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방문, 국가 간 최고의 정치·경제적 ‘비즈니스’

[뉴스엔뷰] 외빈 방문의 경우 격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된다. ‘최고의 격을 갖춘 국빈 방문이 있으며 공식 방문, 실무 방문, 사적 방문 등으로 나뉜다.

가장 높은 격식의 국빈 방문(State Visit)의 경우 국가원수와 행정 수반인 총리로 한정해 국가 당 1회만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해당 국가의 원수 또는 총리가 바뀐 경우 예외로 한 차례 더 국빈 방문이 가능하다.

국빈 방문은 두 주권 국가 사이의 우호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교류이다. 다른 방문과 비교해 가장 격식 있는 의전이 뒤따르는 것은 불문가지다.

심지어 영국은 1년에 국빈을 2번만 맞이하며 버킹엄 궁 등에서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한다. 또한 의장대를 이끄는 의장대장이 상대국의 언어로 사열 보고를 하는 것이 기본적 의전이라고 한다.

외교와 관련 국가 간에 맺고 있는 관계는 크게 6단계로 나눌 수 있다. 최상위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에서부터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동반자 관계의 순서이다.

다만 우리정부는 이 같은 국가 간 관계 현황에 대해 확실하게 공개하지는 않는다. 국가 간 관계현황이 만일 서열로 인식될 경우 상대 국가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략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는 다방면으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포괄적이라는 표현을 할 경우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

국가 간 외교와 방문과 관련 의전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다. 의전은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문화의 반영인 것이다. , 상대 국가가 배려한 만큼 우리나라도 상대 국가를 배려하는 것이 기본이다.

때문에 미국은 국빈 방문하는 상대국의 국가원수를 공식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를 제공하지만 이 경우도 최장 34일까지만 숙박이 가능하도록 하는 원칙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조어대, 일본은 황실 영빈관이 있으며 심지어 북한도 영빈관을 갖고 있다.

국가 행사의 성패는 사실상 의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행사 내용과 상관없이 행사의 형식을 의미하는 의전상 작은 실수라도 발생하면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두고두고 거론되기도 한다.

물론, 국빈 방문 의전이 행사 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방문이전에 서로의 약속에 따라 실무적으로 상당기간 준비가 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이 의전의 기본이다. 또한 방문을 통해 서로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합당하게 진행될 수 있는 상당한 사절단이 구성되며 상대국도 그에 걸 맞는 대응이 꾸려진다.

국빈방문에는 항상 상당히 많은 수의 기업가가 동행하는 게 그런 이유이다.

즉 국빈 방문과 그에 따른 의전은 자국이 상대국으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한 점잖은 모습의 최고위 수단인 것이다.

때문에 각 국가는 국빈 방문을 요청하고 수락할 때 자국의 시·공간의 모든 상황을 참작하고 고려해서 일정을 잡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것이 의전이다. 외교에선 의전이 가장 기본이 된다.

외교 관례의 넓은 범위에서 의전은 실제로 방문약속을 잡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의전이다. 때문에 갑작스런 국빈 방문 취소는 외교와 관련 완전히 실패한 의전이며 따라서 국가 간 외교에서는 완벽히 실패한 외교인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있다. 천재지변, 전쟁, 내란, 팬데믹 상황, 갑작스런 질병발생 등의 이유가 있는 경우는 연기나 취소를 해도 외교적 결례가 되지는 않는다.

이 경우와 관련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KBS제작 거부 사태로 미주 지역 순방 일정을 축소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해 유럽순방 일정을 취소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멕시코 순방을 연기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미국순방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외교에서의 결례는 국가의 신용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물론, 일부 중동국가나 북한의 경우는 국가 간의 약속을 쉽게 져 버리는 외교를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부터 57일간의 예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순방하기로 상대국들과 국가 간 약속이 되어있었다. 이 중 독일은 국빈 방문이기도 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독일과는 첨단 기술 동맹 구축을, 덴마크와는 제약·바이오 협력 강화를 아젠다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순방 나흘 전, 대통령실의 순방 연기 방침에 따라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는 긴급 안내 통보를 통해 MOU 체결식,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비즈니스 포럼 등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실은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며, 다만 상대 국가에는 의료파업 가능성과 북한의 도발 등을 이유로 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비즈니스 외교를 강조해왔는데 확실하지 않은 이유로 돌연 순방연기를 발표한 것이다.

이렇듯 일정 나흘 전 전면 연기는 매우 이례적이며 국제 외교사에 기록될 만한 외교 결례이며 실패한 외교라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기업 관계자들은 항공이나 숙박, 교통편 등 위약금 발생은 물론 상대국 담당자들에 연기 사유를 말할 수 없어 곤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대통령실은 순방 연기를 통보하는 순간까지도 김건희 여사 동행 여부를 결정·통보하지 않아서 상대 국가에서 의전과 일정 등 조율에 대해 답답해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영부인 김여사의 경우 취임 후 윤 대통령의 16차례 해외 순방 중 한 번만 빼고 모두 동행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란 말도 나왔던 것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독일과 덴마크 순방의 연기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외교 행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정상회담이 취소된 사례에 비견될 만하다는 말이 나온다.

배상익 대기자 (칼럼니스트)
배상익 대기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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