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뉴스엔뷰] 21세기에 믿을 수 없는 일, ‘1029’. 22년 그해 할로윈 축제를 즐기러 간 수 많은 젊은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벌써 1년 몇 개월이 지났지만 그날의 참혹과 정부의 부재는 아직도 국민적 트라우마로 우리의 기억에 있다.

특히, 꽃처럼 아름다운 159청춘의 죽음이 기억 한가운데 있다. 이태원 그날 이후, 마치 시간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변화된 것은 없다.

남겨진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2023. 6월에 이태원 특별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달 30,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특별법)에 거부권을 던졌다.

대통령 취임 18개월 만에 9번째 거부권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이라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다. 명확한 진상 조사만 바란다.”던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묵살되었으며 정부로부터 외면당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참사가 아니라 단순사고이며, 이에 대해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생각에서라는 것이다.

참사는 법적 책임 이상을 물어야 할 때, 개인적 차원에서는 대처하기 힘든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할 때, 국가 기능의 최고 한계선까지 동원되어야 할 때 참사는 비로소 사회적 참사가 되는 것인데 그것을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힘을 가진 그들에겐 이태원 참사단순사고가 되어야 한다.

때문에 정부와 친정부언론은 참사가 아니라 단순사고라고 국민들을 상대로 세뇌시키려한다.

심지어 죽음 팔아 장사한다며 이 참사에 대해 2의 세월호로 만들지 말라고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과 언론의 주장은 잘못이다. 기억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기억으로는 그날 그 자리에 우리를 지켜줄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미리 대처하지 않은 이유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날의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은, ‘마약과의 전쟁을 한답시고 안전관리를 방기했고, 위험에 빠질 상황에 대한 신고를 받고도 미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으며, 당시 막중한 책임이 있는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구청장 등은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태원 특별법은 보상받기를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는 이태원 참사 같은 불행한 일이 이땅에서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범죄 혐의자를 고발할 권한과 의무를 갖겠다는 것이다. 이로서 사회적 원인과 책임을 정리하고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확실한 재발방지가 선행되어야 추모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책임 있는 자들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총선용 악법'이라며 폄하해 왔다. 이번 거부권 행사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제시된 카드로 읽힌다.

유가족들의 비통함이나 간절함 보다는 그들의 기득 권력에 대한 욕망을 욕망하는 것 외엔 다름 아니다.

아무리 언론이 죽었고 권력의 욕망에 눈 멀고 귀가 막혔을 지라도 우리 모두는 검은 리본을 마음에 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공동체의 가슴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1번 출구의 설치물을 기억하는 권은비 작가는 단순히 추모의 뜻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길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다시한번 우리를 지켜줄 믿고 의지할 국가다운 국가가 있기를 희망해 본다.

김은주 교수 (심리학 박사) 사진 / 뉴스엔뷰 DB
김은주 교수 (심리학 박사) 사진 / 뉴스엔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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