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과 ‘내부의 적’
박근혜, 비박계 탄핵 찬성 ‘퇴진’
대통령실 참모 30명 차출설은?
‘적 or 이용대상’ 정치계 판단?

[뉴스엔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속설이 현실로 드러났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재적의원 298명 중 29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49, 반대 136, 기권 6, 무효 4표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후 논란이 된 표를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살펴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후 논란이 된 표를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살펴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특히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111명이기 때문에 찬성표가 149, 기권 6표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 내부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이탈표가 최소 30표 이상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권표까지 고려하면 최소 40표 가까이 이탈자가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앞서 페이스북에서 사실상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을 호소했으나, 민주당 지도부는 가·부결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의원들 자율 투표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정치권은 상당한 혼돈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민주당의 경우 책임 소재를 놓고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책임론에 휩싸였다.

차기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빠른 시일에 선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원외위원장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자당 국회의원들을 규탄했다.

정치검찰의 야당탄압 정치수사에 동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당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확정하지 않은 원내대표단의 총사퇴도 요구하며 당내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야당탄압 정적제거용 체포동의안에 동조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가결표를 던진 이유를 공개천명하라고 촉구했다.

체포동의안에 부표를 던진 136명 가량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와 긴밀히 소통해 질서있게 당을 수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건의했다.

이어 이들은 당원들에게 절대 탈당하지 말고, 당 혁신에 함께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참담함과 책임을 밝혔다.

최고위원회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본회의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최고위원들은 조속히 당을 안정시키고 이재명 당대표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이른바 배신자 색출도 시작됐다. 투표 인증샷을 요구하고, 무차별적인 신상털이가 시작됐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안병길 국회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안의 진짜 배신자는 가결에 표를 던진 29명이 아니라,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고 끝까지 이재명 방탄에 표를 던진 136명의 국회의원들이라며 정치는 방탄을 원하는 이재명 대표의 믿음이 아니라, 지엄한 국민의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가결로 계파 간 갈등이 본격화 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와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다시금 주목받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시절인 2016년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122석을 얻어 거뜬히 탄핵 저지선을 확보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내부의 비박계의 갈등으로 201612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보수 붕괴의 시발점이 됐다.

이때도 새누리당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반대했다면 탄핵안 가결은 절대 통과될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의 비박계가 민주당과 함께 탄핵안 가결에 동조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은 급물살을 탔다.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팀장을 거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부실장으로 일했던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소장은 당시 상황을 20201월 한 언론에서 밝힌 적이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들의 생각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말을 잘 듣지 않는 비박계 의원과 서청원, 이인제 등 나이 먹은 불편한 친박들을 다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비박을 치고, 경쟁력 없는 친박 후보를 내세우다가 선거에서 패배해도 좋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80~90석을 얻더라도 친박 단일대오 당을 만들겠다.”라고 20162월 중순 새누리당 공천을 앞두고 청와대 정무수석실 비서관급 이상의 핵심 관계자가 발언했다는 것이다.

결국 친박 단일대오 당 만들기는 실패했고, 박 전 대통령은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내년 20244월 총선을 앞두고 용산 대통령실 참모 30명 차출설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역대 총선에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가장 잘 아는 인사들의 총선 앞으로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측근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갈수록 국정 동력에 힘이 실린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170석에 가까운 국회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의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는 역설적으로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단일대오가 필요하다는 박근혜 청와대의 계획이 틀린 것은 아님을 떠올리게 한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 30명 차출설이 단순 설()에서 현실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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