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탈당파들 당선 뒤 떠나면 ‘말짱 도루묵’
‘이동통신’ 국힘, 민주 탈당파 공천 ‘이이제이’

[뉴스엔뷰] 4월 총선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뻐꾸기 둥지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국민의힘 공천의 특징은 한마디로 이식(移植)공천이라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 탈당파 인사들을 국민의힘으로 영입해 공천을 주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말 이다.다르게 이야기하면 민주당에서 밀려난 인사들을 위한 난민(難民)공천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국민의힘은 그동안 공천에서 자신들의 당 소속 인사들보다 다른 정당에서 옮겨온 인물, 또는 새로 입당한 인물들을 공천에서 후하게 대접해 이동통신 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동통신사들의 경우 보통 오랫동안 사용하는 고정 고객보다는 신규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게 사실이다. 즉 이를 빗댄 것이다.

오랫동안 한 통신사를 꾸준히 이용하는 장기 고객들은 호갱(虎客,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 취급을 당한다는 설도 있어서다.

이처럼 국민의힘도 오랫동안 자신들의 정당인 국민의힘을 지킨 사람들보다는 새로 영입한 인재나 다른 정당에서 옮겨온 인사들을 우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이동통신 정당행태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민주당 탈당 인사 가운데 이상민(대전 유성을) 국회의원과 조광한(경기 남양주병) 전 남양주시장은 공천을 받았다.

여기에 김윤식 전 경기 시흥시장을 영입했고, 최근에는 김영주 국회부의장까지 끌어안기 위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한 위원장의 노력 때문인지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4일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했다.

김영주 부의장 영입에 성공하면서 이상민 국회의원에 이어 두 번째 민주당 출신 현역 의원이 됐다.

김 부의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위원장은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있는 여의도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해 함께 정치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면서 저 또한 그동안 진영 논리보다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 빈곤 아동 등 소외계층 문제의 해결, 국민 생활환경 개선 등 생활 정치를 위한 의정 활동을 주로 해왔기에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여의도 정치를 바꿔 보자는 한 위원장의 주장에 십분 공감했다고 했다.

군소정당들이 거대 정당에서 공천 탈락한 인사들을 영입하는 게 보통의 이삭줍기방식인데 거대정당인 국민의힘이 이삭줍기를 하는 희한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민주당 탈당파들의 공통점은 현재 이재명 대표 체제나 친명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국민의힘의 약세 지역에 상당한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어찌 보면 이기기 힘든 지역을 해당 인물로 쉽게 공략할 수 있어 손안대고 코를 푸는 측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겨냥해 김윤식 전 시장은 경기 시흥에, 김영주 부의장은 현재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에 투입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민의힘 총선 전략은 어제의 적장들을 영입해 국민의힘 장수로 그들의 지역구에 내보내는 것이다. 일단 당선 가능성은 높아 보이긴 한다.

파란 군복에서 빨간 군복으로 군복만 바꿔 입고, 자신의 전쟁터에 나서는 셈이 어서다.

이 같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략을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이제이는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으로, 한 세력을 이용하여 다른 세력을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어차피 국민의힘 열세 지역에 지역 기반이 상당히 구축된 민주당 출신 인사를 영입해 선거에 내보내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당은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존중해주지 않는 나쁜 전통이 있다.”면서 민주당은 당내에서 커 올라간 사람들이 당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만, 우리 당은 이미 외부에서 만들어진 셀럽을 데리고 와서 선거 때 적당히 써먹고 버리는 전통이 있다.”고 맹폭했다.

홍 시장은 김성태를 저런 식으로 내버리면 앞으로 이 당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할 사람은 없어진다.”면서 굴러온 돌이 완장 차고 박힌 돌 빼내는 공천은 당의 결속력을 잃어버려 그래도 힘든 선거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민주당 탈당파들은 정치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국민의힘과 융합이 어려운 인사들일 가능성도 있다. 우선 정치 철학부터가 다르다.

즉 보수·진보가 추구하는 가치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복지문제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은 선별적 복지를, 더불어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

물론 민주당 탈당파들이 민주당에서 정치철학이 달라서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입당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 철학의 문제가 아닌 친명계 주도의 공천 시스템 때문에 당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인 것이다.

애초에 정치철학이 있어 정치를 시작했다는 것보다는 정치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정치철학의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부합하는 경우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국민의힘과 정서적으로 융합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단지 4월 총선 출마용 둥지가 필요해 국민의힘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에 따라 4월 총선에서 이들이 당선될 경우 국민의힘에 그대로 남아 있을지, 이재명 대표 체제가 붕괴할 경우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하게 될지 그것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즉 총선이후에 낙선을 하거나 당선이 된다고 한들 국민의힘에 남아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민주당 탈당파들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할 경우 국민의힘은 민주당 좋은 일 시켜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정치도 살아있고, 정치인도 살아있으니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가정할 때 이들 탈당파가 출마하는 지역은 두 명의 민주당 후보끼리 경쟁을 한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 의석이 1석 증가하게 되고,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당선 의석수는 국민의힘이 되지만 언제든 민주당 의석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확인하자면 국민의힘이 뻐꾸기 둥지가 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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