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25일 자진사퇴를 하면서 정치권은 혼란에 빠져 있다.

 

한 내정자는 이날 배포한 ‘사퇴의 변’에서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지장을 초래해 이 시간부로 위원장 후보자의 지위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     © 사진=뉴스1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의 조세법 전문가인 한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불린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지난해 대선과정에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정부개혁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선공약 개발에 관여했었다.

 

하지만 과거 대형로펌 근무 경력이 큰 문제가 돼왔다. 20여 년간 재벌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한 인사가 대기업의 불법·편법행위를 감시해야 할 공정위 수장을 맡는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언론보도를 통해 한 내정자가 국외에서 수년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한 내정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청와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장차관급 인사 중 자진사퇴한 사람으로 한 내정자가 7번째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전 법무차관, 김병관 전 국방장관 내정자 등이 줄줄이 사퇴했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과 협의 하에 임명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내정자까지 포함됐다.

 

이에 청와대는 망연자실하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역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고 일어나면 사퇴하는 이들이 줄줄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여당으로선 당혹감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 인사에 자꾸 흠결이 생긴 데 대해 여당도 책임을 느끼면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사죄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도대체 인사검증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인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고위 공직자가 국정수행 능력이나 전문성 뿐 아니라 높은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인사의 기본”이라며 “공직 후보자를 지명하기에 앞서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위 공직 후보자나 고위 공직자가 도덕적인 문제로 줄지어 사퇴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새 정부에 대해 많이 실망했을 것”이라며 “청와대는 이번 줄사퇴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철저히 점검해 허술했거나 잘못된 것들을 즉각 시정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병수 사무총장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 내정자 스스로 결함이 많다면 공직 제안을 수용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결함을 결함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법과 윤리에 둔감한 사람이라면 고위 공직을 감당할 자질이나 능력이 없다는 귀중한 경험과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이 빚은 인사참사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한 내정자의 중도사퇴는 박 대통령과 내정자 본인에게는 쓴 맛이겠지만 공정위와 중소상공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한 내정자는 공정위원장이 아니라 대기업의 변호사가 더 잘 어울리는 인사였다”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인사 참사의 1차적 책임은 부적격, 무자격 인사를 내정한 박 대통령에게 있으며 대통령의 수첩인사, 나 홀로 독선인사의 후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붕괴에 있다”며 “대통령의 인선에 앞서 청와대 인사, 민정라인은 기본적이고 철저한 인사검증을 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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