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러브콜에도 인수 실패...곡물 유통사업 어쩌나?

[뉴스엔뷰] 하림그룹이 STX 인수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가운데 ‘글로벌 곡물 유통망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 하림펫푸드 제공>

당초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곡물 운송을 담당하는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을 STX의 새 주인으로 낙점했었다. 하림의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원매자들이 STX 측이 원하는 수준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져 성사가 더욱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STX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은 하림이 아닌 AFC코리아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FC코리아는 제일 높은 인수가를 써냈다. AFC코리아가 제시한 인수대금은 700억 원 수준이다. AFC코리아는 내년 말 만기가 연장된 3700억 원 규모의 STX 협약채권 만기를 2~5년 정도 연장하자는 제안을 내세워 하림그룹에 비해 만기 연장 기간을 이보다 더 길게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TX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STX는 지난 3월 1차 매각 당시 삼라마이다스(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실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5월말쯤 STX가 보유하던 STX중공업 지분 전량을 272억 원에 매각한 뒤로 양측간 갈등이 시작, 그 뒤 매각가 협상에 실패하며 거래가 무산됐다.

두 번째 눈치싸움 실패...‘인수대금이 뭐길래?’

이후 SM그룹이 손을 떼면서 하림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두 번째 고배를 마신 셈이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AFC코리아가 제일 높은 인수가를 써냈다”면서도 “인수 가격에 대해선 알려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하림은 전체 사료의 95%를 수입으로 해결한다. 운송비 변동이 원가를 좌우하고, 업체마다 운송비가 달라 불확실성도 높다. 하림은 이 때문에 지난 2015년 벌크선(곡물 운송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팬오션을 인수해 이듬해부터 곡물 트레이딩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곡물 사업을 확장하기에 인프라가 부족했다. 팬오션의 인력 풀(pool)만으로는 곡물유통 사업 성과를 빠른 시일 내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하림으로서는 130여개 해외 네트워크 및 글로벌 판로를 가진 STX가 적격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하림이 STX 수주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다”며 “곡물 유통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하림의 모든 계획도 숲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한편, STX는 원자재 수출입을 중심으로 에너지, 기계·엔진, 해운·물류 등의 사업을 하는 무역상사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