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설립 논의 ‘갈팡질팡’
소속기관, R&D 효율성 등 ‘이견’
“현장과 전문가 의견 반영 절실”

[뉴스엔뷰] 지난 10월 23일을 마지막으로 국회 과방위원회 소관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관한 ‘우주정책전담기관 안건조정위원회’(이하 안조위)의 활동이 마무리 되었지만 여야의 의견이 좁혀지지 못해 큰 성과 없이 끝나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대선공약으로 우주항공청을 내걸었지만 당선 이후 이와 관련한 아무런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고 당연히 출범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 후로 지난 2022년 11월에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로드맵에는 2045년 화성 착륙 추진 전략과 계획 등이 빠져 있고 이전 정부들의 정책들의 나열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주 정책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 논의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자체 공청회를 거쳐 올해 4월 6일에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하였고, 민주당 조승래 의원 등 22명의 의원들도 우주개발진흥법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인 ‘우주전략본부 설치법’을 발의하였다. 하지만 과기부- 여당-야당간의 불협화음으로 법안심사는 공전을 거듭하게 되었고 지난 7월 26일에서야 민주당이 안건조정을 신청하면서 비로소 국회 과방위 안조위가 구성되게 되었다. 

▪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 논의,  파행 거듭 

안조위는 위원장 선임문제로 여야 격돌로 많은 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우주정책전담기관의 위상․사무와 거버넌스 문제, 기존 연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의 전담기관 직속화 문제, 전담기관에 대한 특례의 적절성 여부 및 수준 문제 등을 주요 쟁점으로 다루었다. 민주당은 다부처 정책을 조정하고 국제적 대표성을 가지려면 일개 부처 소속이 아닌 장관급 독립기구가 필요하고, 기존 연구기관들은 R&D 효율을 위해 직속화해야 하며, 주식백지신탁의무 면제 등 과도한 특례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여당은 과기정통부 소속 차관급 외청으로 전담기관을 설치하고 기존 연구기관들의 직속화 문제는 우선 우주항공청을 출범시킨 뒤 논의할 문제이며,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특례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간 격돌 끝에 지난 5일 여야정 3자 합의안을 도출하게 되는데, 주요 합의 내용은 △과기부 소속 우주항공청 설치 △국가우주위 부위원장으로 민간인을 보하고, 부위원장은 우주항공청을 감독 △청장은 국가우주위 간사 위원으로 참여 △연구 기획․관리 등은 우주항공청이 수행하되 R&D 과제 직접 수행 배제 등이다. 민주당이 전담기관의 위상․거버넌스에 관해 기존 주장을 대폭 양보하면서 합의에 급물살을 탔지만 이러한 합의가 문서화가 되기 전에 국민의힘은 “R&D 기능 배제는 안 된다”는 이유로 합의를 파기하기에 이른다. 

국회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안조위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종료되는 것은 유감이지만,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바람직한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며 “안조위가 종료된다 하더라도 무원칙한 속도전보다는 연구 현장과 전문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국가우주대계를 위한 기관이 설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속도보다 내실을 다지자’는 우주산업 현장의 목소리 

'제대로 된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0월 2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 / 진선미 기자
'제대로 된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0월 2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 / 진선미 기자

지난 10월 23일 ‘제대로 된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조승래 의원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렸다. 안조위 활동 종료 당일 우주 분야 전문가와 현장 연구자들이 모여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조 항공우주연구원 지부장, 정동규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한국천문연구원 지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고, 이상률 항우연 원장, 박영득 천문연 원장도 참석해 기관의 입장을 밝혔다.  

이상률 원장은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여야정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우주경제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하루빨리 우주항공산업 컨트롤 타워가 자리매김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박영득 원장도 “기본적으로 우주항공청에 천문연이 편입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하며 “다만 지상 관측이 필요한 천문연 본연의 업무 특수성을 감안해주는 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우연과 천문연 모두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이 아님이 확실했고 그 필요성에 대한 절실함도 컸다. 

