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은행의 목소리로 불리는 ‘텔러’들이 겪고 있는 감정 노동의 폐해가 생각보다 심하다.

 

고객들 앞에서 늘 친절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억눌러 있다보니 스트레스의 강도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     © 사진=뉴스1


이에 이들은 화병, 우울증, 자기비하, 감정부조화 등 가벼운 정신질환을 한두 가지씩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비정부기구학전공 정하나씨가 1월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 '한국 금융산업의 감정노동화 경향과 그 실태, 은행 텔러 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은행 텔러로 근무하는 감정노동자는 3만8057명(2010년 기준)으로 지점당 인원수는 20.4명(1996년 기준)에서 12.6명(2006년 기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인터넷 뱅킹 등 전산화 작업을 거쳐 지점을 찾는 고객수가 줄었다지만 인터뷰에 응한 텔러들은 하루 평균 200여명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논문에 따르면 은행 텔러의 감정노동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은행들의 상품 간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더욱 심화됐다.

 

은행이 고객 중심을 외칠 때 텔러들은 고객들과 빚게 되는 크고 작은 갈등에 지쳐있었다.

 

텔러들은 “아무리 불합리하고 무례한 고객이라도 맞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 이유는 CS평가 때문. CS평가는 고객이 텔러를 비롯한 은행 직원들의 서비스를 점수로 메기는 평가로 텔러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제도 중 하나이다.

 

한 은행의 CS평가는 무작위로 선정한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한다.

 

은행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 2년 연속 선정’ ‘고객감동경영대상 5년 연속 종합대상’ 등 텔러들을 비롯한 직원들이 감정노동 등을 통해 얻은 결과를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은행이 텔러를 보호하는 수단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텔러들은 불만을 제기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고객에게 반발할 수 없는 상황인 것.

 

더구나 사측의 과도한 감정노동 요구에서 유일하게 텔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노조는 이들이 비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이라는 이유로 관련사례조차 모아놓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텔러들을 위한 제도로 ▲정신건강 검진 ▲고객이 불쾌한 언행을 했을 시 제재 강화 ▲적정 휴게시간 확보 ▲감정적 부조화 해소 프로그램 운영 ▲인력확충과 교대제 개선 등을 텔러가 직면한 감정노동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가 제시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Employee Asistance Program)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AP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인 직무스트레스 조사(또는 우울증 설문) ▲정신과적 치료와 연계 ▲고도 스트레스로 인한 부적응 상담자에 대한 직무순환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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