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출신 지도부, 당·청 갈등의 새 불씨 될 수 있는 상황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은 1시간20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는 이 대통령과7·4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단 상견례로 지난 3월 안상수 전 대표와의 회동 이후 넉달만에 이루어진 회동이다.

▲ 1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의 오찬이 열렸다.     © 사진제공 청와대


상견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덕담으로 시작됐다.

홍준표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결과가 좋았다. 수고가 많으셨다"고 말하고,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나경원 의원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후 지지율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올라가면 (떨어질까)불안해지고, 지지율이 내려가면 (올라갈)기회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 분위기는 과거 지도부와의 회동과는 사뭇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지도부는 정책과 현안에 대해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필 의원이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언론에 거론된다며) 당내에 부정적 의견이 많으니 충분한 재고를 해 달라. 중도적 유권자에게 이런 인사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내정설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당이 견제를 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다.


오찬 회동에 앞서 이날 아침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권 수석의 법무장관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홍준표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홍 대표는 "당론으로 채택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남 의원이 의견을 전하기로 정했던 것이다.

▲     © 사진제공 청와대


남경필 의원의 발언에 이 대통령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닌데 언론에 나오고 있다. 잘 알았다"며 “청문회 통과가 중요한 관건인데, 최종결정 전에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처리하겠다.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고 스타일리스트는 곤란하다.”고 대답해 당과의 관계 설정에 한 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나경원 의원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책임은 당에 있으니, 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발언에 이 대통령은 “정부와 당이 잘 협조해 정부도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거나 발표하지 않도록 하고, 당도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정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당정협의가 긴밀하고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당·청간의 수직적관계가 아닌 긴밀하고 수평적 관계 설정에 수긍하는 대답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인사에서 한나라당의 의견을 비공개로 청취한 경우는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처리하겠다."고 표현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1월 정동기 감사원장 문제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당시 여당 측 반대로 정 후보가 낙마한 이후 마련된 1월 23일 안가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안상수 대표를 비판했고, 안 대표는 사과를 해야 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전임 지도부와는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이유는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있는 임기말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권력의 중심축이 청와대에서 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지도부와 현 지도부는 조금 다르지 않으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즉, 박희태, 안상수 등 전임대표는 친이명박계의 힘으로 당선시킨 여당 대표지만 현 지도부는 비주류 출신이라는 의미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지난 7일 "원칙에 어긋나거나 포퓰리즘으로 흐르게 되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낼 것"이라는 말은 했으나 "당과 청와대가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 당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비쳤던 것이다.

▲     © 사진제공 청와대


이 대통령은 이들과의 오찬 뒤 홍 대표와 40분가량 독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홍 대표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라며 홍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 대통령과 홍 대표간의 약 40분간 독대에서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검찰총장 등 사정라인 인사와 당·청 관계 등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오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그간 진행된 형식적인 주례회동은 지양하고 현안에 대해 긴밀히 만나서 상시적인 대화채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혀 정치권에선 “이미 권력의 중심축이 당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인정하고 상당한 권한을 당에 위임했을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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