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뿐인 연동형 제도는 사실상 병립형
군소정당엔 ‘빛 좋은 개살구’ 연동형 제도
“칼 든 상대에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없어”

[뉴스엔뷰] 4월 총선에서 또 다시 급조된 비례 위성정당이 출현하게 되면서 어느 정당에 유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4년 전 총선 당시 병립형 선거제도를 준연동형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거대 정당들이 지난 선거 당시 앞 다퉈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군소정당을 위한다는 연동형 선거제도는 형해화(形骸化)됐다.

지난 2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22대 총선 대비 모의개표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2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22대 총선 대비 모의개표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4년이 지난 현재, 22대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정치권에 위성정당 창당 바람이 불며 지난 총선 시즌2’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제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 함께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이 반발해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맞대응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면서 준연동형 제도는 껍데기만 남고 유명무실해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지역구에서 얻지 못한 의석수를 보완해 주는 제도이다. , A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3석 당선되고, 정당 득표율에서 10%를 얻었다고 가정할 경우 병립형은 지역구 3석에 비례대표 5(비례 의석 47×10%)으로 8석 가량의 의석을 얻게 된다.

반면 연동형 선거제도에서는 우선 30(국회의석 300×10%)을 할당한 뒤 지역구에서 얻지 못한 27석을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정당 득표율을 50%만 연동시키는 제도이다. 따라서 정당 득표율 10%를 얻을 경우 총 15석을 할당한 뒤 지역구 3석을 제외한 12석의 비례대표를 채워주게 된다.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선거에서 더 많이 당선된 정당은 비례 의석을 배분받지 못한다.

대한민국 선거는 영·호남 등 양당 지지 고착화로 제3지대 등 군소정당들은 지역구에서 주로 2~3등을 해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병립형이 아닌 연동형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제3지대 개혁신당 등 군소정당이 거대 정당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치권은 준연동형 선거제도 유지와 병립형 선거제도 회귀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민주당은 한때 제3의 길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 등록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특히, 소수정당 배제 문제 해결을 위해 소수정당을 위한 의석 30% 할당 또는 권역별 최소 득표율 3%1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그렇게 되면 3권역에 3%씩 고루 득표하는 소수정당은 3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정당 배제 문제를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별다른 호응이 없어 유야무야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일 선거제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때마다 반복될 위성정당 논란을 없애고, 준연동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이 악순환을 피하려면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시켜야 하지만, 여당이 반대한다면서 통합형 비례정당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들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준연동형 선거제도로 최종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번 4월 총선은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도로 치러지게 됐다.

다만 4년 전과 다름없이 비례용 위성정당은 또 다시 출현하게 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에 맞서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으로, ‘상대의 반칙에 온전한 정식게임이 어려워, 반칙으로 대응할 수밖엔 없다는 의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15일 창당한다고 언급했다. 물론 정당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기호 앞 번호를 받는 게 관건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몇 명이나 국민의미래로 갈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제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현역의원 20명을 보내 기호 4번을 확보했다.

두 거대 정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또 다시 추진함에 따라 선거 유·불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국민의힘은 40.9%, 민주당은 41.8%로 박빙이었다. 녹색정의당은 2.2%, 진보당은 1.6%, 기타 정당은 6.0%, 지지하는 당이 없는 무당층은 7.5%였다.

정당 지지율이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유지된다면 지역구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원내 1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당 득표율 3% 이하를 얻는 군소정당들은 비례 의석을 배분받지 못하게 된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4개 세력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신당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

이들은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로 가기로 했다. 개혁신당의 경우 비례용 위성정당이 출현함에 따라 병립형 선거제도와 다를 바 없게 되어 연동형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껍데기뿐인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으로 혜택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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