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만 유지 ‘고액 연봉’...연봉 공개 “부담스러워?”

[뉴스엔뷰] 지난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총수 일가의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세간에는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특히 재벌 총수들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에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거나 등기임원 보수 공개 후 교묘하게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총수 일가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권리는 누리고 싶고 의무는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편집자 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뉴시스 제공>

재벌닷컴 집계에 따르면, 30대 재벌총수가 등기임원으로 등재한 회사가 2013년 108개에서 2015년 78개사로 28% 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재벌총수, 재벌 2,3세 경영자들이 등기를 회피하는 이유는 연봉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고 법적,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적자 회사 중 5억원 이상 고연봉자가 1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삼성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미등기임원으로 있다. 정 부회장은 2002년 이명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신세계 등기임원에 올랐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인 2013년 3월 등기임원직을 내려놔 보수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의 보수는 알려진 바 없다. 신세계의 상장 계열사 중 어느 곳에도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은 의무적으로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정 부회장의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에서 연봉공개 의무가 없는 미등기임원으로 직책을 낮춘 것으로 짐작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등기임원이 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꼼수’일 뿐만 아니라, 회사는 적자에 허덕이더라도 고액을 챙기겠다는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는 회사를 좌우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기형적인 법외의 경제권력이 아니냐는 쓴소리다.

미등기임원 ‘법외의 경제권력’...“재벌개혁의 1호”라는 비판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본보에 원론적인 해명을 내놨다. 신세계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급변하는 유통 시장에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책임 경영과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있는 것이 ‘책임경영의 표본’으로 불리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총수가 등기임원이 되면 이사회 구성원이 되기 때문에 회사의 중요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만큼 업무의 양과 성격이 달라지고 법적 책임을 지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의 위상은 그만큼 올라간다. 때문에 이 같은 해명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한편, 그간 등기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던 고위 임원들의 연봉이 ‘미등기 재벌보수 공개법’ 개정에 따라 올해 공시하는 사업보고서부터 공개된다. 미등기 임원으로 보수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던 정 부회장의 연봉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 일가가 권한은 행사하고도 법적인 책임과 의무는 회피하고 있다“며 "자본법 개정으로 연봉공개를 피하는 허점이 제거된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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