신명호 지부장은 “차관급인 우주항공청장이 국방부, 외교부, 산자부, 상급부처인 과기정통부까지 관할하면서 우주개발 총괄 기능을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연구 현장에서는 안조위 전문위원회에서 제안한 제2안의 총리실 산하에 우주항공처를 설치하는 법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우주 인력 양성 정책과 처우 개선 문제 

이번 토론회에서는 우주항공 분야 인력의 처우 개선 문제에 관한 의견도 활발히 논의되었다. 참가자들은 항우연과 천문연의 임금은 연구회 소속 출연연 중 최하위에 속하며 특히 박사 학위를 막 취득하고 입사하는 연구자의 경우 유사 출연연과 비교할 때 1,000만원 이상 연봉 차이가 나게 되므로, 항우연 입사가 확정되고 나서 다른 연구원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심지어는 뛰어난 젊은 연구자들이 보수와 처우 문제로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국회 과방위 예산 소위와 예결위를 통해 툴연금 인건비 증액과 자체수입 수권 실링상향의 두 방향으로 수권 증액을 추진 △신규인력 기준 인건비 현실화 및 상향 조정 △정부/민간수탁 인건비 중 수권 초과분에 대한 자율적 활용 권한을 부여 △사업비와 출연금으로 분산되어 있는 인건비를 기관 차원에서 통합하여 관리하고 지출할 수 있도록 제도화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공통된 시간외근무 지침을 제정하고 수권 초과 인건비나 사업비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함 등의 대안들을 제시하였다. 

'우주 인력 양성 정책 토론회'가 지난 5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주최로 열렸다.   사진 /  진선미 기자
'우주 인력 양성 정책 토론회'가 지난 5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주최로 열렸다.   사진 /  진선미 기자

▪ 우주항공 전담기관 해외 사례 

미국은 1950년대 우주에 대한 미 육군, 공군, 해군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조정이 되지 않자 별도의 독립조직인 NACA를 NASA로 확대하게 되었다. 민간부문 우주항공 분야를 담당하며 국방부와 국무부를 지원한다. 최근 중․러에 대응하기 위해 미 정부는 우주군을 창설했고 NASA와 우주군을 연계하여 기존의 분리됐던 민군 통합 운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NASA는 에이전시 조직이고 공무원 조직이다. 미국의 에이전시 조직은 항우연과 같은 연구기관, 연구재단과 같은 연구관리전문기관, 과기정통부 같은 정책결정 기능까지 모두 직접 수행하는 복합적인 조직이다. 정부와 여당이 우주항공청의 모델로 NASA를 많이 거론하는데 이같이 되려면 우주항공청이 NASA처럼 연구기능, 펀딩 에이전시 기능, 정책 기능 모두를 수행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 행정체제와 공무원 제도의 특성상 모방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일본의 우주항공 전담기관은 정부조직인 우주개발전략본부이고 산하의 독립행정법인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가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정책결정 기능과 정책집행 기능을 분리하고 있고 JAXA는 정부부처가 아니라 항우연과 같은 공공기관이다. 일본은 2003년에 문부과학성 우주과학연구소, 독립행정법인 항공우주기술연구소, 특수법인 우주개발사업단을 통합하여 JAXA를 출범시켰다. JAXA는 내각부 우주개발전략본부 산하이고 외무성, 국방성 등과 직접 우주개발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우주경제강국으로 가는 길, 지금 정부가 보여주어야 할 능력 

선진국들의 우주산업 개발을 위한 정책과 전단 기관들을 살펴보면 긴 시간 동안 여러 거치점을 두고 발전해 나갔다는 점과 여러 부처간의 협력과 융합을 집중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갔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발견된다. 
대한민국이 우주경제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점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만들고 운영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야 국회, 정부의 입장이 제각기인 채 중심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주’라는 산업이 국방, 외교, 과학,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는 만큼 과기부 산하에 우주항공 전담기관을 두려고 하는 시작점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발상이 아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점과 각 부처간의 조율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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