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대 정원 증원 진행하며 단계적 추진”
더불어민주당, “공공의대·지역의대·지역의사제 추진”
의협, “의료수가 향상과 의료사고 부담 완화” 요구

[뉴스엔뷰] 여야를 떠나 정치계, 시민사회, 의료인 등 대부분 지방 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와 지역 불평등적인 의료서비스 문제에 동감하면서 의사수 증가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이러한 문제의 돌파구로 ‘의과대학 정원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들의 강한 반발과 코로나-19 대응으로 추진이 중단 된 바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의료계는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는 의료 현장으로 인해 이번 의대정원 확대는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분만·소아 수가를 개선하는 등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연간 29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과 진찰료는 의료기관에 따라 400~1500원이 오를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7일 정부가 분만·소아 수가를 개선하는 등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연간 29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과 진찰료는 의료기관에 따라 400~1500원이 오를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쏘아올린 ‘의대 정원 1천명 확대’가 전반적인 의료 인력 충원과 지방 의료 시설 확충 등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해 충돌을 몰고 오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의대·지역의대·지역의사제 등도 함께 추진하자는 반면, 국민의힘은 우선 의대 정원을 진행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또한 의료계에서도 의사수 증가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이해집단이 있는 반면, 진료과목과 지역에 따라 의료수가를 향상하는 쪽으로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집단이 존재한다. 

◾ 국민의힘, 의료수가 정상화에 포커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1,159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낮은 의료수가(58.7%)’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15.8%)’를 지적했다. 또한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지원되어야 하는 과제로 ‘의료수가 정상화(41.2%)’와 함께 ‘의료사고로 발생하는 민·형사적 처벌 부담 완화(28.8%)’라고 응답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의사들의 목소리들을 종합적으로 청취하기 위해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월 12일 국회에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이하 소청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이하 신경외과학회),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들은 동시에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지원대책 내용에 불만족을 토로했다. 소청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정부에서 지난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안을 발표해 추진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오랜 기간 동안 의료의 가치를 왜곡한 소위 ‘심평의학’, 치료의 결과가 나쁘다고 의사들을 형사처벌하는 사법부의 과도한 ‘판결의학’, 언론의 자극적 저널리즘에 기댄 ‘비평의학’ 등이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처리 특례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한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법 조항에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형법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위 공청회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기반으로 지난 10월 4일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를 한 상태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즉각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고 "고의·중과실 없는 필수의료사고 면책, 전향적으로 고려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더했다. 그러나 의료사고 문제는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논란이 될 여지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의료수가를 올린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 26일 보건복지부는 ‘2023년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의사정원 확대와 필수의료강화 위한 분만‧소아 수가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의사인력 확충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했지만, 곧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분만수가 개선방안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문제 해결에서 수가개선도 중요하지만 지역 의료장비‧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민주당, 공공의대·지역의사제·의사과학자까지 포괄적 논의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1천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국립대 의과대학과 부속대학병원을 신설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9.7%로 높은 찬성율을 보였다. 지방국립대 의대 신설을 찬성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74.8%가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꼽았는데, 이는 의료인프라의 수도권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방 국립의대 신설이 지방 인구감소를 막고 침체된 지역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수준 향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6.6%가 지방 의료시설 및 의료장비 개선을 선택했다. 그 다음은 대학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 유치 54.8%, 권역내 의사인력 양성 및 배출 등의 순이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김원이 의원은 “충분한 규모의 의대정원 증원과 지방국립대 의대신설에 찬성하는 국민여론이 압도적임을 확인했다”고 의의를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윤석열정부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윤석열정부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작년 하반기부터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활발히 열렸는데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강력히 반대하며 ‘공공의대 설립보다 기존 의료정책에 재정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금껏 고수하고 있다. 의사계의 반대로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3건,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 전부개정안,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 총 5건의 법률안은 몇 년째 소관위심사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지역별 의료수준 격차 심화, 감염·외상·분만 등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 해소 및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사명감을 가지고 공공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할 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공공의대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에서 발의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의대 신설 및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을 병행추진 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고영인 간사는 “지역과 필수의료 그리고 공공의료 부문의 의사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된 만큼 윤석열 정부는 이를 정치적 계산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후 “지방에도 충분한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필수적인 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공공의료를 통한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도록 정부여당에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임상 의료 인력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계획도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며 “코로나 19 팬데믹 등 예기치 못한 다양한 질병들이 발생하고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질병들이 산적해 있어, 이제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로 ‘의사과학자 등 융복합 인재양성’을 제시한 만큼 의대정원 확대 발표에 반드시 해당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 손발은 각각, 앞뒤가 맞지 않는 의료 인력 정책 

코로나19 대응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국립중앙의료원이 당초 내년도 112명의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되려 간호인력 28명을 감축하는 계획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코로나19 중증환자 대응 간호인력의 22%를 감축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 국가중앙감염병병원의 최소 필수기능만 유지하고, 일부 축소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의 비대화와 방만 경영을 이유로 전체 공공기관 350곳에 가이드라인을 내려 인력과 예산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어온 국립중앙의료원의 인력과 기능을 축소하는 것은 국정과제를 통해 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약속해온 윤석열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에 2027년까지 중앙감염병병원을 건립해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필수·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약속한 공공의료 강화는 거짓말이었던거냐”며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 혁신안 중 인원감축안을 당장 폐기하고 약속대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과감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영 의원 또한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고 규모를 축소한 윤석열 정부의 결정은 인프라 확충에 반하는 행태인 만큼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과감한 재정 투자가 담보되지 않은 정부의 발표는 국민을 속이는 기만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와 고령화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부족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미국은 의사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해결방안으로 보건의료 인력양성을 위한 장학금·학자금 대출 상환 프로그램, 의료소외지역 소재 전공의 수련 보건소에 예산 지원, 임상진료 활동 중단 의사들의 복귀 지원, 공익 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여 오면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 다수의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시작한다는 것은 정부로서 꽤 큰 추진력을 갖추게 된다. 필수의료 중심의 의사 수의 확대와 지역 의료 기반 안정화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찬성을 하고 있다. 단순히 수가와 의대 정원만을 올리는 정책은 사회적 혼란만을 야기할 뿐이다. 철저히 준비된 정책안만이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의사협회 등을 설복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의료 인력 충원 로드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