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불출마-김기현 사퇴 ‘김장’끝
‘텃밭연대’ 강서구청장 보선서 대패
서울지역 6개 선거구만 ‘우세’ 직격탄
‘좀 더 과격한’ 시즌 열릴 가능성?

[뉴스엔뷰] 김장시즌이 끝났다.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대표되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13일에는 김기현 당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세간에는 김장시즌이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정치적 협력 연대를 일컬어 김장연대라는 말이 정치권 일각에선 힘을 대변하는 말로 알려졌었다.

김장은 김기현의 과 장제원의 에서 따온 두글자로,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 두 사람의 협력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용어였다.

14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14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김장연대에 힘입어 한 자릿수에 그쳤던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김 대표는 안 의원을 큰 차이로 누르고 3·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되기도 했다.

당시 김장연대를 두고 1월 초 당권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은 김장 김치는 3월이 되면 쉰다라며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만큼 힘 있는 낱말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반증이다.

안 의원은 당시 K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인터뷰에서 김장연대를 텃밭연대라고 평가절하했다.

안 의원의 평가처럼 김장연대로 탄생한 김기현 지도체제는 2023년 상반기 울산 남구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하면서 1차 위기를 맞았다.

이곳은 김기현 대표의 텃밭인 울산이며 인접지역구인 울산 남구갑이었기 때문이다. 김기현 대표의 위기의식은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올 하반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p 차이라는 커다란 차이로 민주당에 대패하면서 사실상 회복불능 상태가 됐다.

그러다가 최근 서울지역 49개 선거구 가운데 6곳에서만 우세하다는 당 내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당대표직에서 끌려내려 오는듯한 모습이 연출되며 사퇴했다.

앞서 20221222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장 연대에 대해 새우 두 마리가 모여도 새우다.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한 바 있다.

당대표직 9개월 여간 치러진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텃밭연대라는 안 의원의 평가도, 새우 두 마리가 모여도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는 이 전 대표의 평가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형국이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 믿습니다’”라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버려짐이 아니라는 말은 한마디로 토사구팽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토사구팽은 말 그대로 토끼 사냥이 끝나자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의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으니, 쓰임새가 끝난 윤핵관들이 당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장 의원은 11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핵심 지지조직인 여원산악회창립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저보고 서울에 가란다. 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며 험지 출마 요구를 일축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요한 혁신위로부터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요구를 받은 직후였다. 당 지도부, 영남 중진, 친윤 인사에 대한 수도권 험지 출마 내지 불출마를 요구한 인요한 혁신위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장 의원이 참여한 여원산악회 행사에는 버스 90여 대, 42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세를 과시하며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인요한 혁신위에 용산 대통령실이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장 의원의 세 과시는 사실상 쿠데타 시도로 읽힐 여지가 충분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장 의원은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갑니다.”라며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는 형국이 만들어졌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놓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 믿습니다라며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장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김기현 대표도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며 김장연대9개월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김기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라며 당대표직을 내려놓았다.

행유부득 반구저기는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입니다.”라며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통합과 포용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을 더 모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라고도 했다.

다만 김 대표는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는 대신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원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 대표의 사퇴 발표 전부터 이미 정치권 일각에선 한동훈, 김한길, 원희룡, 나경원 등의 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풍문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4, 윤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오전부터 당 중진 의원, 최고위원들과 잇따라 회의를 열고 기자들에게 비대위로 빠르게 지도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또 선거를 앞두고 총선 승리라는 지상 과제를 달성하는데 능력과 실력을 갖춘 분을 기준으로 물색해 보겠다.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국민의힘의 3번째 비대위가 구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다만 김 대표의 총선 출마와 관련 저도 이제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합니다.”라고 언급, 당대표직은 사퇴하지만 내년 총선 출마 의지는 굽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의원의 이번 총선 불출마 선언과 김기현 대표의 당대표직 사퇴로 김장시즌은 끝난 것은 확실하나, 다음에 열릴 시즌에 대해서는 좀 더 과격한시즌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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