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마힌드라 쌍용차에 2300억원 지원 안하기로
코로나19 여파에 회사채 만기 폭탄 등 쌓인 숙제들 산적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쌍용자동차의 회생 방안 논의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뉴시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쌍용자동차의 회생 방안 논의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뉴시스

[뉴스엔뷰] KDB산업은행이 두산중공업과 항공업계에 이어 대주주의 투자 거부로 위기를 맞게 된 쌍용자동차까지 잇따른 기업들의 위기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당초 쌍용차에 투입키로 했던 2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쌍용차가 대안을 모색하는 동안 사업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향후 3개월간 최대 400억원만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미힌드라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해 5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에는 회사를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입되는 5000억원 가운데 2300억원을 유상증자 방식 등으로 직접 해결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산은과 정부 등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파완 고엔카 사장은 지난 1월 산은을 방문해 이동걸 회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지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산은은 이에 원론적 입장을 전하며 추가 지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몇개월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마힌드라는 쌍용차 자금을 마련할 새로운 대안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런 대주주의 투자 거부에 쌍용차는 정상화 9년만에 또 다시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단 당장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부터 해결해야 한다. 쌍용차가 산업은행에 대출받은 금액은 약 1900억원. 이중 1000억원은 지난해 시설투자 명목으로 대출이 나갔고 만기는 오는 2024년이다. 나머지 900억원이 오는 7월까지 갚아야 하는 금액이다.

산은이 만기 연장 등의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당장 생존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쌍용차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 차입금은 총 2541억원, 장기 차입금은 1587억5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산은이 무작정 지원에 나설 수만은 없다. 2대주주였던 한국GM과는 달리 산은은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일 뿐,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또 그간 산은이 대기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 등 3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마힌드라의 이번 신규 투자를 거부 결정이 이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방한 당시에도 이동걸 산은 총재는 이 3대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날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며 "대출 연장과 지원 여부에 대해 아직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내부에선 일단 지원에 신중한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군다나 산은은 최근 두산중공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1조원을 결정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에도 3000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LCC 뿐 아니라 항공업계 전체가 산은의 자금 지원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원 여력도 문제지만, 사실상 대주주마저 손 뗀 쌍용차 지원에 나설 경우 자칫 '특혜 논란'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또 이들만 신경쓸 여유도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상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240여개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204조원이다.

이 중 올해 만기 도래되는 회사채는 170여개 업체에서 50조8700억여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줄줄이 회사채 만기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이달이 문제다.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6조5495억원으로 집계됐다. 1991년 이후 4월 기준 만기금액 중 가장 큰 규모로, 월간 기준으로도 올 한해 전체의 13%에 달한다.

대기업조차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면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차환방식을 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이에 산은을 비롯한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은 중견·대기업들의 회사채·CP(기업어음) 등 차환을 매입해 자금경색을 완화할 방침이다.

산은은 이미 1조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렇다고 쌍용차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후방 연관 효과와 고용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이 무너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앞으로 산은에 SOS를 외치는 기업들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그 때마다 산은이 다 지원에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척 놔둘 수 만은 없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개서한을 통해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마힌드라 그룹이 4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 쇄신 노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지원을 배제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기업자금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으니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권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시장 안팎에서는 정부가 대기업 지원에 대해 자구노력 등을 강조하는 것은 반(反)기업정서에 편승한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소상공인·중소기업과 달리 시장접근이 가능한 대기업에 대해 1차적으로 거래은행·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권유한 것"이라며 "대기업 역시 정부 이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나 금리, 보증료율 등에서 일정부분 부담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채안펀드 등 이용이 어려울 경우에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국책은행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시 대기업이 부담하는 방식, 범위 등을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의 CP·회사채를 지원하지 않는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의 최우선 목적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화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사는 증권금융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고 한국은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원이 금융사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통합 은행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예대율, 증권시장안정펀드 출자금 관련 자본건전성 규제 등 규제부담을 완화하고, 채안펀드는 우량기업 위주로 매입해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한 항공업계와 관련해서는 종합적 대안을 논의 중이나 항공사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계부처, 정책금융기관 등과 함께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다각적·종합적 대안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며 결론이 정해지는 대로 구체적 방안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개선 등 각 회사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기준 일부 항공사의 부채비율은 1386.7%, 또 다른 항공사의 부채비율은 871.5%에 달하는 상황이다.

은 위원장은 "리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항공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지원과 함께 자본확충, 경영개선 등 종합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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