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실을 방문, 이광석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에서 한미 FTA를 좀 다르게 했더라면 하는 부분은 (참여당이) 갚아야 할 빚”이라며 “정책의 오류를 말하기 전에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이는 유 대표가 앞서 지난달 1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미 FTA와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지지층 의사에 반해 한미 FTA를 추진하기는 했으나, 한미FTA가 근본적으로 잘못이었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성찰의 과정을 신앙 고백하듯 타인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과는 느낌이 매우 다르다.


언론 등은 유 대표의 한미 FTA 사과 발언을 즉각 속보로 전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유 대표의 한미 FTA 사과 발언은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의 합류를 앞두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에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낸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이날 이 의장에게 한미 FTA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아무리 정책이 옳더라도 당장 FTA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제가 대통령이었다면)지지자가 반대하는 FTA를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대표가 한미 FTA의 찬성론자에서 반대론자로 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당초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진 ‘유시민-이정희’의 대담집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가 오는 14일 프레스센테에서 저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열린다는 점이다. ‘유시민-이정희’의 출판기념회는 지난 4일 참여당의 연석회의 합류 안건이 반려된 이후 민노당이 이에 대한 재논의를 하겠다고 공언한 제2차 수임기관 전체회의를 5일 앞둔 시점이다.


‘이정희-유시민’의 공조가 민노당 비당권파를 압박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노당은 이미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때문에 민노당 비당권파 역시 오는 14일 ‘유시민-이정희’ 출판기념회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외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정희-유시민’의 공조가 민노당 비당권파를 압박하며 참여당 합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진보신당 독자파를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이정희-유시민’의 공조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유 대표의 한미 FTA 사과 발언과 ‘유시민-이정희’의 재공조가 진보대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얘기다.


유 대표는 대표적인 사회투자국가론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출간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대표적인 반(反)신자유주의자인 장하준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정도로 한미 FTA에 대한 찬성 입장을 견지했다. 또 <미래의 진보>에서도 한미 FTA 수용의 불가피한 측면을 설명했다. 유 대표의 행보가 진보진영이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요구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미 지난 4일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수임기관 회의 결과와 관련해 “참여당의 연석회의 합류 여부는 별도로 논의되지 않았다. 3.27 당 대회 결정사항인 ‘조직적 성찰이 전제돼야 한다’에 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전 진보신당 대변인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참여당의 반성이 한미 FTA에 대한 사과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하다. 단순히 말로 하는 사과가 아닌 참여당이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결국 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 여부는 여전히 산 넘어 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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