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정부 고위 공지자 1,800여 명의 퇴직 후 사기업 취업 실태가 전격 공개됐다. 그동안 조금씩 드러나던 관피아와 경제계 유착의 실체가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라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26일 공개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내역(2008.1~2014.4) 및 심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6년 4개월여 동안 총 1,819건의 취업제한여부 확인 및 승인 심사가 이뤄졌으며, 이중 7.4%만이 취업제한조치를 받아 거의 대부분이 별다른 제한 없이 사기업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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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사기업체 취업 심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정부가 관피아와 경제계의 이권 독점과 끼리끼리 나눠먹기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김제남 의원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사기업 취업심사 건수는 매년 300건 안팎으로 거의 줄지 않고 있다.

중앙부처 중에는 국방부와 경찰청과 같은 특수성이 있는 부처를 제외하고는 금융위, 국세청과 같은 일명 모피아 출신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대통령실, 검찰청, 감사원, 국정원과 같은 사정 관련 기관들도 일반 부처에 비해 많게는 열배 이상의 심사 건수가 있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 국토교통부와 같이 전통적으로 관피아 성격이 강한 부처들도 취업심사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또한 중앙부처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은 지난 6년 여동안 심사 건수가 52건에 불과하며, 이 중에는 취업제한 사례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관피아 논란에서 지방,교육 공직사회는 허점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 현대, LG 등 상위 20개 대기업에 대한 취업 사례는 총 685건으로 전체의 41.3%를 차지했으며, 특히 삼성과 현대가 100건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와 국세청, 한국은행 등은 직무관련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금융기업에 대거 취업했으며, 심지어 대규모 부실 논란이 벌어졌던 저축은행에도 다수의 금융관련 공직자가 자리를 차지하는 등 원조 관피아인 모피아의 사기업 취업 실태는 경악스러울 지경이다.

또한 대기업이나 금융계 등으로 취업하는 경우 대부분 사외이사, 자문, 고문 등의 자리를 받아 기업 실무보다 대정부,대국회 로비스트로 활동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는 지난 MB 정부부터 박근혜정부로 이어지는 ‘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의 숨겨진 원인이 이렇게 퇴직 공직자를 로비스트로 대거 채용한 것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번 명단 공개를 통해 확인된 또다른 우려로는 대통령실,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정원 등의 국가 안보와 관련한 주요 공직자들이 대기업 등 관련 기업체로 대거 자리를 옮기는 경우 또한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가안보와 관련한 주요 정보의 유출에 대한 불안 또한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자료를 공개한 김제남 의원은 “그동안 아무런 제한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고위공직자의 사기업 취업이 대규모로 이뤄져 왔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피아 척결 대책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관,경의 관계가 유착의 정도를 넘어서 한몸의 경지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의심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정부는 허술한 법 체계와 관행적인 심사를 통해 오히려 면죄부를 주며 관피아를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얼마전 본 의원이 현행보다 대폭 강화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대통령도 약속하고 국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으니 빠른 처리를 통해 더이상의 폐단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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