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49재, 전국 교사 5만여 명 거리로
학부모, “교사 쉼표 지지”…잇단 체험학습 신청
정책요구안 8개조, 공교육 정상화를 향한 외침

[뉴스엔뷰] 지난 4, 전국 5만여명의 교사가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왔다. 이날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를 맞아 전국 교사들이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 회복을 위한 ’9·4 공교육 멈춤의 날집단행동에 들어갔다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교사들의 일과시간을 고려하여 430분에 시작된 이날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집회에는 추최측 추산 5만여명의 교사와 시민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7만여명, 전국에도 총 12만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눈물로 쓴 쉼표, 공교육이 멈춘 그 날

집회는 처절한 목소리가 가득했지만, 질서 정연했다. 이날 집회는 교사모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가 주최하고, 무대 발언 등 진행 과정은 교사 개인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거으로 알려졌다. 이날 무대에 오른 교사들은 본인이 겪은 악성 민원의 기억을 전하며 공교육 정상화를 향한 갈망을 쏟아냈다.

오늘은 무사하느냐는 인사를 전한 20년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6년 전 악성민원의 경험을 전하며 해소되지 않은 분노를 전했다. 당시 그는 학부모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상대 학부모는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그를 향해 쏟아낸 폭언에 대한 사과는 끝내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겪은 일이 교권침해가 아니라는 교육청의 공문을 받은 그날, 퇴근하지 못하고 학교 뒤뜰과 체육관을 배회했습니다. 어디서 죽어야 이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까, 어디서 죽어야 이 억울함을 알아줄까 서이초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그날 느꼈던 체육관의 서늘함이 떠올라 많이 아팠습니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피해에 관한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가시적 변화는 아직이다. 그 사이 최근 나흘새 서울, 경기, 전북에서 교사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4년 교직생활의 정년을 1년 앞두고 있었던 체육교사가 포함되어 있다.

교육 쉼표, 교권침해 사라지는 계기돼야

교권침해 사례에서 교사는 피해자, 학부모는 가해자로 대치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망한 교사 상당수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일부 학부모의 극단적 사례라는 입장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학부모 모임 등에서는 이에 대한 진실규명, 추모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공교육 멈춤의 날역시 많은 수의 학부모가 집회 현장에 참석하거나 현장체험학습 신청 등으로 지지를 표했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공교육 멈춤의 날 학부모·학생 지지선언3만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참했다. 학부모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교육 멈춤의 날동참 방법에 관한 문의글, 이후 후기를 전하며 동참을 권하는 글등이 게재됐다. 집회 참여를 지지하기 위해 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으려면 현장체험학습 신청이 필요한데, 신청서 내용 기입 요령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학부모 스스로가 학생을 등교시키지 않은 것은 재량휴업에 대해 강경대응 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는 이날 집회를 위해 연가, 병가 등을 사용하는 교사 개인에게 파면·해임 등 징계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의 입장 발표 이후, ’공교육 멈춤의 날관련 재량휴업을 이미 안내했던 학교 중 32곳을 제외한 나머지가 재량휴업일 지정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교사의 결원으로 인한 교육과정 파행과 학생의 학습권침해를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연가·병가·조퇴 등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집회 참석 등의 목적으로한 연가·병가 등의 신청을 승인한 학교장 역시 징계 대상이라는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 탓에 4일에 대한 병가 결재 일체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학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서이초에서 열린 고인의 추모식에 참석했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추모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바꿔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교육계의 아픔과 갈등을 해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교원단체와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실적 교원보호, 정책요구안 8개조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지난 2일 발표한 정책요구안 8개조의 검토 및 실행의 동력 마련이 목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권 침해를 넘어 교권 사망이라는 성토 속에 이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아동복지법 제175과잉 확대 적용을 막기 위하여 법조항 개정을 포함하여 8개조다.

먼저 1조 아동복지법 제175호의 개정은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하여, 이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어 2조 학생, 학부모, 교육당국의 의무와 책무성 강화, 3조 즉시 분리된 학생의 교육권이 보장되는 현실적 대응 방안 마련이다.

이어 악성민원으로 인한 교원 보호를 위하여 4조 전국적으로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교원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5조 학교폭력의 개념 재정의, 6조 안정적 보육은 지자체 관할로 이관 7조 교사의 교육에 대한 권리 보장 그리고 현실적 대책 마련 및 실질적 적용을 위하여 8조 교육 관련 법안 및 정책 추진 과정에 교사 참여 등이 담겨있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현재까지 7회에 걸쳐 국회의사당에서 궐기했다. 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지난달 관련 공청회, 토론회 등을 수차례 진행하며 대책 마련에 집중했지만, 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 더불어 이번 공교육 멈춤의 날집회에 대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입장이 갈려 혼란을 주기도 해 교육당국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