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전산시스템 교체로 촉발된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사이의 갈등이 금융당국의 특별 검사로 번지는 등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IBM의 메인프레임 계약 만료(2015년 7월)를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전산시스템 교체 등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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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은 타 금융사 대다수가 유닉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국민은행 등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또한 유닉스 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어, 국민은행 등이 사용 중인 메인프레임은 타 계열사 시스템과 운영체제, 컴퓨터 언어 등이 달라 호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또 메인프레임은 안정성이 높고 보안에 유리함에도 국내 제공업체가 IBM이 유일해 가격 협상이 어렵고 유지비가 높다는 문제가 있어, 상대적으로 업체가 많아 가격이 저렴하고 서버를 분산 운영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는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기존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할 것을 결정해 추진하며 공개입찰을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IBM측은 메인프레임의 가격인하 의사를 담은 e-메일을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보냈고, 이를 접한 이 행장은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에게 특별감사를 지시해 전산시스템 교체 비용 산출에 있어서의 리스크 사항 누락 등, 1,000억 원의 비용이 더 소요되므로 가격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두고 지난달 24일 국민은행은 이사회에서 유닉스 시스템 찬반 표결에 부쳤고,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은 반대했으나 사외이사들의 찬성으로 유닉스 시스템으로 결정됐다. 이 행장 측은 이사회에 문제점을 알리고 재고할 것을 요청했으나, 사외이사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행장 측은 지난 19일 금감원에 이에 대한 보고를 했고, 금감원이 국민은행 내부수사에 나서자 KB지주와 계열사인 국민은행 간의 마찰 의혹들이 일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KB금융의 구조와 인사문제로 인해 발생한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힘겨루기로 본다.

지주의 유닉스 기반 시스템 교체 방침에 반대하던 국민은행 IT 본부장을 해임하고, 임 회장이 임명권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의결에 지주의 의향을 반영하는 등 전산시스템 교체에 관여하며 압박하자, 이 행장 측이 이의를 제기하며 반발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임 회장은 “은행과 이사회 간의 문제, 회장과 행장 간의 문제 아니다”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이사회 의결이 정해지면 존중돼야 하며, CEO는 이사회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라고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논의 등을 통해 내부 조율 가능한 사안을 두고 금융당국 등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합병 이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파벌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각 다른 라인을 타고 내려온 임 회장 세력과 이 행장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내부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통제되지 않던 것이 쌓이다 터진 것으로, 도쿄지점 부당대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등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다른 한편에서는 2,000억 규모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이권 다툼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IT업계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리베이트가 오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로 IT업체들과 KB금융 또는 국민은행 간에 모종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았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22일 금소원은 전산시스템 교체에 이권 개입 등을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며 검찰에 임 회장과 이 행장, 사외이사들을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할 것을 밝힌 바 있고, 금감원 또한 국민은행 특별 검사에 들어가며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런 의혹들에 대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알력 다툼이라든가 리베이트 수수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은 확인된 바가 전혀 없다. (금융당국의) 검사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긴급 검사에 나선 금감원은 KB금융그룹의 내부통제 등이 부실한 것으로 판단해 국민은행뿐 아니라 KB금융지주까지 검사를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당초 투입된 7명의 검사역을 20명으로 늘려 검사를 진행 중이다. 전산시스템 관련 검사가 마무리되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내부통제 등에 대한 정밀진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국민은행 노조는 23일 계속되는 경영실패를 책임지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의)위기라고 판단해 노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오히려 경영진들이 또 다른 위기를 만들었다. 이번 문제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알력싸움만이 아닌) 지주체제에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것은 조직을 생각하지 않는 낙하산인사로 인한 관치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에 따라 임 회장과 이 행장이 퇴진할 때까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금감원과는 별도로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국민은행은 23일 이번 사태로 긴급이사회를 열어 전산시스템 교체 의혹를 풀기 위해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27일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미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도쿄지점 부당대출,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보고, 국민주택채권 90억 원 횡령, 1조 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으로 금융당국의 특검을 받은 바 있어, 내달부터 대대적인 제재가 따를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의 추이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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