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열린우리당에 藥, 오세훈, 한나라당에 무엇?


최근 정치권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반대 관련 ‘주민투표’가 약 7년 전인,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투표’와 비슷하게 한나라당에게 작용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2004년 초 한나라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거중립의무위반’으로 탄핵하는 것을 놓고 전체적인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는 부분에 의견이 일치됐으나 '탄핵으로 갈 것인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결국 탄핵안은 가결되었고, 탄핵으로 인한 ‘거센 역풍’이 불어 결국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100여석 확보에 그쳐 제2당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     © 조효정 기자


또한 그 해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한나라당은 노무현 탄핵 정국을 통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이 민심 이반만 가져왔을 뿐이었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이 탄핵 소추안을 내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으로 승리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본회의 표결까지 몰아붙여 화를 자초했다"라는 평가가 내려진 바 있다.


당시,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탄핵안이 실제로 통과될 것으로 확신하지 않았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항이 약해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토로했다.


최 전 대표는 16일 발간된 자서전 `보수의 길 소신의 삶`에서 "그해 3월12일 본회의에 앞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오늘 (탄핵안) 표결을 시도하겠지만 안 될 것이다`고 말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극렬하게 막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이 의장석에 앉는 것은 방해했지만 정작 탄핵소추안에 대한 무기명 비밀투표는 사실상 수수방관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실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란 확신이 없었는데 예상치 않게 그날로 가결됐다"며 "특히 방송이 국민감정을 자극해 그토록 거센 역풍이 불도록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놓고 한나라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7년 전의 형국과 지금의 형국이 너무 닮아있는 상황이란 이유에서다.


한나라당내의 의견이 분분한 것도 예전의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 ‘탄핵을 해야한다’와 ‘탄핵은 역풍’인 7년 전과 현재의 ‘주민투표를 지원해야한다’와 ‘주민투표는 역풍’으로 의견이 갈려있는 모습이 비슷한 형국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나경원 최고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를 성전(聖戰)에까지 비유하며 복지 포퓰리즘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남경필 최고위원은 "서울시가 80만여 명으로부터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받았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이미 승리한 만큼, 주민투표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즉, 주민투표까지 간다면 역풍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주민투표 비용 등을 지적하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가지고 갈등으로 가고, 온 시민들이 투표장에 나오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만일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오세훈 시장이 패배해 역풍이 분다면 한나라당은 7년 전 노무현 탄핵 정국 때와 똑같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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