다"라고 알렸다.

끝으로 그는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하며 큰 혼란과 부담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우아한형제들은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영세한 사장님들일수록 부담이 증가하는 불공정한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하고, 사장님들에게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 기업인 DH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로 국내에선 배달앱 시장 점유율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12월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무려 4조7500억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했다. 이에 사실상 국내 시장을 DH가 독점하게 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두 기업이 결합해 생기는 효율성이나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효과가 시장경쟁을 제한하거나 독과점을 일으키는 부작용보다 큰 지 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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